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공사 때문에 ‘공군 사격훈련’ 축소
국토부, 상주 낙동사격장 부근 ‘준설토 적치장’ 사용 우겨
공군 반대에도 강행…전투기 훈련 주5일서 3일로 줄여
한겨레
정부가 4대강 공사를 조급하게 밀어붙이는 탓에 공군 주력 전투비행기의 사격훈련이 축소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공군은 군사대비태세에 문제가 생긴다며 ‘안보논리’로 저항했지만, 결국 ‘4대강 개발’에 밀리고 말았다. 공군본부 작전훈련처 관계자는 5일 <한겨레>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토해양부가 경북 상주에 있는 낙동사격장 부근을 내년 10월께까지 준설토 적치장으로 사용한다고 해서 (공사인력 안전 등을 고려해) 지난 2월부터 주중 5일 하던 전투기의 폭탄사격훈련을 3일로 줄였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경북 상주와 구미 지역의 낙동강 강바닥에서 판 흙을 매주 수요일 밤 10시부터 월요일 아침 8시까지 사격장 인근 농지 등에 쌓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공군은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만 전투기 폭탄투하훈련을 하기로 했다. 평소 목·금요일에도 하루 평균 70~90분 해오던 폭탄투하훈련을 포기하게 된 것이다.
실제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국방부와 국토해양부 간의 협조공문을 보면, 국토부는 지난해 6월22일 준설토 적치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낙동강 사격장 부지 활용을 국방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7월3일 “사격장을 준설토 적치장으로 활용하면 조종사 사격훈련 제한 등으로 군사대비태세 유지에 문제가 생긴다”는 공군의 의견을 들어 거절했다.
이에 국토부는 예산절감 효과를 내걸어 다시 협조를 요구했고, 국방부와 공군은 ‘사격장 사용 반대’를 거듭 밝힌 뒤 사격훈련 영향권에 있는 사격장 주변 지역에서 평일 야간과 주말에만 작업하라는 ‘조건부 사용’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11월11일 조건부 사용으로는 4대강 사업 기간인 2011년 11월까지 공사를 끝낼 수 없어 ‘공사 기한’을 맞춰야 한다고 조여왔고, 군은 12월10일 사격장 인근 지역에만 준설토를 쌓되 평일 일부 실사격훈련을 중단하는 국토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공군이 6개월여에 걸쳐 반대하며 버텼지만, 결국 국토부의 집요한 요청에 굴복하고 말았다.
사격훈련이 4대강의 강바닥에서 퍼올린 대규모 준설토에 밀리면서 당장 공군의 사기 저하와 전투력에 끼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군본부의 한 영관급 장교는 “국가적 사업이라 협조를 했지만 공군 훈련과 전투력 향상에 지장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낙동강 사격장에서는 공군의 주력기인 최신형 F-15K, F-16 전투기 등의 폭탄투하훈련을 해왔다. 또 사격훈련이 줄어들어 이 사격장을 이용하는 제16전투비행단(예천), 11전투비행단(대구), 17전투비행단(청주), 19전투비행단(충주) 등이 실사격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공군 장성 출신의 한 인사는 “공군 조종사들에게 주는 충격과 사기 저하 등의 여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4대강 공사에 군 공병부대가 6월부터 동원 투입되기로 된 데 이어 공군의 사격훈련까지 제한을 받으면서 여야 모두 이명박 정부의 안보 무책임을 비판하고 있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공군 공대지 사격장을 적치장으로 활용한다는 발상 자체가 안보의식이 전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도 “천안함 사태로 국가안보가 위기 상황인데, 4대강 사업에 군 병력을 투입하고 공군 훈련까지 축소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향후 국방위가 열리면 이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MB, 안보강화 한다더니… 군대까지 동원해 ‘4대강 삽질’
낙동강 35공구에 1년반동안 ‘장병 117명+장비 72대’ 투입
제2작전사-부산국토청 협약…민주화 진전된 후 사례없어
정부가 국민 반대 여론이 높은 4대강 공사에 군 병력까지 투입하기로 한 것으로 밝혀졌다. 4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국방부와 국토해양부 간의 협조공문을 보면, 육군 제2작전사령부와 부산국토관리청은 지난달 22일 낙동강 35공구에 공병부대를 투입해 공사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국방부는 제2작전사령부 예하에 있는 1117공병단을 중심으로 투입부대를 꾸려 오는 6월부터 내년 11월까지 배치하기로 했다. 병력은 강바닥을 파서 생긴 ‘준설토’를 트럭에 실어 다른 곳으로 옮기는 임무를 맡는다. 현장엔 장병 117명과 15t 덤프트럭 50대 등 장비 72대가 투입되며, 장병들은 공사장 근처에서 숙영을 한다. 장비와 숙영지 운영 등을 위한 27억5000만원의 비용은 부산국토관리청이 지원한다. 35공구는 경북 예천군 풍양면 와룡리와 삼강리에 이르는 7.46㎞ 구간으로, 주로 준설작업이 이뤄진다.
이번 협약은 국토부가 지난해 12월22일 ‘4대강 살리기 사업 군부대 장비 참여 협조’ 공문을 국방부에 보내고, 이에 국방부가 지난 2월3일 투입이 가능하다고 회신하면서 구체화됐다. 그러나 민주화가 진전된 90년대 중반 이후엔 군 병력이 대민지원이나 군 작전지역의 공사 목적 등이 아닌 정부 주도의 국책사업 공사에 직접 투입된 사례를 찾기 어려워 “부적절한 군 동원 부활”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듯 보인다.
국방부가 안 의원에게 낸 ‘국가 시책사업에 군 병력 투입현황’을 보면, 군은 경부고속도로 건설(1968~70년), 울진~현동 도로 공사(82~84년), 서울외곽순환도로 공사(91~94년) 등에 국책사업의 주요한 공사인력으로 동원됐다. 김영삼 정부 이후에도 병력 투입 사례가 8건 있으나, 백령도·대청도 도로 개설(1995~96년), 남북한 합의에 의한 동해선 철도·도로 공사(2002~04년) 등 군사지역 공사나 부여·군위 농촌경지정리(94~95년) 등 대민서비스 차원에 국한됐다. 하지만 이번 낙동강 35공구는 군사시설 지역과 무관하고, 홍수가 나는 곳도 아니어서 홍수 예방을 위한 군의 대민서비스라고 보기도 어렵다.
안규백 의원은 “군사정권들처럼 군 병력을 대규모 국책사업에 투입하는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사태 이후 안보태세를 강조하지만 4대강을 파괴하는 데 군사력을 이용하는 안보 무책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국책사업에 군이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국토부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공병부대 훈련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군이 4대강 사업에 역할을 해줌으로써 국민적 관심사도 높이고 사업을 원활히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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