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뼈 있는 웃음'이 사라지고 있다.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고 이를 풍자해 통쾌함을 주는 시사코미디가 없는 현실을 말한다. KBS '개그콘서트' SBS '웃찾사' MBC '하땅사' 등 지상파 3사의 대표적인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정치 풍자 코미디는 찾아보기 힘들다. 1980년대 대히트 기록한 '네로24시'와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회장님)'은 정치 풍자 코미디의 전형이다. '네로24시'에서 멍청한 네로 황제와 이를 업신여기면서도 앞에서는 받드는 신하들의 모습은 권위주의적인 지도자와 이리 떼 같은 측근이 지배한 군사정권을 비추면서 통쾌한 웃음을 줬다. '회장님'은 좀더 노골적으로 정치 경제계에 손가락질을 했다. '밥 먹고 합시다'라는 말에 '저거 처남만 아니면 잘라야 하는데'라며 친족 경영을 꼬집고 '잘될 턱이 있나'하며 망가진 한국 사회에 답답해했다. 이 외에도 '탱자 가라사대' '동작 그만'과 같은 꼭지는 사회 전반에 일침을 가하면서 시사 풍자 코미디의 맥을 이었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내용의 웃음이 사라지고 일회적이고 의미없는 개그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코미디가 공개 코미디 일색인 점도 원인이다. 정교하게 짜여진 대본으로 드라마를 곱씹는 가운데 웃음이 나오는 콩트식 개그에 비해 현장의 즉각적인 반응이 중요한 공개 코미디에서는 정치 풍자 코미디가 어렵기 때문이다. 박중민 KBS 예능국 CP는 "정치 풍자는 미리 계산된 교묘한 비틀기가 필요한데 공개 코미디에서는 이를 실현하기가 상대적으로 힘들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코미디가 호응을 얻지 못하고 한 쪽 유형으로만 쏠린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코미디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시선이 오히려 정치 코미디가 설 자리를 좁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작년 7월 MBC '무한도전'이 '미국산 소 쓰러지듯'이란 자막을 내걸자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무한도전 음모론'을 제기하는 등 코미디의 정치적 해석을 내놔 논란을 일으켰다. 올해 1월에는 '개콘'의 '도움상회'가 국회의원을 풍자한 내용을 두고 야당 의원들이 반발해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지난 10월 방송인 김제동이 KBS '스타골든벨'에 하차한 것을 두고도 정치적 외압설이 제기됐다.
한 개그맨은 "개그는 개그일 뿐인데 이걸 현실과 직접적으로 해석해서 문제를 삼는 분위기에서는 정치나 사회를 빗대는 개그를 펼치기 어렵고 아무래도 위축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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