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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향평준화되는 공직자 도덕성, 왜?

세상보기---------/조리혹은부조리

by 자청비 2010. 8. 1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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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전입은 '전문성 투기'다
[바심마당]하향평준화되는 공직자 도덕성, 왜?

 

[미디어오늘]

 

최근 8·8개각으로 공직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열리거나, 열릴 예정이어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늘상 본인과 가족의 병역문제,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의혹, 탈세, 이중국적, 논문 표절 등 이른바 공직자로서의 도덕성 문제가 크게 불거지곤 한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법관 후보자와 장관 내정자들이 자녀의 진학이나 아파트 분양 등을 위해 여러 차례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하향평준화 되는 공직자 도덕성, 왜?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두 명의 총리 후보가 위장전입 문제로 국회 인사 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참여정부 시절에는 경제부총리 등이 역시 위장전입 문제로 임명이 무산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상황이 달라져서 위장전입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이다. 이미 많은 공직자들이 멋쩍은 표정으로 위장전입을 시인하고 어물쩍 넘어갔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청문회에서 걸러지는 공직자의 도덕성 기준은 하향 평준화되어가는 경향이다. 그렇다면 위장전입이나 부동산투기에서 자유로운 공직 후보자가 없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는 여러 가지 답변이 가능할 것이다. 아파트 투기와 위장전입에서 누구 하나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사회 지도층의 총체적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각계의 전문성(expertise) 영역을 책임질 지위에 오를 후보자라는 사실이다. 가령 법관과 같은 전문직은 그 사회에서 높은 사회적 지위(status)를 인정받으며, 그에 상응하는 유무형의 보상이 뒤따른다. 의사, 과학자, 교수, 고위 공무원 등 한 사회를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무수한 분야의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에게 높은 지위와 경제적 보상이 주어지는 것은 그들이 수행하는 공익적 역할에 대한 가정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그들이 그러한 지위를 누리는 까닭은 개인적 능력이 출중해서 만이 아니라 그들이 수행할 공공적 역할을 전제로 사회가 부여해준 일종의 특권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전문직들은 자신이 누리는 특권에 상응하는 역할을 염두에 두고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특위에서 이인복 후보자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개각이 이루어질 때마나 연례행사처럼 터져 나오는 공직자 후보들의 도덕성 문제의 근원 중 하나는 전문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우리에게 전문성은 오로지 개인의 영달을 위한 수단으로밖에 인식되지 않는다. 공직자 후보들에게 위장전입이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자녀의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좋은 학군 때문이라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좋은 학군에 가려는 대부분의 이유는 자녀를 명문 대학의 의대나 법대에 보내기 위함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치료하는 훌륭한 의사나 힘없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법관이 되라고 위장전입을 서슴지 않았을까? 애석하게도 그랬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아마도 그보다는 부와 사회적 지위를 대물림하고, 자녀들이 상위 0.1퍼센트의 특권을 계속 누리게 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위장전입은 두 가지 투기를 상징하는 어휘인 셈이다. 그것은 부동산과 함께 전문성에 대한 투기이기도 하다.

 

공익을 위한 전문성 아쉽다

우리 사회에서 전문성은 개인의 영달을 위한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몇 해 전 한 인사 청문회에서 역시 위장전입과 부동산투기라는 단골 주제에 시달리던 한 후보자가 자신이 "이런 자리에 오르게 될 줄 몰랐다"는 발언을 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그래도 솔직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사례는 전문직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자리", 즉 청문회가 필요할 정도로 고위직에 오르지 않는 한 도덕성 문제는 고위직의 통과의례일 뿐 전문직을 수행하기 위해 스스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아닌 셈이다.

 

▲ 김동광 과학저술가·고려대 연구교수


물론 위장전입이나 부동산 투기처럼 적발이 쉽고 일반 여론을 자극하는 말초적 호소력이 높은 일부 항목들이 인사 청문회의 전부인 양 받아들여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될 필요가 있다. 개인적 영달을 위한 수단이 아닌 공익을 위한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립되고, 전문직의 직업의식이 확고해질 때에만 인사 청문회도 위장취업 논란에서 벗어나 직무에 대한 포부와 정책 방향을 둘러싼 성숙된 논의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동광 과학저술가·고려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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