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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미·유럽선 폐기된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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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청비 2010. 9. 2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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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미·유럽선 폐기된 방식… 한국정부에 물어볼 것 많다”

 

<경향신문>
 

▶ 맷 콘돌프 교수(오른쪽)가 지난 추석 연휴 집중호우로 무너진 여주읍 연양천의 '신진교'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남한강 본류와 400여m 떨어진 지천에 자리잡고 있는 신진교는 4대강 준설 작업의 영향으로 교각 지반이 약화돼 붕괴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7일 오전 경상북도 상주시 경천대의 전망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낙동강은 반원을 그리며 중동면 회상마을을 휘감고 돌았다. 강과 마을 사이에 고운 모래톱이 물줄기를 따라 펼쳐졌다. 낙동강 1300리 가운데 제1경으로 꼽히는 절경이다. 한참을 바라보던 맷 콘돌프 버클리대 교수(하천지형학)가 입을 열었다.

 

"이 자체로 엄청난 자연 자원인데 4대강 사업은 이 풍광을 완전히 바꾸게 될 겁니다. 불안정하고 부자연스러운 변화가 일어날 거예요. 이런 형태의 유역관리는 미국과 유럽에서 20세기 중반 폐기된 방식입니다. 절대로 복원(restoration) 사업이라고 부를 수가 없어요."

 

이 지역은 4대강 정비사업에 따라 강바닥을 파내는 본격적인 준설작업을 앞두고 있다. 이미 상류 부근에는 준설이 진행됐다. 5㎞가량 떨어진 지점에 한창 공사 중인 상주보의 모습이 보였다. 공사를 마치면 마을을 가로질러 제방이 쌓이고 수심이 깊어지면서 자연이 형성한 모래톱은 사라지게 된다.

 

국제적 지명도를 갖고 있는 하천전문가 콘돌프 교수는 심포지엄 참석차 한국에 온 바로 다음날 대한하천학회 전문가들과 함께 4대강 사업 현장 답사에 나섰다. 서울대 홍종호 교수와 수원대 이원영 교수 등이 동행했다.


현장을 안내한 지율 스님을 따라 강가로 내려갔다. 발을 담그니 맑은 물속에 송사리들이 오갔다. 스님은 그러나 "준설로 벌써 물이 탁해지기 시작했고 앞으로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곧이어 도착한 낙단보 공사현장에는 강바닥에서 파낸 준설토가 수백개의 산을 이루고 있었다. 20여m까지 쌓인 '준설토 산'에 오르니 강 반대편에서 분주히 오가는 포클레인과 대형 트럭들이 눈에 들어왔다.

 

콘돌프 교수는 강바닥이 낮아지며 드러난 낙단대교의 기단을 꼼꼼히 살폈다. 그는 "강을 복원한다는 명목으로 대규모 준설이 이뤄지는 데 큰 충격을 받았다"며 "정부 계획대로 6~7m씩 준설될 경우 수심이 깊어지고 물의 양이 늘어나면서 다리가 더 큰 압력을 받게 돼 붕괴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모래가 사라진 '배고픈 강(Hungry river)'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준설작업 등으로 모래가 부족한 강을 일컬어 '배고픈 강'이라고 부르는데, 이 경우 강물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줄일 수 없어 치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콘돌프 교수는 독일 라인강 하류에서도 상류지역 준설과 댐 건설로 '배고픈 강' 현상이 일어나 매년 17만㎥의 자갈과 모래를 인공적으로 붓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돌프 교수 일행은 오후 5시쯤 경기 여주의 남한강 공사 구간에 이르렀다. 강천보 공사현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여주읍 연양천의 신진교 붕괴현장으로 향했다. 지난 21일 집중호우로 내려앉은 신진교는 V자 모양으로 꺾여 있었다. 준설작업이 이뤄진 남한강 본류와 불과 400여m 떨어져 있어 준설작업의 영향으로 붕괴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곳이다.

 

"본류 준설이 지류에 피해를 주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콘돌프 교수는 "노후한 다리와 폭우 때문"이라는 정부 주장을 반박했다. 많은 비가 내리면서 유량이 늘어났고, 급격한 낙차로 유속까지 빨라지면서 다리 하단이 강한 압력을 받았다는 것이다.

 

◀ 4대강 사업이 진행 중인 낙동강 낙단 일대 모습.

 

서울로 향하는 동안 그는 "이런 방식의 사업으로 한국 정부가 말하는 생태 복원과 홍수 예방이라는 목적을 어떻게 이루겠다는 것인지 질문할 것이 너무나 많다"고 했다. 댐 건설과 준설로 인해 오히려 강이 불안정해지고 하류의 홍수 피해도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준설 뒤 댐으로 물을 가두면 유량이 많아져 홍수기에 상류 쪽의 부담이 커질 것이고, 수문을 열면 유속이 빨라져 하류에 피해가 집중되므로 어느 쪽도 안전하지 않다. 대규모 준설은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또 "모래가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강의 생태적 기능을 증진하면서 홍수터와 범람원을 확보하는 것이 올바른 복원"이라고 강조했다.

 

콘돌프 교수는 향후 한국 정부에 질의서를 보낸 뒤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논문을 작성해 학술지에 기고할 계획이다. 그는 유엔환경계획(UNEP)이 한국의 4대강 사업을 녹색성장의 대표적 사업으로 꼽은 것과 관련, 다음주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해 UNEP에 4대강 사업에 대한 우려를 전할 예정이다.

 

 

▲ 맷 콘돌프 교수는

미국 버클리대 지형학과 교수로 환경적인 유역 관리와 강 복원 사업 등 하천 지형 연구의 전문가다. 지난 3월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4대강 사업은 유역 관리에 대한 낡은 사고방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는 치수 장애물… 4대강 사업 왜 하는지 이해 안가”


하천정비 전문가인 일본의 이마모토 히로타케 교토대 명예교수(73·토목공학)가 29일 오후 1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대한하천학회 주최 '4대강 사업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다. 올해 두차례나 4대강 사업현장을 답사한 이마모토 교수는 심포지엄에서 '한국의 4대강 사업에 대해 제기되는 의문점'이라는 제목의 '시찰기'를 발표한다. 경향신문은 이마모토 교수가 4대강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직접 쓴 '4대강 사업 시찰기'를 요약·소개한다.


내가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람사르 네트워크 일본(Ramsar Network Japan)과 함께하는 '한국 4대강 사업 한·일 시민 시찰단'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 재생한 청계천에 박수를 쳤지만, 어쩐지 수상함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주도하는 4대강 사업이 과연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우선 한국 정부는 2016년에 10억㎥의 물이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고, 운하반대교수모임은 '물부족 주장은 허구'라고 한다. 한때 일본에서도 과대한 물수요 예측 아래 수자원을 개발했다. 한국의 경우에도 대량의 신규 수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낙동강 구간에는 하구언 외에 8기의 보(洑)가 신설된다. 낙동강 구간은 334.8㎞(하구~안동댐) 중 안동댐 인근(60㎞ 정도)을 제외한 270㎞ 정도가 8억㎥의 물을 담은 9개의 (거대한) 저수지로 변하는 것이다.

 

(이렇게 낙동강 전체가 9개의 저수지가 된 상황에서) 홍수가 난다면 어떻게 효율적으로 물을 빼낼 수 있을까. 가능한 것인가. 9개의 거대한 저수지에는 8억㎥의 물이 담길 예정인데, 홍수기에는 저수위를 낮춰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8억㎥의 물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치수 측면에서 말하면 '보'는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일 뿐이다. 홍수 때 떠내려 가는 나무에 의해 수문이 고장 날 가능성도 있다. 9기의 보 모두를 적절히 조작해야 하는데, 만일 몇 개의 보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영향은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 극히 위험하다는 얘기다. 일본 구마가와에는 하구로부터 19.90㎞ 지점에 아라세댐(제고 25.0m, 총저수량 1013.7만㎥), 28.86㎞ 지점에 세토이시댐(제고 26.5m, 총저수량 993만㎥)이 위치해 있다. 이들 댐에 의한 배수효과로 홍수위는 상승했고, 퇴적된 토사에 의해 수위는 더 높아지고 있다. 많은 보를 설치하는 한국의 4대강 사업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환경문제도 마찬가지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한 환경영향 조사는 지극히 불충분한 것으로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풍부한 생태계를 갖고 있는 사주(砂洲)가 수몰 혹은 철거의 쓰라림을 당하고 있다.

 

한국의 하천을 돌아보면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이다. 주 목적이 신규 수자원 개발과 홍수 방어에 있다고 해도 긴급성은 없을 것이다. '사업을 위한 사업'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국에서는 하천과 주변 농지의 연속성이 유지되어 있고, 토사가 아름다운 영근(하상 최심부의 작은 물길)을 형성하고 있다. 큰 의미없는 공사 때문에 그런 것들이 파괴되어 가는 것은 유감이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앞으로의 물 수요 측면을 고려해보아도 한국에서 지금까지와 같이 물수요가 크게 증가한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이 정도의 대규모 수자원을 개발하려고 하는 것일까? '보'라고 하는 장애물을 설치하면서 그것이 치수를 위해 도움이 된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수백년에서, 수천년이라고 하는 긴 세월을 통해 형성된 하천은 그 유역의 사람들에게는 큰 재산이다. 사라질 위기에 놓인 하천을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 그러한 사람들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은 기대 이상의 기쁨이었다. 아마 길은 멀 것이다. 그래도 보다 좋은 하천을 차세대에게 넘겨주는 것이 우리 세대의 역할이기 때문에 결코 단념해서는 안된다.

< 이마모토 히로타케 | 도쿄대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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