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위장전입·망언…‘젊은 내각’ 알고보니 ‘의혹 내각’
경향신문
청와대가 '소통과 통합의 젊은 내각'이라고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 3기 내각에 '의혹 내각' '의혹백화점' 등의 꼬리표가 붙었다. 현 정부 들어 고위공직자의 징표가 된 '위장전입'을 저지른 후보자들이 적잖은 데다, 후보자들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꼬리를 물고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 총공세를 예고했고,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제대로 된 사람이 없는 것 같다"(이한구 의원)는 자조가 나온다.
◇ 후보자별 의혹 =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는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이 제기된다. 경남지사로 재직하던 2007년 4월 미국 뉴욕 방문 때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부탁을 받은 한 한인식당 주인으로부터 수만달러를 받은 혐의가 있다고 야당은 주장한다. 2006년 말 3800만원이었던 재산이 3년여 만에 3억7000여만원으로 급증한 것도 의문거리다. 2006~2009년 신용카드 공제신고액이 '0'으로 기록된 것을 두고, 김 후보자가 별도의 소득을 두고 현금으로 쓰면서 지출내역을 노출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5차례나 위장전입을 반복, '위장전입의 교과서'라는 힐난을 들었다. 4억2000만원에 분양받은 일산의 오피스텔을 2006년 6월 처분한 뒤 소유권 등기를 2007년 2월로 늦춰 양도소득세 1억여원을 회피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부인 명의로 2006년 구입했다가 지난달 18일 매각한 경기 양평의 임야는 '투기용'이라고 야당은 주장하고 있다.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쪽방촌 투기' '전세폭리' 등 주로 서민감정을 자극하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인이 2006년 지인 2명과 함께 구입한 서울 창신동의 '쪽방촌' 건물이 1년 뒤 뉴타운 지구로 지정된 것을 두고는 '재개발을 노린 투기'라는 관측이 많다. 이 후보자는 대치동 자택 전세금을 1억4000만원에서 2008년 5억4500만원으로 3배 이상 올렸다.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자녀의 국적논란에 휩싸였다. 미국에서 태어난 박 후보자의 딸은 만 22세가 되던 해 국적 선택을 하지 않아 한국 국적을 자동상실했다가, 지난달 법무부에 한국 국적 신청서를 냈다. 미국에서 출생한 진 후보자의 딸은 2003년 5월 미국 국적을 선택했다.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는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본인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은 거액의 차명계좌 때문" "천안함 유족의 동물처럼 울부짖는 모습" 등 연이어 공개된 '망언'으로 사면초가에 처했다. 2007년 모친상을 당했을 때 1억7400만원의 조의금을 받은 것을 두고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녀 학교진학을 위한 위장전입 사실도 시인했다.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는 2001년 위장전입, 석사논문 표절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 청문회 전망, 정국영향 = 조현오 후보자를 두고는 여당 내에서 자진사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고위원회의는 "일단 청문회에서 본인의 해명을 듣자"고 정리했지만, 내부에선 "심각하다" "국정에 부담이 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당장 임명을 철회하면 다른 후보자들로 불똥이 튈 수 있는 만큼, 조 후보자를 최대한 끌고간 뒤 막판에 사퇴시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른 후보자들의 의혹에 쏠리는 관심을 차단시키는 데 조 후보자를 활용하는 것이다.
'자고나면 새 의혹이 터지는' 신재민 후보자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 후보자에게 가려 있지만, 실정법 위반 의혹은 신 후보자가 훨씬 많다. 게다가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상징성을 감안, 야당도 신 후보자를 청문회의 집중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의혹 내각' 논란이 확산되면서 여권의 정국운영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정권 초 '강부자 내각'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작부터 민심 이반을 경험한 바 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새롭게 출발하겠다'며 단행한 8·8 개각이 외려 여권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6·2 지방선거의 완패를 교훈삼아 쇄신 개각을 하지 않고, 7·28 재·보선 완승만을 보고 '친위체제'를 구축한 이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 스타일이 이런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혹 1·2건은 기본…
과거엔 위장전입 하나로도 낙마했는데
헤럴드경제
김태호 총리,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 등 인사청문회 대상자들의 도덕성 의혹이 뚜껑 열린 판도라의 상자처럼 각종 의혹 덩어리를 쏟아내고 있다. 정권 초기 강부자 내각 논란만큼은 아니지만 후보마다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은 기본이고 서민들을 위한 재개발 지분까지 투기를 한 의혹을 사는 후보도 있다. 자녀 외국국적 취득이나 학교배정을 위한 위장전입도 단골메뉴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내정자 정도가 재산이나 자녀 관련 의혹이 없을 뿐, 흠결 없는 후보가 전무할 정도여서 야당에선 이번에도 종합백화점 수준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김태호 총리 내정자는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이 핵심이다. 본인은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고 말하지만 야당은 핵심 증인들을 채택하는 등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여기에 이광재 안희정 두 도지사와의 형평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는 자녀 학교배정을 위해 5차례 위장전입을 한 점을 시인했다. 이 밖에 부인의 위장취업 의혹에 경기도 양평 임야 투기목적 매입 의혹도 꼬리표다. 다른 후보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한나라당이나 청와대에선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 이외에 다른 내정자들은 큰 흠결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사통과를 자신하는 태도를 보여 비난 여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직생활 하다 보면 한두 건 없겠느냐는 게 판단의 근거지만 역대정권에선 유사 의혹으로 낙마한 경우가 한둘이 아니어서 이중잣대 논란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가깝게는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만 봐도 1993년 2월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됐으나 딸이 미국 국적을 보유한 데다 이를 이용해 대학에 특례입학한 게 드러나 열흘 만에 경질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송자 교육부총리는 부인과 딸의 이중국적 사실이 드러나면서 질타를 받았다. 역대 교육부 장관 중 최단명으로, 취임 후 57시간 만에 물러난 이기준 교육부총리는 판공비 유용, 장남의 병역시비, 탈세 등의 문제가 낙마사유였다. 또 이헌재ㆍ최영도ㆍ강동석 씨 등은 모두 부동산 의혹문제로 물러난 경우다. 장상·장대환 국무총리 내정자는 부동산 투기의혹에 휘말려 86일간이나 총리 공석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까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여당 내에서조차 "인사풀이 이 정도라니 한심한 수준이고 도대체 검증을 하기는 한 것이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남경필 의원은 "차라리 이 대통령이 과거에는 한나라당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지만 과거처럼 하다가는 사람을 쓸 수 없으니 이해해 주십시오라고 대국민 메시지라도 밝혀 설득에 나서야 한다"며 "'먼지 털어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식으로 대응해선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인사검증 시스템에 칼을 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여당이 청문회도 과거와 이중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철저한 검증을 통해 국회의 제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자성론도 비등하다.
靑 인사 검증 ‘그들만의 잣대’ 논란
<경향신문>
'8·8 개각'에 따른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자들에 대한 각종 의혹이 쏟아지면서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법질서와 국민정서에 반하는 후보자들의 각종 도덕적 흠결을 가볍게 여기는 느슨한 잣대와 인사권자의 도덕 불감증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란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지난 8일 집권 후반기를 이끌 국무총리와 장관, 경찰청장 후보자 등을 발표하며 '소통, 통합, 친서민'을 내세웠다. 하지만 본격적인 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후보자들에 대한 각종 의혹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5차례 위장전입 사실이 밝혀졌고, 양도소득세 회피와 부인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위장전입은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과 천안함 유가족 비하 발언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쪽방촌' 건물 투기 의혹,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는 위장전입과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해 7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스폰서 의혹'으로 낙마한 후 민정2비서관실 산하의 공직기강팀을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로 승격하는 등 검증 기능을 강화해 이 같은 의혹들을 사전에 스크린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유력 후보군에 대해서는 100여개의 항목을 세밀하게 확인한다"면서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발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검증 과정에서 나왔던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 정부 들어 인사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는 근본적 배경은 후보자들의 흠결을 찾아내고 확인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해당 문제를 결격사유로 판단하지 않는 기준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장 청와대는 신재민 후보자 등의 위장전입 사실을 파악하고도 본인의 소명만 들은 후 문제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위장전입은 목적이 부동산 투기냐 자녀교육 문제이냐에 따라 다르다"면서 "당시의 시대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지금의 잣대만 들이댄다면 임명할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강조한 공정한 사회의 핵심은 교육에서의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인데 자기 자녀에게만 특별한 교육기회를 주기 위한 위장전입을 용인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면서 "이 대통령이 '일'을 이유로 자의적이고 사회적 기준에 맞지 않는 도덕적 잣대를 적용하는 게 현 정부 인사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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