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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동아> '추석 없다' 보도, 지금 '딱'이네

세상보기---------/조리혹은부조리

by 자청비 2010. 9. 10.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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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동아> '추석 없다' 보도, 지금 '딱'이네 
[정치 톺아보기] MB 정부 2년반, 통계로 본 추석 민심

<오마이뉴스 2010.09.09>

 

 

 

▶ 2000년 9월 9일 <동아일보> 1면.

 

"추석 분위기가 썰렁하다. 전국 어디를 둘러봐도 마찬가지다. 천고마비, 청명해야 할 가을하늘이 잿빛처럼 느껴진다. 소원을 빌 둥근 보름달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까.

 

특히 지난달 말 지역경제를 지탱해온 우방이 부도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대구지역은 암울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부도사태와 관련된 협력업체는 1300여개, 관련 종사자만 1만3000여명. 한마디로 우방사태의 피해를 당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다.

 

'한국 제2의 도시' 부산도 예외가 아니다. 부산 경제의 지표인 어음부도율은 0.2%로 다른 지역에 비해 낮다. 그러나 '더 이상 부도날 기업이 없기 때문에 부도율이 낮다'는 아이러니는 부산을 포함한 우리 경제 전반의 '우울함'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10년 전 오늘(2000. 9. 9) "대구 부산엔 추석이 없다"는 제목의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는 이렇게 시작했다. 1면 머리기사로는 민심을 충분히 전달하기에 부족했던지 8면에서 한 면을 털어서 ▲신음하는 영남경제 - 대구지역/연쇄부도 공포..."추석 쇠기 겁난다" ▲신음하는 영남경제 - 부산지역/실업률 6.6%..."환란 때보다 어렵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해마다 추석이면 되새기게 되는, <동아일보> 90년 역사에서 몇 손가락에 꼽힐 만한 '불후의 명작'이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낸 김대중 정부가 집권 반환점을 막 돈 시점이었다. 호남의 조선인 자본이 모태가 된 <동아일보>가 이렇게 부채질할진대 영남 민심이 떠날 수밖에. 개인적으로는 필자의 마음도 몸담고 있던 동아일보사를 떠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필자는 이듬해 추석을 쇠고 동아일보사를 그만뒀다.

 

<동아>의 추석 민심 르포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만한 탐사보도'?

 

사실 '추석 쇠기 겁난다'는 말은 지금도 명절 때면 누구나 곧잘 쓰는 말이다. '환란 때보다 어렵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은 이 좁은 땅에서 유난히 대구-부산의 지역경제만 어렵다는 사실을 족집게처럼 잡아냈으니 대단한 탐사보도였다. 오죽했으면 당시 진중권씨가 이 기사에 대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만하다'고 조롱했을까 싶다.

 

"어느 정권이든 두 개의 도시만을 골라 의도적으로 경제적 불황으로 몰아갈 수 있다면 아마 '초정밀 경제조정' 분야에서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만하다. 누가 봐도 이것은 속 들여다보이는 지역감정 조장 발언이다. 슬픈 일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식의 선동이 아직까지 먹혀든다. 게다가 이것이 아예 우리 정치문화의 하부구조를 이룬다."

 

<중앙>에 이어 '지역감정 부추기기' 경쟁의 막차를 탄 <동아>의 '위대한 발견'을 계기로 한나라당은 당시 새천년민주당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한껏 옥죄었다. 정형근 등 색깔론과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데 천부적 소질을 가진 일부 정치인들은 툭하면 대구-부산으로 달려가 군중집회를 열었다. 흥분한 군중은 "IMF 이후 경상도의 공장을 전라도로 뜯어갔다"느니 "영남의 아들딸은 호남에 일자리를 빼앗겨 취직을 못한다"느니 하는 정치적 마타도어를 쉽게 정설로 받아들이곤 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오늘, "추석 분위기가 썰렁하다. 전국 어디를 둘러봐도 마찬가지다"로 시작하는 '불후의 리드'는 오히려 현재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 정론직필의 궤도를 이탈한 <동아>는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10년 앞을 내다본 선견지명과 천재성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MB 정부 들어 소득의 속도를 앞지른 '빚의 속도'

 

지구상에 빛의 속도보다 빠른 것은 없다. 그래서 흔히 투수의 빠른 공을 '광속구'라고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빚의 속도'가 '소득의 속도'를 앞질러 가계의 주름살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불평등의 심화다.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계층 간 소득불균형이 심화되는 가운데 저소득층은 소득의 7~8배나 되는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통계로 본 이명박 정부 2년 반은 절반의 성공이 아닌 절반의 실패다. 한마디로 역주행 2년 반이다.

 

우선 참여정부 5년 평균 6.6% 증가했던 근로자 명목임금상승률은 ▲2008년 3.1% ▲2009년 1.5%로 증가율이 내림세다. 실질임금 상승률은 참여정부 5년 평균 3.6%였으나 MB 정부 들어서는 ▲2008년 -1.6% ▲2009년 -1.3%로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소득이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4년 이래 처음이다.

 

서민 빈곤화의 상징인 엥겔계수 또한 10년 만에 최악이다. 총지출에서 식료품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한 값인 엥겔계수는 ▲2003년 12.7%에서 ▲2007년 12.2%로 하락했으나, ▲2008년 12.5%로 상승했다가 ▲2009년에는 13.9%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MB 정부 들어서 엥겔계수가 상승한 것은 가구소득 감소로 소비여력이 줄어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식료품비 비중이 커지고 그만큼 서민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 실질소득 추이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했다.

 

나랏빚 증가 속도도 OECD 최고

 

추석을 앞두고 지난 7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한국 가계의 엥겔계수는 13.3%로 집계됐다. 엥겔계수 상승에 따른 부담은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게 더 커진다. 가격이 급등한 채소·과일류에 대한 지출액이 소비지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소득 하위 20% 가구가 1분기 3.98%에서 2분기 5.15%로 1.17%포인트 높아졌다. 반면에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 가구에서는 이 비중이 2.31%에서 2.78%로 0.47%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엥겔계수는 늘어난 가운데 가계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소득의 증가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 6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 711조6천억원은 직전 1년간 총처분가능소득(GNDI) 1117조1천억원의 약 64%를 차지했다. 지난 2003년 상반기 말의 54%와 비교하면 10%포인트나 높다. 더욱이 가계부채가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바람에 가계의 부채 상환능력이 갈수록 악화되는 것이 문제다.

 

가계부채가 이 모양인데 나라살림이라고 해서 온전할 리 없다. 나랏빚의 증가 속도 또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르다. 나랏빚은 ▲2007년 말 298.9조 원에서 MB 정부 들어서 처음으로 300조 원대(2008년 309조 원)를 돌파하더니 ▲2009년 360조 원을 기록했다. 올해말이면 국가채무가 40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데, 궁극적으로 정부가 상환을 책임질 수밖에 없는 공기업 부채를 포함하면 무려 700조 원대이다.

 

일자리라도 늘어나면 청년 세대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걸 수 있으련만, 지난 1월 현재 이미 실업자 121만6천 명, 실업률 5.0%로 IMF 환란 뒤인 2001년 3월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MB 정부는 매년 60만개, 임기 5년간 300만개 일자리를 공약했으나, 지난 2년간 일자리 창출 성적표는 ▲2008년 14만개 창출에 불과했고 ▲2009년에는 대규모 재정지출에도 오히려 7만2천개가 감소했다.

 

참여정부 평균 59.7%였던 고용율 또한 ▲2008년 59.5% ▲2009년 58.6%로 감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식통계에 잡히는 실업자 이외의 취업준비자, 구직포기자, 18시간 미만 취업자를 합한 '사실상의 실업자'는 400만명을 돌파함으로써 MB 정부는 '400만 백수 시대'를 열었다.

 

노인 자살율도 OECD 국가 중 1위

 

문제는 고용의 질이다. 감소한 고용률마저 상당 부분 정규직 일자리를 줄여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제살깎기 일자리 정책에 의존하고 있다. 2007년 8월 570만3천 명이었던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2008년 8월 544만5천 명으로 감소했으나 ▲2009년 8월 575만4천 명으로 30만9천 명이 늘어났다. 그런 가운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2007년 73만2천 원에서 ▲2008년 83만1천 원 ▲2009년 99만9천 원으로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소득 양극화의 추세는 더 강화되었다. MB 정부 들어 부자 감세의 혜택은 부자에게 돌아가고 일자리 감소로 서민 소득이 감소한 탓이다. MB 정부 들어 고소득층인 상위 20%를 제외한 하위 20%와 중위 40%층(중산층 이하) 가구들만 실질소득이 감소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07년 0.344에서 ▲2008년 0.348로 상승했다. 지니계수가 0.4를 넘으면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MB 정부는 G20 정상회의 유치를 최대의 외교치적으로 내세우지만, OECD에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자살율(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이 1위인 '후진'국이다. 특히 노인 자살의 급증은 노인 소득빈곤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OECD에 따르면 30개 회원국의 65세 이상 노령인구의 소득빈곤율은 평균 13.3%인데 한국은 무려 45.1%다. 이는 전체 노인인구의 평균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노인의 비율로 한국 노인 100명 중 45명은 가난하다는 뜻이다. 2위인 멕시코의 28%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오전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해 물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MB의 성공신화 또한 거짓이 된 지 오래다. MB 정부는 "학교 만족 2배, 사교육비 절반, 교육재정 GDP의 6% 확보"를 공약했으나 사교육비는 ▲2007년 20조 원에서 ▲2008년 21조 원으로 오히려 증가했고 교육예산은 ▲2009년 39.2조 원에서 ▲2010년 37.8조 원으로 오히려 1.4조 원 감액 편성했다. 자신의 공약을 헛되게 하는 거침없는 역주행이다.

 

이처럼 서민경제는 파탄 나고 나라살림은 거덜난 가운데, 노인들이 죽기는 쉽지만 살기는 힘든 나라에서 개천에서 용 나기도 틀렸으니, 이런 판에 추석이 있을 리 없다. '불후의 명작'을 패러디해 표현하면 '잃어버린 10년' 만에 지금 온 나라에 추석이 없다.

 

아니, 한반도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냉전회귀적 남북관계와 태풍 수해를 당한 북한까지 감안하면, 지금 '한반도엔 추석이 없다'고 해야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남긴 이 '불후의 명작'은 10년 뒤에도 한국 현실에 널리 적용되는 경제학 '이론'을 토대로 한 '고전'인 셈이다.


덧붙이는 글 | * 참고로 증권투자협회의 연도별 회사채 부도율 통계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은 6.5%였지만, 2000년은 1.77%였고, 2003년엔 1.45%였고, 글로벌 금융위기 있었던 2009년은 3.24%로 그 곱절에 이르렀습니다.
 

 

김대중-노무현의 '불륜'과 이명박의 '로맨스' 
[정치 톺아보기] MB정부 집권 반환점의 인사청문회

<오마이뉴스 2010.08.20>


 

▶ 이명박 대통령은 5월 24일 오전 10시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에서 천안함 관련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했다.


아무래도 '잃어버린 10년'은 맞는 말인 것 같다.

 

세 달 전에 필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 붕괴로 통일한국 대통령 꿈꾸나'라고 경고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관계와 군사·외교 분야를 망라한 대북 강경조처를 담은 '5·24 조치'의 이면에 담긴 '노림수'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46명 죽음 위에서 표밭 가꾸는 MB... 북한 붕괴로 '통일한국 대통령' 꿈꾸나)

 

'5·24 조치' 당시 사석에서 만난 국책연구기관장은 "유엔의 제재와 남한의 대북지원 봉쇄 압박으로 김정일 수명을 10년 단축시켰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이명박 정부의 목표는 북한의 정권교체에 있다"고 확언했다. 그래서 '5·24 조치'가 발표된 전쟁기념관에서 '통일한국 대통령'을 꿈꾸는 '이명박의 어두운 그림자'에 주목했던 것이다.

 

MB정부 출범 2년반 만에 10년의 노력이 '도로아미타불'

 

언론의 기본 책무는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다. 그래서 때로는 긴가민가하면서도 의혹을 제기할 때가 있다. 그런데 통일한국 대통령의 허망한 꿈에 대한 우려는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강조한 '통일세' 제안으로 현실이 되었다. 아니, 통일세 제안은 한 사례일 뿐이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 출범 2년반 만에 한국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민주개혁진보를 향한 지난 10년의 노력이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다. 대한민국 민주화와 개혁 그리고 진보의 시계는 2년째 뒷걸음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진전을 보였던 민주주의와 인권, 서민경제 그리고 남북화해협력의 3대 국정분야에서 위기를 초래하더니 이제는 4대강으로 국민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우선 '잃어버린 10년' 동안 사라졌던 공작정치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백주대낮에 공권력의 민간인 불법사찰이 버젓이 실시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야당과 언론의 폭로로 민간인 사찰 사건의 진상이 백일하에 드러났지만, '보이지 않는 손'은 국무총리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손할 만큼 담대하고 조직적이다.

 

경찰청장 후보자는 승자권력의 정치보복에 맞서 스스로 비극적 죽음을 택한 전직 대통령을 공공연하게 부관참시(剖棺斬屍) 할 만큼 대담하고 잔혹하다. 권력의 첨병인 경찰조직의 총수가 경찰관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공공연하게 그런 발언을 하고 강연 동영상을 CD에 담아 배포했다는 것은 어쩌면 '실언'이기보다는 의도적인 '충성 발언'에 가깝다.

 

조현오의 '충성 발언'과 이명박의 '무대뽀 백일몽'


◀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

 

그래서 더 무섭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2008년 부산경찰청장 시절에 이미 "승진하려면 이재오, 이상득에 줄 대야"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어느 쪽에 줄을 댔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그 후 경기경찰청장을 거쳐 서울경찰청장으로 승승장구했다. 결국 조현오 후보자(당시 서울청장)의 '노무현 차명계좌' 발언은 이 정권의 권력자들이 평소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는 이야기나 진배없다.

 

이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국민성공시대'는 '부도수표'가 된 지 오래다. 특히 후보 시절에 화려하게 내건 '747공약'(연 7%의 경제성장으로 10년 후 일인당 소득 4만불, 7대 경제강국 달성)은 '447', 즉 '400만 실업자 시대, 국가부채 400조, 가계부채 700조원' 시대의 개막으로 뒤바뀌었다. 임기 중반에 들어 잃어버린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친서민'과 중도실용을 표방하지만, '쪽방촌'에까지 알뜰하게 '투자'한 장관 내정자를 내세우고 진정성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 정부 10년간 쌓아올린 남북화해협력의 공든 탑은 의지도 전략도 비전도 없는 현 정권의 이른바 '비핵-개방-3000'(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에 나선다면 1인당 국민소득이 10년 안에 3천 달러가 되도록 지원)이라는 터무니없는 구상은 무너진 지 오래다. 대북포용정책에 대해서도 흡수통일 의심을 품은 북한 당국을 상대로 지난 정부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이끌어냈으나, 이 정부는 그 선언들을 간단히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래 놓고도 이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통일세'를 제안했다. 누가 봐도 흡수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포석인데 이 대통령 본인만 흡수통일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란다. 그걸 평양의 김정일 국방위원장더러 믿으란다. 고사해 가는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려 통일대업을 완수하겠다는 '무대뽀 백일몽'이 무섭다.

 

이현동 국세청장 청문회 일정 날치기는 '제2의 이현동' 줄 세우기

 

또 다른 '무대뽀'는 '8·8 개각'에 따른 국무총리 및 장관·청장 후보자 10명에 대한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한나라당이 여야 합의 없이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을 '날치기' 처리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현동 후보자가 국세청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에 대한 국세청의 감찰과 퇴진 압박에 불법적인 개입을 했는지 등을 검증하기 위해 안원구 전 국장의 증인채택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끝내 안 전 국장의 증인채택을 거부하고 인사청문회 일정을 날치기 처리한 것이다.

 

▶ 이현동 국세청장 내정자.

 

안씨는 대구지방국세청장 시절 포스코 정기세무조사에서 지난 대통령 선거 경선 때 논란이 된 서울 도곡동 땅이 이명박 대통령 소유라는 자료를 발견하는 등의 이유로 국세청의 사직 권유를 받았고, 이를 거절하자 내부감찰 및 고발까지 당해 현재 구속되어 있는 상태다. 그런데 <오마이뉴스>는 최근 안원구 전 국장에 대한 내부감찰 및 고발 과정에서 이현동 당시 서울국세청장이 본청의 감찰업무에 개입(월권)한 의혹을 뒷받침하는 녹취록을 입수해 공개한 바 있다.

 

따라서 이 후보자가 안원구 전 국장에 대한 감찰에 개입한 월권행위를 했는지 여부는 국세청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지 아니면 국세청을 권력의 시녀로 전락시킬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증인채택을 거부하고 단독으로 청문회 일정을 의결한 것은 여야합의를 통한 국회 운영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자, 거대 여당의 횡포이다.

 

더구나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와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는 공교롭게도 각각 청장후보 1순위 보직인 서울청장 시절에 그와 같은 '충성 언행'을 했다. 따라서 그런 '충성 언행'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외면하는 것은 청문회를 무력화하고 국회를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시켜 수많은 제2의 조현오, 제3의 이현동을 권력 앞에 줄 세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4대 권력기관장과 국무위원 청문회는 한나라당 요구로 시작

 

경찰청장과 국세청장을 비롯한 4대 권력기관장과 국무위원들의 인사청문회는 한나라당이 요청해 2000년부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순차적으로 도입된 제도이다.

 

한나라당은 총리인준을 거부함으로써 김대중 정부 출범을 방해했다. 한때 자당의 대표였던 김종필 국무총리의 '서리 꼬리'를 6개월 동안이나 떼어주지 않는 '몽니'를 부린 것이다. 한나라당은 그 뒤로는 전략을 바꾸어 장상-장대환 총리후보자 인준청문회에서 위장전입 사실을 부각시켜 두 총리후보자를 '서리'에 머물게 했다. 특히 장대환 후보자의 경우 자녀교육이 목적이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범법자"라고 몰아세웠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한나라당은 이헌재 경제부총리, 이기준 교육부총리,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 등의 부동산 구입을 위한 위장전입을 문제 삼아 사임하게 했다. 교수 출신인 김병준 교육부총리는 논문 중복게재 의혹에 대한 집중공세 끝에 낙마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워낙 공직후보자의 위장전입이 많다보니 자녀교육 목적이라면 큰 흠으로 삼지 않는다는 가이드라인마저 생길 만큼 '관대'해졌다. 병역기피 의혹까지 받은 정운찬 전 총리의 경우, 부인이 전원주택 구입 목적으로 위장전입한 의혹을 받았지만 다수당의 힘으로 총리가 되었다. 그밖에도 김성이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장관 등이 김병준 전 부총리 사례와 유사한 논문 중복게재 사실이 드러났지만 임명을 받았다.

 

그러니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도대체 이명박 정부는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 3대 필수과목을 세 가지 다 이수하면 대통령 되고, 한두 가지 하면 장관 되고"라고 이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릴 만도 하다. 그런데 이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불륜'이 이명박 정부에선 '로맨스'라는 청문회 이중잣대로도 모자라 '스캔들'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마저 원천봉쇄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지만 권력에 대한 견제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은 지금 인사청문회에 임하는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행태를 주시하고 있다. 남은 절반의 임기마저 실패로 끝내지 않으려면, '강부자'와 '고소영' 내각으로 첫 단추를 잘못 꿴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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