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디수첩 ‘4대강 수심6m의 비밀’ 불방
문화방송 경영진, 방영 2시간 앞두고 전격 보류
[한겨레]
<문화방송(MBC)> 경영진이 17일 밤 '4대강 프로젝트' 사업 변경에 청와대와 정부 부처 관계자가 개입됐다는 내용의 '피디수첩'을 방영 2시간여를 앞두고 전격 보류 결정해 파문이 일고 있다. '피디수첩'의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은 소규모 자연형 보 설치를 중심으로 한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가 운하를 닮은 대형 보 건설 위주의 마스터플랜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토해양부 관계자가 참여한 '비밀팀'이 개입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화방송 노조 관계자는 이날 "경영진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사장이 시사하지 않는 한 내보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문화방송의 한 피디는 "국토부가 피디수첩 방송을 문제삼자 방송 2시간쯤 전에 김재철 사장이 주재한 이사회가 해당 프로그램의 사전 시사를 제작진에게 요구했고 이에 제작진들은 '국장 책임 하에 시사를 했고 변호사 자문도 구해 문제없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보류 요청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문화방송 노조는 "문화방송 단체협약은 제작 자율성 보장을 위해 국장 책임제로 운영되는데도 불구하고 사장의 시사 요구는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고 단협을 위반한 것"이라며 "회사 쪽이 사전검열을 통해 부당하게 개입한 데 대해 내일 임시 공정방송위원회를 열고 물리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토해양부는 이날 피디수첩 방송을 두고 서울남부지법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기각당했다. 서울남부지법은 결정문에서 "국토부는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에 허위사실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며 방송 금지를 요구하나, 기록만으로는 위 프로그램의 내용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거나 명백히 진실이 아니라는 데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연출한 최승호 피디는 < 한겨레 > 와의 통화에서 "국토부의 가처분 신청도 기각돼 방송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이사회의 방송 보류는 전례가 없던 일이다. 회사가 과거로 퇴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문화방송 대변인인 이진숙 홍보국장은 "국토부가 비밀팀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가처분 신청까지 낸 마당에, 엠비시 모든 프로그램의 최고 책임자인 사장과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송을 내보내는 것은 또다른 파장을 부를 수 있다고 봤다"며 "정확한 방송을 하기 위한 조처"라고 밝혔다.
"영포회 비밀팀, 4대강 정부 계획 바꿨다"
PD수첩 "이들이 보 증설·준설 확대 주도…4대강 의혹 문건도 공개"
미디어오늘
영일ㆍ포항 출신의 공직자 모임인 영포회 회원 등이 소속된 비밀팀이 개입해 정부의 4대강 사업 계획을 변경했다는 MBC <PD수첩>의 폭로가 나왔다. 그 결과 애초보다 무리하게 4대강 사업이 변경됐다는 내부 문건도 공개될 예정이어서, 정부 내 사조직 문제가 다시 거론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MBC <PD수첩>이 방송에 앞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토해양부 산하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지난 2008년 9월부터 12월 사이 4대강 살리기 계획의 기본 구상을 만들기 위한 비밀팀이 조직됐다"며 "이 팀에는 대통령의 모교인 동지상고 출신과 영포회 회원인 청와대 행정관 2명과 국토해양부 하천 관련 공무원들이 소속돼 있었다"고 밝혔다. <PD수첩>은 "이들이 수심을 6m 확보해야 한다는 구상을 실현시키겠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전달했다"면서 "(당시) 대운하를 포기한지 수 개월밖에 안 된 상황에서 운하와 너무 닮은 계획을 밀어붙이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있어 소규모 안으로 결정됐지만, 수심 6미터 안은 추후 구체화한다는 복안이 있었다"고 전했다.
▲ 4대강 사업 관련 보가 설치되는 곳에는 '물부족'이 심한 빨간색 표시가 거의 없다. PD수첩은 "4대강 본류 주변은 물부족 지역과 무관하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PD수첩
<PD수첩>은 애초 지난 2008년 12월 15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회의에서 밝힌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와 지난 2009년 4월27일 4대강 마스터플랜 중간 발표의 차이와 관련해, 이들 비밀팀의 개입 의혹을 제기한 셈이다. 당시 4대강 살리기 사업 마스터플랜 연구총괄책임자인 김모 박사는 "국가 균형위에 보고된 바 있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 안을 전달 받은 바가 없다"고 밝혀, 이같은 의혹을 뒷받침했다.
주목되는 점은 비밀팀이 왜 4대강 수심을 애초 계획보다 깊게 하려고 했는지다. 2009년 중간 발표의 경우, '자연형 보 4개→대형 보 16개', '2억 입방미터 준설→5.7억 입방미터 준설'을 통해 낙동강의 경우 최소 수심이 4~6미터로 대폭 확보됐다. 이에 대해 <PD수첩>은 17일 방송에서 당시 내부 문건과 비공개 발언을 공개하고, 정부쪽 발표를 조목조목 반박할 예정이다.
일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PD수첩>은 "마스터플랜 초본에는 '지류 48개에 부족한 하천유지용수가 17억 톤'이라고 적시했는데, 최종본에는 '4대강 주요 지점에 부족한 하천유지용수가 17억 톤'이라고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마스터 플랜 '왜곡' 의혹을 제기했다.
또 <PD수첩>은 "김모 박사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낙동강 살리기 사업으로 확보할 10억 톤은 계산된 수치가 아니라, 수심을 확보하기 위해 준설을 하고 난 후 공간을 계산했더니 10억 톤이다'라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PD수첩>은 "물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보를 만들고 준설을 하는 것이 아니라, 준설을 했더니 10억 톤이라는 물의 양이 나왔다는 것이라고 실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PD수첩>은 또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상습수해지역 지도를 공개하며 "이 지도에 4대강 본류의 위치를 표시해 본 결과, 4대강 본류와 상습 홍수 지역과 무관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또 "추진본부는 4대강 전 구간에서 200년 빈도의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 준설한다고 밝혔지만, 확인 결과 대구 부산 등 대도시 구간은 이미 200년 빈도의 홍수에 대비해 설계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결국 <PD수첩>은 "4대강에 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고 지적해, 홍수 예방이 아닌 '개발붐'을 주목했다. <PD수첩>은 "문광부가 추진 중인 리버크루즈 계획이 주목을 끈다"며 "입수한 자료에는 2012년 시범 사범, 2014년에는 본 사업에 착수한다"고 전했다.
<PD수첩>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독일의 리버크루즈 운영 및 관광 상품화 등 해외 사례를 조사하기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쾰른 등 5개 도시를 답사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답사에 다녀온 책임연구원은 “독일 강의 갈수기 수심은 2~3m지만 우리나라는 4대강 사업을 통해 6~8m의 수심이 확보되기 때문에 배를 띄우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PD수첩>은 야당이 '4대강 주변의 난개발을 부추기는 법'이라며 반대하는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의 경우 "입수 문건에는 9월~10월 사이 이 법안 통과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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