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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가/이따가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9. 7. 15.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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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우리말 편지를 주중에 날마다 보냅니다. 그러나 그 편지에 다는 댓글은 거의 없습니다. 고작 하루에 네댓 개 정도입니다. 문제를 내면 좀 많아지죠. ^^* 어제 받은 댓글에 '우리말 편지 덕분에 기분 좋은 세뇌를 당하고 있다.'고 하시는 분이 계시네요. 고맙습니다.

세뇌는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던 의식을 다른 방향으로 바꾸게 하거나, 특정한 사상ㆍ주의를 따르도록 뇌리에 주입하는 일."입니다. 말 그대로 뇌를 씻는(洗腦) 일입니다. 손을 씻으면 세수고, 얼굴을 씻으면 세면이며, 발을 씻으면 세족입니다.(한자말을 쓰자는 말이 아닙니다. 한자를 풀자면 그렇다는 말입니다.)

이 '세뇌'를 '쇠내'나 '쇠뇌'라고 쓰는 분을 봤습니다. 소리 나는 대로 쓰셔서 그런가 봅니다.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던 의식을 다른 방향으로 바꾸는 것은 '세뇌'입니다. 우리말편지가 일본말에 찌든 우리 뇌를 씻는데 작은 보탬이 되길 빕니다.



요즘 제가 하는 일은 예전부터 하던 일이 아니라 모든 일이 무척 긴장됩니다. 제가 실수하면 제가 속한 기관이 실수한 게 되니 더 부담이 됩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살려고 하는데, 이놈의 건망증은 어쩔 수 없네요.

그제는 점심 먹으러 가려고 차 열쇠를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는 겁니다. 아마도 10분 넘게 책상을 뒤졌을 겁니다. 그때 누군가 전화를 하더군요. "지금 어디 나갈 거야? 왜 차 시동은 걸어놨어?" 허걱... 제가 차에서 내리면서 열쇠를 안 빼고 그냥 나온 겁니다.

어제는오전까지 잘 썼던 휴대전화가 안 보이는 겁니다. 은행 현금지급기에 가도 없고, 차에도 없고, 전화를 걸어도 아무도 안 받고... 나중에 알고 보니 강당 의자 위에 올려져 있더군요. 쩝... 제가 이렇습니다.

전화기 두 대를 잡고 통화하거나 쪽지창(메신저)을 하면서 통화할 때는 습관적으로 "이따 연락할게!"라고 말해 놓고는 금방 잊어버립니다. 제가 생각해도 보통 심각한 게 아닙니다. 벌써 이렇게 건망증이 심해서 어떡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건망증이 없어지길 빌며 오늘 편지를 씁니다. ^^* [이따가]로 소리 나는 말은 '있다가'와 '이따가'가 있습니다.
'있다가'는 '있'에 씨끝(어미) '다가'가 붙은 것으로 '있다'는 뜻과 '다가'라는 뜻이 같이 들어 있습니다. 밥을 먹다가 신문을 봤다나, 오다가 만났다, 집에 있다가 들켰다처럼 씁니다.

그러나 '이따가'는 "조금 지난 뒤에"라는 뜻의 어찌씨(부사)입니다. 준말이 '이따'입니다. 있다, 없다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쉽게 갈라보면,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뜻이 있으면 '있다가'를 쓰고, 그렇지 않으면 '이따가'를 쓴다고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이따가 갈게'에는 존재의 뜻이 없이 잠시 뒤라는 뜻만 있으므로 '이따가'를 쓰고, '동치미는 이따가 입가심할 때나 먹고'에서도 존재의 뜻이 없으므로 '이따가'를 씁니다. '굴속에 느긋하게 있다가 밤에 돌아다녀라.'나 '2년여를 병상에 누워 있다가 2003년 눈을 감았다.'는  어디에 존재한다는 뜻이 있으므로 '있다가'를 씁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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