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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없는 낙관론 한국경제 망친다

세상보기---------/조리혹은부조리

by 자청비 2009. 10. 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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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없는 낙관론이 한국 경제 망치고 있다"
[서평]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이 쓴 '위험한 경제학 2탄'
 

<미디어오늘>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7월 '급속한 회복 신호 자체가 버블(Call for Rapid Recovery Is Bubble All Its Own)'이라는 칼럼에서 우리나라와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성급한 경기회복론을 비판한 바 있다. 이들 나라의 경제지표가 일부 호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의 재정지출이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대체할 수는 없으며 자칫 방만한 경기부양 대책이 거품을 키워서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는 칼럼 첫 머리에서 "한국의 경제 관료들에게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는데 전체 논조를 돌아보면 거의 조롱에 가까운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아시아 경제는 여전히 미국의 소비에 너무나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의 실업률이 계속 치솟는다면 아시아의 전망은 불확실하다"고 경고했다. "경기부양 대책에 중독된 투자자들에게 마약 주사를 제공할 지원자금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데 국내 언론은 "블룸버그가 한국 경제를 극찬했다"는 사실만 강조했다. 연합뉴스가 이를 가장 먼저 보도했는데 "아시아 국가들의 부양책과 통화정책 완화에 따른 버블 현상을 우려했다"고 언급한 대목이 다른 언론에서는 대부분 빠졌다. 매일경제는 "이런 칭찬을 들을 법도 하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았고 조선일보는 "한국 정부의 신속하면서도 과감한 대처와 경기부양으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대해 호평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롱을 칭찬으로… '마약주사' 약효 계속될까

 

▲ 위험한 경제학 : 서민 경제의 미래 편 / 선대인 지음 / 더난출판 펴냄.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출간된 '위험한 경제학, 서민 경제의 미래 편'에서는 "언론이 거의 날조에 가까운 왜곡보도를 하고 정부 여당은 이를 근거로 자화자찬하고 있으니 한마디로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고 호된 비판을 쏟아냈다. "이런 식의 언론 보도가 이어지다 보니 국민들이 한국 경제가 엄청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기득권 언론들이 만들어낸 환상에 젖어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선 부소장은 이 책에서 "'한국 경제'라는 중환자가 응급실에서 나와 거리를 활보하고 있지만 이는 '100조원 감세'와 '토건 부양책'이라는 강심제와 '환율 효과'라는 환각제를 처방해서 일시적으로 환자의 몸 상태가 좋아진 것처럼 느끼게 한 것 뿐"이라고 비유했다. 선 부소장은 "하루 빨리 악성 종양을 도려내지 않으면 속병이 더욱 깊어지고 진통제와 환각제의 약발이 떨어질 때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선 부소장은 "수십 년 동안 누적된 세계 경제의 문제점이 불과 몇 년 정도의 단기적 경기변동 수준에서 해결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설사 그렇게 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은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선 부소장은 "최근 소비자 심리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도 상당 부분 정보조작에 의한 것"이라면서 "일반 국민들이 현상의 이면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이런 식의 심리지수 상승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펴낸 '위험한 경제학' 1권과 마찬가지로 2권에서도 선 부소장은 한국 경제의 핵심 문제를 부동산 거품으로 보고 부동산 시장 정상화와 공공 임대주택 확대를 통한 내수시장 활성화를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2권에서는 특히 세계 경제의 큰 흐름에서 볼 때도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품은 매우 비정상적이며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논리를 편다. 폭락의 시점이 멀지 않았고 정부가 이를 방관할 경우 끔찍한 장기 불황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선 부소장은 특히 건설·토목 부문에 집중된 이명박 정부의 경기부양 대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건설·토목산업은 20~30년 전과 달리 산업연관 효과도 거의 없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매우 낮다. 대형 건설업체들은 이미 하청중개업으로 변질된 지 오래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차익을 챙긴다. 가뜩이나 건설업체들이 무리한 차입경영으로 극심한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세금을 들여 이들의 부채상환을 돕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성남-장호원 고속도로 2공구 사업의 경우 집행된 예산은 2853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883억원이 자재비와 간접공사비 명목으로 원도급 업체에 흘러들어갔다. 하도급 발주금액은 1190억원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780억원이 원도급 업체의 마진으로 남았다. 결국 전체 공사비용의 58.2%를 원도급 업체가 챙긴 셈이다. 몇차례 하청에 재하청을 거치면서 실제로 현장인력에게 돌아가는 집행비용은 전체 공사비용의 30%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부양 효과도 의문… 하청 중개해주고 공사비용 58.2% 따먹기

 

선 부소장은 "원도급 업체가 차지하는 58.2%는 사업관리 및 영업직원들의 임금과 음성적인 로비자금까지 포함된 활동비와 자재비 등으로 나가지만 대부분 이익으로 사내유보된다"면서 "이 돈은 택지매입 비용 등으로 재투자돼 부동산 거품을 부추길 뿐 고용을 늘리거나 연관산업의 소득을 늘리는 데는 사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현장에서 돈 구경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라는 이야기다.

 

선 부소장은 이명박 정부의 막무가내 건설업 살리기 정책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전철을 밟게 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첫째, 퇴출돼야 할 부실 건설업체들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있고, 둘째, 재정지출에는 한계가 있다. 재정지출을 줄이는 순간, 거품이 붕괴하고 훨씬 더 심각한 충격이 오게 된다. 셋째, 금리는 이미 바닥 수준이고 설비 투자는 제자리 걸음이다. 정부로서는 더 이상 내놓을 대책이 없는 셈이다.

 

언론은 정부의 통계 조작을 방관하는 것을 넘어 부자 감세와 건설업에 집중된 재정지출 효과를 부풀리고 근거 없는 낙관론을 퍼뜨리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 실업률이 3.2%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이는 '쉬고 있다'고 답변한 사람들과 아예 구직을 포기한 사람들을 비경제 활동 인구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명백한 통계조작이지만 언론은 이를 지적하지 않는다.

 

특히 부동산 관련 보도에서는 노골적으로 거품을 은폐하고 투기를 부추기는 선동을 일삼고 있다. 정부 재정지출이 건설·토목 부문에 집중돼 있으며 이미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가운데 건설업 비중이 가장 높다는 사실 역시 언론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는다. 4대강 개발 사업을 포함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건설·토목공사가 대부분 턴키방식으로 추진되고 공사비의 상당 부분이 재벌 대기업이 착복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 선대인 부소장은 반값이 아니라 반의 반값 아파트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핵심은 재벌 대기업 건설업체들의 카르텔을 끊고 개발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하는데 있다. 사진은 판교 신도시 공사 현장. ⓒ연합뉴스.  
 

언론이 내세우는 집값 반등의 논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어서 부동산 수요가 여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연소득 300만원 이상의 1인 가구는 8%에 지나지 않는다. 강남과 수도권은 여전히 수요가 살아있다는 주장도 많지만 실제로 이 지역 집값은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수도권 전역에 대규모 분양 물량이 예정돼 있는데도 언론은 여전히 공급 확대를 외치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뭔가. 부동산 거품이 문제라는 건 누구나 안다. 그렇지만 거품이 빠지면서 겪게 될 충격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선 부소장은 단호하게 "거품을 꺼뜨리지 않고 계속 끌고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다"고 전제한다. 더 늦기 전에 악성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수술을 미루다가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선 부소장은 대안으로 "부동산 거품을 빼고 사람 값을 높이자"고 제안한다.

 

불가능하지 않다… 5억5535만원 아파트를 월세 48만원에

 

"당신이 음식점 주인이라고 생각해 봐라. 임대료가 치솟는데 음식 값을 올리기 어렵다면 어디서 비용을 줄일 수 있나. 더 싼 재료를 쓰지 않는다면 결국 인건비 밖에 없다. 고용을 줄이거나 급여를 줄여야 한다.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일자리도 줄어들고 비정규직이 늘어나게 된다. 사회 전체로 보면 소비도 줄고 내수가 침체되고 성장에 한계를 맞게 된다. 부동산 거품을 빼지 않고는 이 악순환을 끝낼 방법이 없다."

 

선 부소장이 제안하는 '외과수술' 가운데 하나는 국민연금기금 등 공익 사업자들을 동원해 장기 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하자는 것이다. 선 부소장의 계산에 따르면 판교 신도시의 경우 32평형 아파트를 1억1616만원에 공급할 수 있다. 주변 시세보다 4억3919만원이나 낮은 가격인데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연 5% 정도로 책정한다면 임대료는 월 48만원 수준이 된다. 이런 장기 임대주택이 엄청난 규모로 늘어나면 전국적으로 집값이 폭락할 수밖에 없다.

 

선 부소장은 장기 임대주택을 저소득 계층 뿐만 아니라 무주택 중산층 전반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주거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만약 5억원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은퇴한 60대 부부가 1억5천만원짜리 장기 전세 아파트에 들어간다면 3억5천만원의 현금 자산이 생기게 된다. 주거 비용이 줄어든 만큼 소비 여력이 생기는 셈인데 인구 고령화에 따른 소비 침체도 막고 그만큼 정부의 복지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핵심은 재벌 대기업 건설회사들이 챙겨왔던 막대한 개발이익을 공공부문에서 환수하자는데 있다. 2006년 판교 신도시 1차 분양의 경우 개발비용이 6조원, 분양가는 8조원이었는데 실제 시세는 13조원이었다. 건설회사들이 2조원을 챙겼고 분양 당첨자들이 5조원을 챙겼다는 이야기다. 만약 일반 분양 아파트 대신 공공 임대주택을 지었다면 최소 7조원 이상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적극적으로 거품을 빼는 방법은 이밖에도 많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포기했던 분양원가 공개를 의무화하고 후분양제를 전격 도입하고 가격 경쟁입찰을 확대하는 것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무분별한 몸집 부풀리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대대적으로 개혁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해법은 이미 나와 있는데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역주행을 하고 있고 언론이 이를 방관하거나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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