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막가는 여론전’
“찬성땐 대박·반대는 쪽박” 이분법적 정치논리
정 총리 “행정부처 가면 나라 거덜난다”
<경향신문>
정부·여당의 세종시 수정 여론전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당·정·청 총동원, 각종 공약을 앞세운 물량공세, ‘유령도시’ 협박, 찬·반 이념적 편가르기 등 입체적·다면적 접근이다. 충청 민심 하나를 겨냥해 당근과 채찍, 세력을 모두 동원하는 총력전이다. “애국심” 구호 같은 이분법적 대응 등 정책 사안이라는 주장과는 모순되는 ‘정치 논리’의 혐의도 엿보인다.
◀건배하는 ‘추진’ 정운찬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대전 유성호텔에서 열린 대전·충남 지역 과학·상공인과의 만찬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 물량전과 ‘협박’하는 정부 = 정부·여당의 충청 민심 뒤집기 여론전은 크게 두 방향이다. 현지민에 대한 대대적 공약 남발과 설득을 가장한 사실상의 ‘협박’이다. 정운찬 총리는 수정안 발표 후 첫 주말인 16일 세종시 현장인 충남 연기군을 방문, 각종 장밋빛 주민대책을 내놨다. 입주 기업·연구소 등의 “지역민 의무 채용”을 통한 “취업률 100%”, 향후 세종시에 지어질 자율형사립고 등 명문학교에 대한 지역학생 선발 쿼터제 등이다. 기업 이전 등이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엔 “세종시 건설본부장을 맡겠다”는 약속을 내놨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도 같은 날 충남 홍성·예산 등 충청권으로 발길을 돌렸다. 당내 일각의 3~4개 부처 이전 타협론에 대해선 “행정분할은 비효율적이어서 안된다”고 일축했다.
수정안이 좌절되면 유령도시가 될 것이라는 식의 위협으로 채찍도 들었다. “수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다음 정부에서 원안대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주호영 특임장관)는 쪽박론이다. 충청 민심이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이명박 정부는 그대로 ‘불구’의 상태로 방치할 것이고, 지역민들에겐 ‘쪽박’이 될 것이란 경고다. “(수정안) 국회 통과가 무산되면 누구보다 충청지역 주민의 피해가 클 것”(12일 정운찬 총리), “양해각서대로 진행이 되느냐 하는 것도 (수정안) 법개정 여부에 달려 있다”(12일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는 기업 유치 무산 협박의 연장선이다.
◇ 박근혜 넘기 = 여권 주류의 공격적 여론전은 ‘박근혜’라는 자원을 동원할 수 없고, 동원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배경으로 풀이된다. 일찌감치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 등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수정 강행에 나선 점에선 박 전 대표를 배제한 국정장악 의도도 읽힌다.
그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수정 반대론에 “정치논리로 접근해 안타깝다”고 비판했지만, 정작 이면에선 강한 정치논리도 감지된다. 한 친이계 중진 의원은 지난 11일 수정안 발표 직후 사석에서 “지역민에게 임대아파트를 주고, 자녀 취업을 약속할 것이다. 그리고 수정안이 안되면 기업들이 못 간다고 할 것”이라고 여론전 시나리오를 예고했다. 정 총리나 주호영 장관의 최근 발언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이 중진 의원은 이어 “그래도 충청 여론이 안 바뀌면 예산도 찔끔찔끔 넣으면서 원안 추진을 안할 것이다. 결국 수정안을 반대한 측에 책임이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친박계에선 이 같은 여론전·지구전을 ‘수정 실패=국회 책임론=박근혜 책임론’으로 이어가는 “박근혜 고립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손 시린 ‘저지’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17일 서울역 앞에서 세종시 수정의 부당성을 알리는 홍보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다 시린 손에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
◇ 무책임한 정부 = 당장 장밋빛 공약 남발식 물량공세는 재차 신뢰의 문제와 지역 역차별 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국가적 차원의 균형발전론 대신 일개 지역의 문제로 격하시킨 탓에, 역차별론은 새 공약을 내놓을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정부의 ‘협박’식 여론 돌리기다. 결국 정부가 법으로 규정한 세종시 건설의 책임을 도외시하고 이를 지역민의 선택으로 되돌리는 무책임한 행태이기 때문이다. 당장 한나라당에서조차 “주 장관이 신중한 분인데 왜 그런 이야길 했는지 모르겠다. 원안에도 자족기능을 위한 기업·학교 이전계획이 있는 만큼 그 부분은 이행돼야 한다”(권영세 의원)는 비판이 나온다.
이 같은 여론전은 결과적으로 수정안 찬·반, 보수·진보의 국론분열을 부채질하는 요소다. 여론·민심·국가와는 상관없이 ‘원안은 안한다’는 정권 차원의 의지만 관철하겠다는 것으로, 결국 원안 반대 세력들만 확실히 챙겨 가겠다는 ‘편가르기’라는 점에서다.
한신대 윤평중 교수는 “국가 전체적으로 모든 지역 시민들에게 여론전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 무리한 일”이라며 “국가적 정당성을 가져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수정안 자체가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예견 - 균형발전은 시민들의 몫
진실화해위 영문책자 배포 중단 (0) | 2010.01.29 |
---|---|
'PD수첩' 김보슬 PD가 말한다 (0) | 2010.01.22 |
"유시민에게는 노무현의 역사의식이 없다" (0) | 2010.01.16 |
“용산은 ‘우리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0) | 2010.01.09 |
“인권침해 당했다” 더 커진 목소리 (0) | 2009.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