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상 반영하는 올해의 말·말·말
<연합뉴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김수환), "정치하지 마라"(노무현), "키 작은 남자는 루저"(여대생)….
2009년은 말없이 일만 하는 소의 해였지만 과거 여느 해와 다름 없이 말로 시작해 말로 저물고 있다. 올해는 금융위기 와중에 우리사회의 양심이자 등불이었던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마감하는 등 초대형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답답한 시대상을 반영하는 유행어가 쏟아져 나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화합'의 유지를 남기고 세상을 떴지만 여야 정치권은 올해도 어김없이 고질적인 당파싸움을 지속하며 전투 용어를 양산해냈다. 이에 반해 스포츠계는 남자야구 대표팀과 골프의 양용은이 각각 월드클래식 준우승과 PGA챔피언십 우승이란 대파란을 연출하면서 보여준 모습과 다짐은 우리 사회에 희망의 불을 밝히기에 충분했다. 특히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전을 앞두고 김인식 야구대표팀 감독이 선언한 "위대한 도전"은 경제난으로 시름하는 국민과 나라 전체에 다시한번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불어넣었다.
나라 바깥에서는 미국 사상 첫 흑인 대통령에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달변과 `스캔들 메이커'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의 엽기 발언이 세상을 뜨겁게 달궜다.
이처럼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고 사라지는 이슈의 홍수 속에서 인터넷 세상은 블로그와 댓글로 말을 신속히 실어나르며 `언어의 성찬'을 주도했다.
올해 어떤 말들이 인구에 회자됐는지 분야별로 되짚어본다.
<정치>
▲"정치하지 마라"(노무현 전 대통령, 검찰 수사 대상이 된 후 참모들에게 정치인은 말로가 좋지 않다며)
▲"우리 정치의 수치"(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4월1일 4월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한 친박성향의 정수성씨에게 한나라당 이명규 의원이 사퇴를 권유했다고 알려진 것에 대해 비판하면서)
▲"미안해하지 마라.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노무현 전 대통령, 5월23일 유서에서)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김대중 전 대통령, 6월11일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특별강연회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대증요법보다는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다"(이명박 대통령, 6월15일 라디오 연설에서 정쟁 문화 타개를 강조하며)
▲"50년 민주헌정사를 X칠하는 행위"(추미애 국회 환노위원장, 7월2일 환노위에서 한나라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이 위원장 대행을 선언하고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상정한 것을 비판하면서)
▲"전형적인 스폰서 검사"(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 7월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부적절한 후원금을 받은 검사라고 비판하면서)
▲"(DJ와는) 세계에 유래가 없는 특수관계"(김영삼 전 대통령, 8월10일 연세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면회하면서)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추진해야 한다"(이명박 대통령, 9월21일 방미 중 북핵문제는 일괄타결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는데 도움이 된다면 나는 빗자루를 들고 마당 쓰는 일이라도 할 것이다"(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9월30일 권익위원장 취임 첫날 기자들과 만나)
▲"외고는 분명히 마녀다"(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10월19일 외고가 사교육비 증가원인이라고 강조하면서)
▲"정치는 신뢰인데, 신뢰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10월23일 세종시는 원안을 준수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는 제발 `실세'니 `2인자'니 `힘 있는' 이런 표현 좀 빼 주세요"(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12월8일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에서 권익위원장으로서의 활동에 관심을 가져달라면서)
<경제>
▲"나갈 때는 헬리콥터로 들어서 나갈 수 없다. 적당한 시기에 빠져나가려면 문쪽으로 조금씩 이동해야 한다"(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12월10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출구전략' 시기를 묻는 질문에)
▲"위기라는 전쟁이 마무리되어 가는 현 시점에서 거안사위(居安思危.편안할 때에도 위태로울 때의 일을 생각하라)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12월11일 간부회의에서 금융위기를 벗어나고 있지만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말 것을 주문하면서)
▲"좋은 부모, 좋은 선배 만나서 이 자리에 있다"(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9월4일 캘거리 국제기능올림픽 경기장에서 `젊은 나이에 부담도 많고 일도 많아 피곤하지 않으냐'라는 질문에)
▲"파부침주(破釜沈舟ㆍ싸움터의 병사들은 솥을 깨고, 타고온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의 각오로 일하라"(최태원 SK그룹 회장, 11월 초 베이징에서 열린 SK그룹 CEO 세미나에서)
▲"예쁜 여자가 나왔으니 쳐다는 보고 있다"(정준양 포스코 회장, 8월7일 멕시코 자동차용 강판 공장 준공식에 앞서 대우건설 인수 의향을 묻는 말에)
▲"뭘 해도 복싱이다. 신사업도 복싱이고 M&A를 해도 복싱"(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9월10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앞서 대우건설 인수 문제를 언급하며)
▲"히포크라테스 정신으로 의료사업을 하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12월11일 코리아 미래재단 조찬강연에서 영리의료법인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회>
▲"이제는 해가 떨어지면 동네 어귀에서 술을 마시며 신세한탄을 하는 초라한 시골 늙은이의 외양을 하고 있다" (조병현 서울고법 형사1부장, 9월23일 노건평 씨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4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징역 2년6월로 감형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재선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답답한 심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광화문광장에서의 스노보드 대회 개최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 12월10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선거를 앞두고 나온 근거없는 오해"라며)
<스포츠>
▲"의상 콘셉트는 백의민족이었죠"(골프선수 양용은, 8월17일 아시아 남자로는 최초로 메이저골프대회 PGA챔피언십을 제패한 뒤 상.하의부터 골프화까지 흰색으로 차려입은 의상에 대해 설명하며)
▲"우리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겠다"(야구대표팀 김인식 감독, 3월20일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베네수엘라와 준결승을 앞두고 공식인터뷰에서)
▲"우주의 기가 타이거즈를 감싸고 있다"(프로야구 조범현 감독, 10월19일 SK와 한국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KIA가 이기게 돼 있다고 호언장담하며)
▲"수영계 파벌 때문에 힘들었다"(수영 박태환, 7월28일 로마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 진출에 실패한 뒤 그동안 겪었던 마음고생을 털어놓으며)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유도 왕기춘, 10월28일 폭행 사건에 연루돼 팀을 이탈했다가 용인대에 복귀하면서)
<문화>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고(故)김수환 추기경, 입원 당시 주변인들에게 입버릇처럼 들려줬던 말로 김추기경 선종 후 각 성당과 용인묘역에 이 말을 적은 현수막이 걸렸고 각계에서 회자됐다. 이후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는 이 말을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로 바꿔 차량용 스티커로 배포했다.)
▲"현 정부는 중도실용"(소설가 황석영, 지난 5월 이명박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순방을 수행하면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키 작은 남자는 루저"(여대생 이모씨, 11월9일 KBS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해 '키 작은 남자와 교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키가 작으면 일단 싫다, 180㎝는 되야한다"며 이렇게 답함)
▲"사람은 능력이 모자랄 수 있습니다. 사람은 부주의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실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 사람은 그럴 수 없습니다" (MBC TV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고현정 분)이 자신의 용병술을 표현한 말)
▲"엣지있게 해"(SBS TV 드라마 '스타일'에서 패션잡지 편집장 박기자(김혜수 분)가 부하들에게 지시할 때 입에 달고 다니던 말)
▲"니들이 고생이 많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 '분장실의 강선생님'에서 강선생(강유미 분)이 후배들을 볼때마다 내뱉던 인사말)
<국제>
▲"다보스는 죽어가는 국가모임"(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1월30일 세계사회포럼(WSF) 참석차 브라질에 도착해 개도국 모임인 WSF가 뜨고 선진국 모임인 다보스포럼은 진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은 굼뜬 기부자"(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3월12일 미국에 분담금 납부 약속을 제때에 이행할 것을 촉구하면서)
▲"미국은 이슬람과 전쟁을 하고 있지도 않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오바마 대통령, 6월4일 이집트 카이로 대학에서 대이슬람권 화해 연설을 하면서)
▲"제국의 시대는 끝났다"(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6월16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6개국 연례 정상회담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해 미국을 비난하면서)
▲"잭슨 얼굴이 온통 흰색이어서 그가 흑인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6월25일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사망 소식을 접한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본 전 관방장관이 기자들과 만나)
▲"마치 관심을 끌려는 꼬마와 철부지 10대 같다"(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7월21일 북한의 일련의 도발에 대해 평가하면서. 이 거친 표현 때문에 그는 북한으로부터는 '그녀자, 소학교 녀학생'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우리는 비바람 속에서 한배를 타고 있다(風雨同舟)"(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 7월29일 워싱턴에서 중국과의 전략경제대화 중 미-중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국무장관은 남편이 아니라 나"(클린턴 장관, 8월10일 콩고민주공화국 수도 킨샤사에서 남편의 견해를 묻는 대학생의 질문에 발끈해 하며)
▲"돈 없으면 결혼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전 총리, 8월23일 돈이 가정을 꾸리는데 어려움을 주는지를 묻는 학생들에게)
▲"우리는 미지의 세계와 조우하게 된다"(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 9월16일 총리 지명 직전 국회에서 가진 의원총회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아니라 테러이사회로 불러야 한다"(무아마르 카다피, 9월24일 유엔 총회 본회의에서 90분 동안 장광설을 늘어놓으면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자기 이해에만 충실해왔다고 비난하며)
▲"그의 아내(미셸 오바마)도 선탠을 했다"(베를루스코니 총리, 9월27일 피츠버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다녀온 뒤 지지자들에게 오바마 대통령 부부를 만나 나눈 얘기를 전하면서)
▲"미국 적자는 위안화 환율 탓이 아니다"(저우원중 주미 중국대사, 12월3일 미중관계위원회 만찬에서 미국의 재정적자의 근본 원인은 위안화 환율이 아니라며)
▲"골프 무기한 쉬겠다"(불륜으로 곤욕을 치른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12월12일 부인 엘린 노르데그린에게서 "나와 골프 가운데 선택하라"는 최후통첩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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