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왜 낯선 사람을 따라갈까?
아이들은 수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고 부모는 늘 걱정만 한다.
<출처 : 베스트베이비>
유괴나 성폭력 같은 끔찍한 범죄에 내 아이를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다면 '아이가 왜 낯선 사람을 따라가는지'를 아는 것이 우선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아동 대상의 끔찍한 범죄들을 접할 때마다 겁이 난다. 아이를 붙잡고 낯선 사람이 다가와 위협하거나 억지로 끌고 가려고 하면 '싫어요', '안 돼요'라고 외쳐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막상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대처할지 알 수 없다.
EBS 다큐프라임 < 아동범죄 미스터리의 과학 > 은 '아이들의 심리'에 초점을 맞춰 아동범죄의 원인을 역추적한 취재 방식으로 호평 받았던 작품. 유괴나 성폭력 범죄자들 대부분은 위협이 아니라 아이의 심리를 이용해 스스로 위험에 '빠지게끔' 만들기 때문에 그에 맞는 안전교육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낯선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아이들은 이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부모들이 말하는 '낯선 사람'이란 '처음 보는 나쁜 사람'이란 중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낯선 사람 주의령'을 들어온 아이들 머릿속에 낯선 사람은 과연 어떤 이미지일까?
EBS 제작진이 7~12세 아이 150명을 대상으로 낯선 사람의 이미지를 그려보라고 주문했는데 결과가 몹시 충격적이었다. 대부분 아이들이 남자를 그렸고 모자, 선글라스,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렸거나 칼자국이 있거나 무서운 인상이라고 답했기 때문. 심지어 머리에 '뿔'이 달려 있고, '칼'을 들고 다닌다고 말한 아이도 있었다. 드라마, 영화 등의 매체에 등장하는 '나쁜 사람'의 고정화된 이미지와 유괴범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 더해진 결과인 것. 그래서 유치원생들보다 미디어에 노출된 기간이 더 긴 초등학생의 편견과 선입견이 더 컸다.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아이들 그림에 등장하는 것처럼 더러운 옷을 입거나 험악하게 생기지 않았다. 대부분 평범한 얼굴이다. 이같은 낯선 사람에 대한 편견과 현실의 괴리감은 아이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낯선 사람은 나쁘기 때문에 절대 따라가면 안 된다'는 말만으로는 더 이상 범죄 예방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위험은 이렇게 '낯선 사람'의 의미를 완전히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아이들에게 낯선 사람이란?
아이들에게 남자와 여자 사진을 보여주고 어떤 사람이 '낯선 사람(나쁜 사람)'인지 지목하라고 했을 때 대부분 남자를 지목했다. 그다음 평범한 얼굴과 험상궂은 얼굴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는 웃고 있거나 잘생긴 사람보다 째려보거나 뚱뚱한 사람을 주로 지목했다. 같은 사람이지만 화난 표정, 평범한 표정, 웃는 표정 사진을 보여주며 느낌을 물었을 때에는 인상을 쓰고 있는 사람이 낯설다고 대답했다. 이는 웃으면서 접근하는 예쁜 여자를 '좋은 사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 아이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 뒤에 다른 얼굴이 있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데 바로 여기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how to do
아이에게 '낯선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주지 말 것. 예쁜 사람과 착한 사람은 다르며, 좋은 사람도 화가 나면 나쁜 짓을 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나쁜 사람은 남자일 수도 있고, 여자일 수도 있어. 옷을 잘 입을 수도 있고, 초라할 수도 있고, 무서울 수도 있어. 예쁠 수도 있고, 예쁘지 않을 수도 있어. 동네에서 마주치는 어른일 수도 있고, 처음 보는 사람일 수도 있어"라고 말이다.
알고 보면 '아는 사람'이 더 위험하다!
올 초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04년부터 5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아동유괴 범죄를 분석할 결과 피해 아동의 나이는 7~12세가 39.%로 가장 많았으며, 13세 이상과 6세 이하 아동이 그 뒤를 이었다. 사건 발생 시간은 오후 1~6시가 38.8%로 가장 많고, 오전과 밤 시간대의 발생률은 각각 21.6%, 20.6%. 피해 아동은 여자가 남자보다 1.9배가량 많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유괴범 가운데 60%가 피해 아동과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 따라서 단지 얼굴만 아는 사람도 '낯선 사람'의 범주에 넣도록 교육해야 한다.
아동범죄 예방을 위한 실천 어드바이스
아이와 함께 관련 그림책을 읽거나 '안 돼요', '싫어요'라는 말을 알려주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보다 더욱 실감나는 현장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아이와 자주 가는 집 앞 공원, 마트, 주차장 등에서 특정 상황을 설정해 올바른 대처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빠가 주차장에서 짐을 실어달라고 부탁하는 낯선 사람이 되고, 엄마는 설문지를 작성해주면 게임기를 주겠다는 식으로 설정놀이를 해보는 것. 처음에 아이는 무슨 놀이라도 하듯 신나 할 것이다. 하지만 틈날 때마다 이를 꾸준히 반복하면 아이는 진지한 대답을 하게 된다. 아직 '낯선 사람'을 제대로 구분할 만큼 판단력이 발달하지 않은 어린아이인 만큼 반복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완전히 습관이 되지 않으면 실제 상황에서 반사적으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에' 놀이 설정 리스트
● 예쁜 언니가 와서 장난감이나 아이스크림 등을 준다면
● 동네 아줌마가 애완동물을 잃어버렸다고 같이 찾아보자고 하면
● 엄마가 다쳤다고 하면서 낯선 사람이 함께 가자고 하면
● 친절해 보이는 아저씨가 다가와 아빠가 데리고 오라고 했다면
● 모르는 아줌마가 함께 닌텐도 게임을 하자고 하면
집 주변 지도 그려보기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집 근처에서 '낯선 사람'에게 유괴되는 일이 많다. 아이와 함께 집 주변 지도를 그린 다음 인적이 드문 골목길이나 공터 등에는 절대 가지 말라고 이른다. 걸어 다니기 안전한 곳을 녹색으로 칠하고 아이와 외출할 때는 꼭 그 길을 이용한다. 가능한 한 아이 혼자 다니지 않게 신경쓰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친구와 함께 다니도록 교육한다.
아이 혼자 두지 않기
기본적으로 아이 혼자 집에 두지 않는다. 잠시 집 앞 마트에 다녀온다고 아이를 혼자 두고 외출하면 누군가 집에 침입할 수도 있고 아이가 엄마를 찾으러 밖으로 나갈 수도 있다. 조금 큰 아이라면 집에 혼자 있을 때의 요령을 알려준다. 말을 제법 할 수 있지만 상황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어린아이는 전화를 받고 집 안 내부 정보를 그대로 노출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전화벨이 울려도 엄마가 없을 때에는 아예 받지 않거나 '엄마 화장실에 있어요'라고 말하도록 교육한다. 또 집에 혼자 있을 때 누가 찾아오거나 초인종이 울려도 현관문이나 창문을 절대 열어주지 말라고 틈날 때마다 이야기한다.
급한 상황에서 소리 지르기
치한이나 유괴범들은 아이가 소리를 지르거나 소동을 일으키면 '피한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만만하게 생각했다가 의외의 저항에 당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 옆에 차를 갖다댄 후 창문을 열고 무엇을 묻거나 누군가 허락 없이 몸을 만지려고 하면 무조건 사람이 많은 쪽으로 뛰거나 큰 소리를 지르라고 가르친다.
'낯선 사람'이 아이를 데려가는 유형과 대처법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범인들이 아이를 유괴할 때 폭력이나 협박을 하기보다는 환심을 사는 등의 비강제적인 수법을 쓰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의 주의를 끌지 않기 위해 소란을 일으키지 않고 손쉽게 아이들을 데려간다는 의미. 아동범죄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귀여운 강아지를 보여줄게"
자신의 애완동물이 아픈데 돌봐달라거나 특이한 애완동물을 보여줄 테니 같이 가자고 말하거나 잃어버린 동물을 같이 찾아달라고 부탁하면서 유인한다. 대개 아이들은 동물을 좋아하고 호기심도 많다. 지난 2008년 안양에서 일어난 혜진·예슬 사건의 범인 역시 아이들을 꾀일 때 "우리 집 강아지가 아픈데 도와주지 않을래?"라고 말했다.
how to do
아픈 강아지는 네가 치료할 수 없으니 어른에게 '동물병원에 데려가라'고 말하도록 이른다. 또한 애완동물을 꼭 보고 싶다면 낯선 사람을 따라갈 게 아니라 지금 있는 곳으로 데려오도록 요청하라고 반복해서 교육시킨다.
"내가 아파서 그러는데 도와줄래?"
약자로 위장해 동정심을 유발하는 경우. 몸이 불편하다거나 길을 묻는 등의 수법이며, 주로 차 옆에서 이러한 부탁을 한다. 학교나 가정에서 위험에 처해 있거나 불쌍한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고 배워온 아이는 쉽게 낯선 사람의 부탁을 들어준다. 애처로운 호소가 아이로 하여금 '너는 착한 아이니까 나를 기꺼이 도와줄 수 있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길 좀 알려줄래?"라며 물어오는 사람은 똑똑한 척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역이용하는 경우. '이렇게 쉬운 걸 왜 모를까? 내가 알려줘야지' 하는 마음을 유도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how to do
정상적인 어른이라면 어린아이에게 짐을 들어달라거나 부축해달라는 식의 도움은 요청하지 않는다. 따라서 '어른은 절대 아이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지금껏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배운 아이로서는 갑자기 불쌍한 사람을 돕지 말라고 하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이에게 어려움에 처한 어른을 직접 도와주지 않는다고 '나쁜 아이'가 되는 것은 아님을 먼저 알려주고 그 대신 주변에 있는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도록 가르친다.
"설문지 작성하면 선물 줄게"
설문에 응하면 돈이나 선물을 준다고 꾀는 수법. 아이들은 공짜로 얻게 될 선물에 마음을 움직인다. 그것은 때로 엄마나 아빠에게 꼭 필요한 선물일 수도 있다. 엄마에게 좋은 선물을 해서 칭찬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불행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how to do
부모의 허락 없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이나 선물 등을 함부로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모르는 사람이 주는 사탕이나 과자 같은 먹을거리도 예외가 아니다. 꼭 필요한 물건은 부모가 사준다는 사실도 깨닫게 해야 한다.
"엄마가 많이 다쳤어"
위급한 상황을 가장해 아이를 차에 태운다. 아직 판단력이 없는 아이들은 이런 충격적인 말을 들으면 당황하고 어떻게든 빨리 엄마에게 가봐야 한다는 생각 외에는 하지 않는다.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고 몹시 급하게 서두르며 아이를 차에 태운 후 사라지는 수법.
how to do
엄마는 아빠나 할머니, 이모 같은 가족 외에는 너를 데리고 와달라고 부탁하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말한다. 그 외의 사람이 '네 엄마가 다쳤어'라든가 '데려오라고 했어'라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니 절대 따라가면 안 된다고 구체적인 상황을 들어 알려준다.
만약 아이를 잃어버렸다면?
◎ 1단계 주변 샅샅이 찾아보기
온 집 안을 구석구석 뒤져본다. 아이들은 장롱, 침대 밑, 냉장고, 세탁기 등에 숨는 것을 좋아한다.
그다음엔 아이가 다녀오겠다고 했던 곳이나 평소 자주 놀던 곳에 가서 찾아본다.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잃어버렸다면 왔던 길을 되짚어가며 찾아볼 것.
◎ 2단계 신고하기
아이가 놀던 주변을 샅샅이 훑어도 찾을 수 없으면 즉시 신고한다. 국번 없이 182를 누르면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에 바로 연결된다. 아이의 유괴·납치가 의심될 때에는 경찰관이 집으로 방문하기 전까지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다. 만에 하나 아이가 집 안에서 없어졌을 경우 옷, 이불, 소지품 등에 증거가 남아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잃어버릴 당시 입었던 옷과 갖고 있는 소지품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아이를 잘 알아볼 수 있는 최근 사진도 제출한다. 또 노트나 메모지를 항상 휴대하면서 아이의 실종과 관련된 정보가 떠오를 때마다 적어둘 것.
출처 :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www.182.go.kr)
Interview : < 아동범죄 미스터리의 과학 > 연출한 남내원 EBS PD
"아이의 심리 속에서 범죄 예방책을 찾는다"
1여 년에 걸친 제작 과정 끝에 < 아동범죄 미스터리의 과학 > 3부작을 완성한 남내원(37세) PD는 실제 6세, 10개월 된 두 딸을 둔 아빠다. '아동범죄'를 주제로 정한 후 수많은 광고, 다큐, 소설, 잡지 등을 뒤지면서 자료를 찾았는데 대부분 사건 자체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더라고.
"'왜 사건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 자료는 거의 없더군요. 그래서 일단 가해자가 어떤 방식으로 아이를 데려가는지를 살폈는데 물리적인 위협을 가하기보다는 아이의 심리와 행동 특징을 교묘히 이용하더라고요."
그는 실제 범인들이 사용했던 수법으로 아이들을 '모의 유괴' 하는 실험을 하면서 아이들이 얼마나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알게 됐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는 낯선 사람에게 '안 돼요', '싫어요'를 외치라고 가르치지만 정작 누가 '낯선 사람'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더구나 범인들은 대부분 아이들이 위험을 느껴 소리를 지르게 할 정도로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아동심리학자와 해외의 저명한 아동범죄 전문가들을 심층 취재해보니 아이에게 '낯선 사람'을 그려보게 하거나 '만약에' 놀이를 반복적으로 하는 게 도움이 되더군요. 하지만 진지하게 하지 않으면 '엄마와 장난치는 시간'이라고 받아들여요. 그러니 실제 상황이라고 아이가 느낄 정도로 심각해질 필요가 있지요."
1년에 두세 번 유괴 등을 예방하는 내용의 인형극을 보고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되지요?'라는 질문에 기계적으로 답하는 것보다는 예민한 아이, 산만한 아이, 순종적인 아이 등 기질에 따른 소그룹을 형성해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한 동네에 사는 아이들이 함께 '집단 등하교'를 하는 등의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남 PD.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아동 대상 범죄 소식이 들리면 남의 일 같지 않아요.
내가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고 결국 '운의 문제'라는 생각에 무력감도 느끼고요. 물론 사회 안전 시스템이 바뀌어야겠지만 아이 키우는 엄마들만이라도 먼저 '연대의식'을 가지면 좋겠어요. 힐러리 클린턴이 '한 아이를 잘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도 했잖아요. 길을 지나다 의심되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유심히 주시하세요. 마치 내 아이의 일처럼요."
*참고도서| < 왜 아이들은 낯선 사람을 따라갈까? > (지식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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