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도곡동 땅 의혹' 다시 불거지나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 항소심 공판서 "실소유주 나온 전표 봤다"
미디어오늘 2010년 09월 25일
안원구 전 국세청 세원관리국장(50·구속)이 항소심 공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로 나와 있는 전표가 있다고 밝혔다. 안 전 국장은 녹취록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간접 언급했지만 공개 석상에서 밝힌 것은 처음이다. 경향신문은 25일자 1면 머리기사로 이 소식을 전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24일 서울고법 형사4부(김창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안 전 국장은 지난해 12월 한 인터넷 매체(뷰스앤뉴스)가 보도한 <국세청 실무자 "도곡동 전표, 직원들 다 봤다">는 제목의 기사에 대해 "모두 맞다"고 확인했다.
이 기사는 신동아 보도를 전한 것으로, 2007년 포스코건설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대구지방국세청 직원들이 도곡동 땅 실소유주가 명기된 전표를 확인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 전 국장 측 조광희 변호사는 "2007년 대구지방국세청의 포스코건설 세무조사에서 안 전 국장(당시 대구청장)이 부하 직원으로부터 도곡동 땅 전표가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고 확인한 결과 전표에 실소유주 이름이 '이명박'으로 돼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안 전 국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동 땅 실소유 관계를 증명하는 문건을 장승우 전 대구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이 보았다'는 취지의 녹취록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백용호 전 국세청장은 청장 재직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그런 문서는 없는 것으로 보고받았다"며 존재 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
'도곡동 땅 의혹'이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4개 필지를 친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 명의로 매입·관리해오다 1995년 포스코건설에 팔았다는 의혹을 말한다.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실소유자가 누군지에 대해 논란이 불거졌지만, 검찰과 특별검사는 이 대통령의 소유가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BBK 사건과 함께 2007년 대선의 최대 쟁점이었지만 유야무야됐다.
한편 안 전 국장은 2006~2008년 기업들의 세무조사 편의를 봐주고 부인이 운영하는 갤러리의 미술품을 강매한 혐의(알선수재 및 뇌물수수) 등으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 추징금 4억원을 선고받았다.
“현상 말고 본질을 보도해 달라”
[인터뷰] 안원구 국세청 국장 부인 홍혜경씨
미디어오늘 2009년 12월 30일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유임 로비, 국세청의 조직적인 사직 압력, 태광실업 표적 세무조사,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당 땅 문건, <월간조선> 기사 누락…안원구 국세청 국장의 ‘파일’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정국을 뒤흔들 또 하나의 ‘게이트’가 될 것이라는 언론사의 예고가 무색하게 요즘 안 국장 사건은 잠잠하다. 검찰이 안 국장을 미술품을 강매한 혐의로 구속 기소한 이후 각 건마다 매머드급이 될 만한 ‘안원구 파일’에 대한 언론의 ‘검증’과 ‘후속 보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부인 홍혜경씨(사진·가인갤러리 대표)는 인터뷰를 꺼렸다. 이번 일을 겪으며 언론에 호의적이지 않게 됐다는 점도 숨기지 않았다. 홍 대표는 안 국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끝난 마당에, 언론 인터뷰가 오히려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특히 안 국장이 체포된 이후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한 홍 대표에 대해 검찰이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음을 그도 짐작하고 있었다. 지난 28일 저녁 서울 평창동 가인갤러리에서 어렵게 만난 홍 대표는 특종 경쟁과 냄비식 보도 등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관행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 안원구 국장의 부인 홍혜경씨
- <신동아>가 신년호에서 ‘지난 2007년 포스코건설 세무조사를 진행했던 대구지방국세청 실무자로부터 도곡동 땅 실소유를 증명하는 문건을 봤다’는 녹취록 내용을 공개했던데.
“우리가 계속 주장했던 내용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언론사에 다양한 부서가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 우리 사건에 접근하는 핵심은 다르지 않더라. 나는 ‘옷’을 얘기하는데 기자들은 ‘옷에 모자가 달렸다’거나 ‘옷의 단추가 어떻게 생겼다’라는 식으로 ‘보이는 부분’에 따라 다른 기사처럼 쓰는 것 같다.”
- 안 국장이 폭로한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상당히 중요한 문제인데.
“그동안 나는 기자는 ‘진실을 좇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접촉해 보니 ‘현상만 좇는 사람’인 것 같다. 이번 문제도 핵심은 하나인데, 기자들은 조금씩 다른 현상을 보여주며 완전히 다른 기사인 것처럼 특종 경쟁을 하더라. 심층 취재도 별로 없고, 재판까지 가야 하는 긴 사안인데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기자도 거의 없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언론에 호의적이지 않게 됐다.”
- 언론에서 안 국장 사건 보도가 거의 사라졌다.
“한상률이라는 사람과 국세청이라는 국가기관의 문제라서 그런 것 아니겠나. 내용은 한상률이라는 사람과 몇몇 국세청 관계자의 월권 행위지만, 표면적으로는 국세청이라는 국가기관이 걸려 있는 일이라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게다가 언론은 검찰 기소 이후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 않나. 이번 건만 아니라 다른 사건도 마찬가지인 것 같더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재판 과정이다. 우리는 검찰이 주장한 공소 내용을 뒤집기 위해 나름대로 여러 증거 자료를 제출할 것이다. 지금 구체적인 내용을 얘기할 순 없지만, 검찰 주장을 반박할 것이 많이 있다.”
- 이번 일의 배후로 계속 국세청을 지목하고 있는데.
“검찰이 갤러리에 압수수색 들어왔던 날, 조선일보 기자가 갤러리 사무실에 찾아왔다. 검찰은 ‘갤러리 쪽에서 알려준 것 아니냐’고 따지더라. 하지만 압수수색 받는 게 뭐 자랑이라고 기자를 불렀겠나. 게다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 기자에게 어디서 알고 왔느냐고 했더니 ‘검찰에도 출입기자가 여럿 있다’고 하길래 우리는 검찰에서 알려줬다고 생각해 따졌다. 나중에 변호사를 통해 알아보니 국세청을 출입하는 기자였다.”
- 한때 언론 인터뷰를 자주 했던 것 같은데 최근엔 뜸한 것 같다.
“언론을 많이 접촉하면서 남편 일이 정치쟁점화돼 우리에게 불리해졌다. 내 입장에선 억울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건데, 검찰은 내 인터뷰가 수사의 본질을 호도한다고 보는 것 같다. 내 행동이 혹시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지 신중할 수밖에 없다.”
- 언론에 대해 실망을 많이 한 것인가.
“그렇다. 너무 근시안적으로 사고하는 것 같다. 우리는 작가에 대해 첫 평론을 쓴 뒤 두 번째 평론을 쓰는 데 10년 정도 걸린다. 그 정도는 돼야 사람과 작품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언론은 하루 이틀에 목맨다. 어디서 기사 하나 나면 받아쓰느라 바쁘고, 뒤늦게 취재한다고 난리다. ‘특종’에 대한 개념도 그렇다. 특별한 관점으로 나만의 문제제기를 하는 게 특종 아닌가. 그런데 한국 언론은 ‘남보다 빨리 쓰는 것’만 특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검찰 수사 보도도 마찬가지다. 검찰이 남편에 대한 혐의 내용을 공개했는데, 언론은 마치 그것이 범죄 사실인 것처럼 받아썼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는 나라에서 검찰은 모든 공소 내용이 유죄인 것처럼 흘리고, 언론은 검증없이 받아쓴다. 제발 ‘현상’보다 ‘본질’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를 인터뷰했다면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 그 취지를 제대로 전달해 줬으면 좋겠다.”
- 홍 대표가 언론에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이었나.
“국세청 감찰반이 1년 이상 남편에게 사퇴를 협박하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검찰수사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우리에게 ‘검찰에 넘기겠다’고 협박한 내용과 검찰 수사 내용이 같은 것을 보면 국세청이 뒤에 있다는 것 아닌가. 나는 남편이 억울하게 체포돼 석연치 않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고, 검찰을 향해서도 ‘오해에서 시작된 수사니 제대로 다시 봐 달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가 문제제기 하려고 했던 국세청의 불법 행위는 제대로 부각되지 않은 채 언론은 도곡동 땅 등 정치 쟁점화할 수 있는 내용에만 관심이 있더라.”
- <월간조선> 기사 누락과 관련해 그쪽에서는 ‘도곡동 땅 전표를 안 국장이 폐기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 추가 취재를 시켰다’고 하던데.
“어떻게 그걸 남편이 마음대로 폐기하나. 말이 안된다. 그리고 폐기하라고 지시할 수는 있지만 직접 폐기했다는 건 국세청 시스템을 모르는 얘기다. <월간조선> 기자는 그 기사를 내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안다. 2008년부터 국세청 문제에 관심을 갖고 준비해 왔다고 하더라. 장담하건데, 남편을 취재했던 기자는 속으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을 것이다.”
- 조선이 해당 기사로 국세청과 뭔가 딜을 했다고 보는가.
“그렇다.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남편은 짐작하는 게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말할 입장은 아니다. 때가 되면 ‘딜’의 내용에 대해 남편이 얘기할 것이다.”
죽은 노무현이 산 이명박과 다시 조우
[안원구 사건 요약]엄청난 후폭풍 예상
미디어오늘 2009년 11월 28일
아직 일반인의 관심은 많지 않지만 안원구 사건은 어마어마한 후폭풍을 불러올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상률 게이트로 불리게 될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폭로된 내용으로 본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등 전현 정권의 실세가 개입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는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펄쩍 뛰고 있지만 여느 대형사건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한겹씩 양파껍질이 벗겨지고 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드러난 사실을 중심으로 정리한다.
1.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일 안원구의 구속이다. 안원구는 국세청 국장이다. 아무개 기업에 세무조사를 무마해줄 테니 자신의 부인의 소유하고 있는 그림을 비싸게 사달라고 강요했다는 혐의다. 안씨의 부인 홍혜경은 가인갤러리 대표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사건은 흔한 공무원 비리처럼 보였다.
2. 그런데 23일 일부 언론에 홍혜경의 인터뷰가 실린다. 홍혜경은 갑자기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비리를 폭로하기 시작한다. 한상률이 정권의 실세에게 10억원을 줘야 하는데 안원구에게 3억원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는 이야기다. 홍혜경은 또 한상률이 국세청 차장 시절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그림을 뇌물로 줬다는 사실도 폭로한다.
3. 여기서 잠깐, 한상률이 누군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탈세 혐의를 수사한 사람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를 했고 나중에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다는 자백을 끌어낸 것도 한상률이다. 이 사건은 결국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그는 뇌물 청탁 혐의가 드러나 올해 2월 청장에서 사임하고 미국으로 도피했다.
4. 이쯤해서 관심이 가는 대목은 한상률이 10억원을 주려고 했다는 정권의 실세가 누구냐다. 한상률은 노 전 대통령 시절 국세청장에 임명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1년이나 연임했다. 정권의 실세에 선을 대고 박연차 사건으로 모종의 거래를 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5. 그런데 다음 날 안원구의 녹취록이 공개된다. 안원구가 녹음한 7GB 분량. 놀랍게도 이 녹취록에는 국세청의 고위 간부가 안원구에게 명예퇴직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만약 명퇴를 하면 외부기관에 CEO를 드리고 그렇게 하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겠느냐. 청와대를 포함해서 정부 전체에서 그렇다. 내가 책임진다."
6. 이 녹취록에는 안원구가 강제로 그림을 팔았다는 기업 관계자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불지 않으면 우리가 다 죽는다. 어쩔 수 없다." 강요에 의한 자백을 했다는 말일까. 이쯤 되면 다시 궁금해진다. 한상률은 도망가고 없고 청와대는 안원구의 입을 막으려 한다. 안원구는 이를 미리 알고 주도면밀하게 녹취를 하고 있었다.
7. 그리고 26일 민주당 의원들이 안원구를 면회하고 돌아와서 한상률이 선을 댔던 정권 실세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었다는 사실을 공개한다. 한상률과 안원구가 이상득을 찾아가 연임을 부탁했다는 이야기다. 더 놀라운 건 안원구가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도곡동 땅에 관련한 핵심 증거를 확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8. 안원구는 2007년 국세청 대구청장으로 일하던 무렵 포스코건설을 조사하던 중 이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와 형 이상은씨 공동명의로 돼 있다가 포스코에 팔았던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도곡동 땅은 BBK 사건과 함께 2007년 대선의 최대 쟁점이었는데 안원구는 입을 다물었다.
9. 그리고 안원구가 작성했다는 문건도 유출됐다. 안원구는 월간조선과 인터뷰를 했는데 기사가 실리지 않았고 신동아와 인터뷰를 앞두고 구속됐다. 안원구는 구속 직전에 친구에게 이 문건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안원구는 이 문건에서 대통령의 비밀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몰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10. 지금까지 민주당에서 제기한 의혹을 정리하면 이렇다. 한상률은 연임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에게 줄을 댔다. 그리고 박연차 게이트를 터뜨렸다. 그러다가 박연차 수사가 시작된 뒤 미국으로 도피한다. 애초에 노 전 대통령을 노린 기획 수사였고 검찰의 방조 아래 가능했던 기획 도피였다.
11. 그리고 덤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동 땅에 대한 진실도 드러났다. 궁지에 몰린 안원구는 어떻게든 이명박 정부를 압박할 생각으로 알고 있는 정보를 여기저기 흘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월간조선은 취재를 다 하고 기사까지 써놓았으면서도 이를 터뜨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안원구가 구속됐다.
12. 청와대와 관련 당사자들은 모두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반응이지만 빠져 나가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안원구는 문건에서 한상률의 지휘 아래 박연차의 뒤를 캐는 일에 투입됐던 적이 있다고 털어놓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정권 차원에서 기획된 표적수사였음이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
13. 흥미로운 건 안원구와 한상률의 관계인데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 안원구는 경북대 선후배 사이. 한상률은 아마도 안원구의 고속 승진을 질투했던 것 같다. 올해 1월 전군표의 부인 이아무개가 폭로한 바에 따르면 한상률이 그림을 주면서 안원구를 밀어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전군표는 이를 거부했고 두 앙숙은 서로 물어뜯는 사이가 됐다.
14. 전군표가 받은 그림은 고 최욱경 화백의 작품이었는데 5천만원 상당이라고. 그런데 이 그림을 팔려고 내놓은데가 하필이면 안원구의 부인 홍혜경이 운영하는 가인 갤러리였다. 나중에 그림 가격을 듣고 놀란 전군표의 부인이 이를 공개하면서 로비 의혹을 제기했고 결국 한상률은 옷을 벗게 됐다. 안원구를 죽이려던 그림이 돌고 돌아 자신을 죽이게 된 것이다.
15. 살아남기 위해 모종의 거래를 획책하던 한상률. 한상률에게 내몰려 절박하게 생존을 노리던 안원구. 안원구는 궁지에 몰리자 치밀하게 '사후'를 대비한다. 따지고 보면 이번 사건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획수사'가 단서가 된 것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파장은 부메랑처럼 다시 현직 대통령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결국 죽은 노무현이 산 이명박과 다시 조우하게 된 것일까.
안원구 국장은 누구인가
국세청 TK 대표주자, MB정부 실세 친분
미디어오늘 2009년 12월 02일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은 지난달 27일 회의에서 안원구(49·사진) 국세청 국장을 “일개 국세청 국장”이라고 지칭했다. 안원구 국장 폭로에 대한 언론관심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안 국장은 국세청 대구·경북(TK) 대표주자로 손꼽혔던 잘나가는 고위 공무원이었다. 대선을 앞둔 2007년 7월에는 대구 지방국세청장에 임명됐다. 그는 대구 영신고와 경북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이명박 정부 TK 실세들과 두터운 친분을 지닌 인물이었다. 참여정부 임기 말 국세청장을 지낸 한상률 전 청장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교체 대상에 오르자 TK 실세와의 자리를 마련해 유임에 도움을 준 인물이 바로 안 국장이다.
안 국장은 이상득 의원과의 만남을 주선했으며 이 의원 아들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호영 특임장관과의 친분도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안 국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5년 동안 청와대에 파견됐고, 그 경험은 남보다 빠른 승진의 배경이었다. 안 국장은 국세청 차장 물망에도 올랐지만, 한 전 청장은 지난해 4월 자신의 첫 인사에서 그를 서울청 세원관리국장으로 좌천시켰다. 한 전 청장과 안 국장이 어떤 계기로 관계가 깨졌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안 국장은 도곡동 땅 문건과 관련해 ‘MB 뒷조사’ 의혹을 받으면서 입지가 약화됐다. 안 국장은 다양한 형태로 구명 노력을 벌였고, 훗날을 기약하며 주요 인사들과의 대화내용을 꼼꼼히 기록하고 녹취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홍혜경 가인갤러리 대표와는 지난 2006년 7월 재혼한 관계이다. 홍 대표의 프로급 언론감각도 주목할 대목이다. 언론은 앞 다투어 그를 인터뷰했고,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건 기사를 내보냈다. 여러 언론에 단독보도를 나눠준 인물이 바로 홍 대표이다.
검찰, 왜 신동아 인터뷰 앞두고 안원구 연행했나?
[뉴스분석] 국세청 로비의혹, MB정권 핵심실세 연루 논란
2009년 11월 26
“(안원구 국세청 국장이 검찰에) 체포된 전후로 월간 조선과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도곡동 땅, 박연차 수사와 관련된 인터뷰를 한 적이 있고 신동아와 인터뷰를 하기로 예정된 시점에서 긴급체포를 한 이유가 입막음용 수사기 아닌가 싶다.”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은 26일 ‘한상률 게이트 및 안원구 국세청 국장 구속 진상조사단’ 단장 자격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의 안원구 국장 긴급 체포와 관련해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이 안원구 국장을 체포한 이유는 건설업체에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자신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갤러리에 그림을 강매한 혐의다. 그러나 야당과 언론은 한상률 전 국세청장 로비 의혹과 밀접한 인물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안원구 국장을 긴급 체포를 둘러싼 논란은 폭발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초대형 사건으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한상률 전 청장 로비의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과 얽혀 있다.
안원구 국장은 한상률 전 청장을 이명박 정권 최고 실세로 통하는 인물로 만남을 주선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상률 전 청장은 국세청장 자리보전을 위해 대구 지역에서 인맥이 두터운 안원구 국장을 활용했으며, 3억 원의 인사 청탁용 돈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세계일보 11월25일자 3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정권을 흔들 ‘게이트’로 비화될 수밖에 없다. 사건 연루 의혹을 받는 인물은 이명박 정권 핵심 중의 핵심으로 꼽혔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안원구 국장은 월간 조선과 접촉을 한 바 있고, 신동아와 접촉을 앞두고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신동아는 12월호에 <심층취재-국세청 국장 검찰수사 내막>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신동아는 안원구 국장과 직접 만나지 못했고, 인터뷰도 담지 못했다. 민주당은 안원구 국장이 국내 유력 월간지와 접촉을 하려던 배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언론에 뭔가를 말하려다가 검찰에 긴급 체포돼다는 의혹이다. 한상률 전 청장은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둘러싼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태광실업 세무조사의 칼끝은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향했고,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주변인물에 대한 먼지 털이 수사를 펼쳤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의 표적 수사 논란 속에 지난 5월23일 서거했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일상적 국세청 근무가 아니라 청와대나 이명박 대통령 간의 교감 속에 진행된 것인지,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직접 보고를 했는지 여부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언론도 검찰 수사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허승호 동아일보 편집부국장은 25일자 35면 <몸통엔 무능, 깃털엔 펄펄>이라는 칼럼에서 “일선 검사들은 ‘윗선에서 안씨 수사에 왜 그리 매달리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놓는다. 필자 역시 검찰 수사가 왜 몸통 아닌 깃털을 주로 겨냥했는지 내막을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이미 ‘게이트’라는 표현이 기사 제목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세계일보는 25일자 3면에 <MB정부 첫 ‘게이트’로 번지나>라는 기사를 내보냈고, 내일신문도 25일자 1면에 <먹구름 신호탄 ‘게이트’로 터지나>라는 기사를 실었다. 국세청 국장 부인은 언론과 직접 만나 의혹의 내용을 털어놓고 있다.
▲ 경향신문 11월25일자 3면.
경향신문은 25일자 3면에 <“한상률, 대선 전부터 여권 실세에 로비 ‘청에 승진청탁’ 박연차 조사 협조 회유”>라는 제목으로 안원구 국장 부인인 홍혜경씨와의 단독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은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다. 하지만 그는 ‘기획출국’ 논란을 일으키면서 외국으로 나가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다. 검찰의 한상률 전 청장 출국을 왜 막지 않았는지도 여전한 논란의 대상이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26일 논평에서 “검찰의 수사방향이 좀 이상하다. 문제의 본질, 의혹의 당사자를 소환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부만 겉도는 수사이며 또한 의혹을 제기한 사람을 오히려 처벌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수사가 방향을 잃고 있다고 우리는 의심한다”고 말했다.
▲ 동아일보 11월25일자 35면.
중앙일보는 지난 24일자 사설에서 “문제는 이런 의혹들의 중심에 있는 한상률 전 청장이 미국에 장기체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3월 태광실업의 탈세 혐의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서기 직전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한 전 청장이 실제로 안 국장에게 3억 원을 요구했다면 그것만으로도 ‘뇌물요구죄’에 해당한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빨리 한 전 청장을 소환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상률 전 청장은 25일 (현지시간) 미국 뉴욕주립대 연구실에서 뉴욕 특파원들과 만나 기획출국설에 대해 "국세청장 사퇴 후 억울한 마음을 접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려고 유학을 계획했던 것"이라면서 "진실이 거짓을 이길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현재로서는 귀국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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