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유 → 전파 → 행동 실시간 폭발력
[SNS가 세상을 바꾼다]
한국일보
정치권력 등 견제는 물론 사회적 이슈에 파급력 커
"신뢰기반 사회로 변화 중"
지난달 8일 여당이 전격적으로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트위터에서 수많은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합의 과정이 생략된 날치기 통과"라는 것. 특히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진입을 물리적으로 막은 데 대해 트위터를 통해 불만을 토로한 일부 여당 의원들은 '댓글 폭탄'에 시달려야 했다.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논란은 마트 측이 불과 며칠 만에 치킨 판매를 자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회사는 사회적 논란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트위터에 올린 치킨 원가에 관련된 글이 사실상 직접적 원인이 됐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한 대학교수가 트위터에 올린 '재능기부' 제안에 전국의 도서관에서 과학자들의 무료 강연이 이뤄졌고, 대부분의 언론이 일손을 놓고 있던 지난해 추석 연휴에 발생한 홍수 때는 전국 각지의 트위터러들이 생생한 현장사진을 전달해 기존 매체의 역할을 대신했다. 배추값이 1통에 1만5,000원을 넘은 '배추 대란' 때 일부 SNS 사용자들은 생산자와의 직거래로 싼 가격에 배추를 살 수 있었다.
△실시간 △위치 제약 극복 △미디어 성격 △능동적 상호작용으로 요약되는 SNS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 생소했던 SNS가 폭발적으로 성장나고 엄청난 사회적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그것이 '사람 사이의 관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SNS로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지인으로부터 실시간 정보를 얻고 클릭 한번으로 다른 지인에게 전파한다. 이런 특성상 사안에 따라서는 트위터러들의 적극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정치 분야에서는 '태풍의 눈'이다. 지난해 6ㆍ2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이 낮을 것을 우려한 젊은 트위터러들은 '투표 인증샷'을 올리며 투표를 독려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투표율이 지방선거로는 15년 만에 최고 수준인 54.5%를 기록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6개월마다 2배씩 성장하는 현재의 파급 속도라면 내년 말까지 1,000만명이 페이스북에 가입할 가능성이 있다"며 "SNS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상당수 트위터 사용자들은 정부 부처 계정에 댓글을 달아 의견을 표출한다. 실언을 하는 국회의원들은 곧바로 트위터에서 조롱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청와대를 패러디한 계정이 생기는 등 SNS를 통한 정치권력 견제는 이미 활성화돼 있다.
SNS는 경제와 산업 분야에도 큰 변화를 가져와 '소셜 커머스'라는 공동구매의 새로운 형태가 등장했다. SNS를 기반으로 소비자와 생산자의 직거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정보기술(IT) 전문가인 정지훈 관동의대 융합의학과 교수는 "SNS의 대중화로 '사실 기반의 사회'가 '신뢰 기반의 사회'로 바뀌고 있다"며 "상하 구조가 분명한 현실세계의 조직도 점차 수평적 네트워크로 변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간관계(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웹서비스. 새로운 소식을 알리거나 의견을 교환하는 통로로 사용되기도 하고, 자신의 경력과 인맥을 관리하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글로벌 서비스로는 트위터, 페이스북, 링크드인 등이 있으며 한국에는 미투데이, 싸이월드, 링크나우 등이 있다.
오바마와 토론친구 되고… 기업가와 논쟁도 벌이고… 소통혁명 뜨겁다
[SNS가 세상을 바꾼다] <1> 새로운 열린 사회로
수백만명이 다양한 분야서 '관계' … 쌍방향 넘어 역방향 전달도 가능
공공기관 SNS 아직 홍보 수준 불구 美 처럼 실제 정책 반영 멀지않을듯
#'정보의 전달' 지난해 11월 16일. 대표적인 SNS(Social network service)로 꼽히는 트위터에서 '무료 생물학 강의'가 열렸다. 강연자는 박사 후 과정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생물학을 공부하는 김우재 박사. 트위캠(트위터 생중계) 화면에 등장한 그는 '도대체 DNA가 뭘까'라는 주제로 2시간 남짓 강연했다. 간단한 트위터 공지를 보고 찾아온 30여명의 참가자들은 '신기하다' '재미있다'는 등 실시간 반응과 토론을 이어나갔다.
#'의견의 충돌' 3일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여기 와서 행패 부리지 말라"는 글을 올렸다. 진씨가 최근 심형래 감독의 영화 '라스트 갓 파더'를 두고 불량품에 빗대는 글을 올렸기 때문. 그의 트위터는 물론 다음 아고라 등에는 이 발언과 관련해 찬반 논란이 극심하게 갈렸다. 그 가운데 한 네티즌은 "세상 좋아졌다. 평론가의 평론을 네티즌이 평론할 줄이야"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SNS의 열풍이 대한민국의 '열린 사회'로의 진입을 가속하고 있다. 폐쇄적인 온ㆍ오프라인 공간에서 정보와 지식, 주장이 교환되고, 간혹 필요에 따라 공유된 지식과 결정이 일방적으로 전달되던 것이 과거의 소통 방식(Networking). 그러나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SNS를 통해 정치와 경제 학문 등 각 분야에서 전문가들은 일반인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고 소통하려 한다. 특히 김우재 박사처럼 학문적 특성상 집단의 폐쇄성이 두드러진 과학자들이 저마다 트위터를 열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같은 대기업 CEO가 트위터를 애용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세계 정치에 할 말이 있으면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언제든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다. 이강석 소셜웹트랜드연구소장은 "자신을 지지하는 이들은 물론 뜻이 다른 계층과 집단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손 쉽게, 재빨리 들을 수 있다는 데 모두가 매료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SNS만큼 개방성과 쌍방향성이 탁월한 매체가 없기 때문이다.
사회철학자 칼 포퍼가 정의한 데로 권위와 절대성에 도전하고 언제든 반론이 가능한 사회를 열린 사회라고 할 때 SNS는 열린 사회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여론 주도층과 정책 결정자에게 장소와 시간의 구애 없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판매에 대한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의 트위터 문제제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문용식 나우콤 대표간의 기업형슈퍼(SSM) 설전, 그리고 수 많은 일반인의 목소리가 'RT(retwit)'의 형태로 이들의 주장과 함께 전해진 것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트위터가 아니면 중소기업에서 감히 대기업을 향해 쓴소리를 할 수 있었겠냐"고 평가했다.
SNS가 일찍 시작된 미국은 한 발짝 더 앞서나가 있다. 2008년 플로리다대에 다니는 학생이 조직한 페이스북 모임이 장학금 관련 개정 법안 반대를 이끌어 내는 등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조직된 일반인의 힘이 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정책 결정자나 부서의 SNS는 여전히 정책 홍보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6월 공식 트위터 계정을 연 청와대, 3월 '스마트 정당'을 표방하며 당 의원에게 스마트폰을 일괄 지급한 한나라당, 보건복지부와 환경부 국방부 등 트위터를 운영 중인 6~7 곳의 중앙부처 등 대부분은 일방적으로 할 말만 전달할 뿐 쌍방향 소통이 부족하다는 게 SNS 이용자의 불만이다.
배운철 소셜미디어전략연구소 대표는 "SNS의 폭발력은 단시간에 같은 뜻을 가진 사람을 대규모로 모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미국에서 지난 대선을 통해 SNS의 위력이 증명됐듯이 향후의 각종 선거와 맞물리면서 SNS의 목소리가 제대로 관철되기 시작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엄지 치켜든 집단지성의 힘이 사회 변화 일으킬 것"
[SNS가 세상을 바꾼다]
박원순·정재승·노회찬 등 파워 트위터러에 SNS는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의 블로그 '노회찬의 공감로그'(http://www.chanblog.kr)에 실린 사진.
박원순(55)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정재승(39) KAIST 교수, 노회찬(55) 전 진보신당 대표는 요즘 일파만파(一波萬波)를 일으킨다. 바로 트위터라는 SNS를 통해서다. 각각 사회 과학 정치분야에서 수많은 대중과 소통하고 대중을 움직이는 '파워 트위터러'(Power Twitterer)인 이들에게 SNS는 어떤 의미일까.
팔로어가 4만4,000여명에 이르는 박 이사가 최근 결식아동을 돕자며 트위터로 전개한 '결식 제로 캠페인'에 2주 만에 4,000여명이 2억여원의 후원금을 내놓았다. 박 이사는 "SNS를 통해 삽시간으로 퍼지는 정보의 힘 덕분에 시민사회운동은 물을 만났다"며 "시민들의 엄지손가락 끝에서 퍼져 나오는 집단지성의 힘이 사회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학자인 정 교수의 팔로어는 2만4,000여명. 지난해 9월 "과학 강연을 듣기 어려운 지역 청소년에게 강연 기부 해주실 분을 모집한다"는 그의 글이 퍼지면서 전국 29개 도서관에서 동시에 60여명의 과학자가 강연을 기부했고 이러한 '강연기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후원품으로 과학서적 2,000여권도 답지했다. 그는 "SNS로 오고 간 말들이 실제 오프라인에서 어떤 일을 이뤄낼 수 있는지 가능성을 실험해 보고 싶었다"며 "SNS를 통해 다수의 공감을 얻는 더 많은 시도들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7월부터 트위터를 사용한 노 전 대표는 "트위터 계정을 만든 날 이후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간 늘어난 팔로어만 9만 8,000여명. 그는 트위터를 통해 막걸리 회동, 직장인과 '번개오찬'도 한다. 한번은 팔로어의 제보를 받아 모 기업이 대외적으로 사회공헌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는 뒤로 슬그머니 축소하려던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그는 "어떤 매체보다 성능이 월등한 SNS 덕분에 문턱 없이 누구와도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다"며 "권력이 분산되는 SNS에서는 일방적 홍보를 하려 드는 사람들이 재미를 못 보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트위터 이용자 수 1년만에 10배 '무한팽창'
[SNS가 세상을 바꾼다]
인구절반이 SNS 이용 … 22개국 중 4번째로 많아
현재 우리나라의 SNS 이용자는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2010년 인터넷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인터넷 이용률은 77.8%(약 3,701만명)로 이중 65.7%(2,431만5,000명)가 싸이월드 같은 미니홈피와 블로그, 인터넷 카페 등의 다양한 형태로 SNS를 사용하고 있다.
SNS 이용자 별(복수응답)로는 83.2%가 블로그를 사용하고 있으며 인터넷 카페 같은 커뮤니티와 미니홈피도 각각 74.4%, 68.1%에 달했다. 트위터, 미투데이 등 마이크로블로그는 11.6%. SNS 이용률은 남성(66.9%)이 여성(64.4%)보다 조금 높았으며, 연령별로는 20대 이용률이 89%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6~19세(78.1%) 30대(69.6%) 40대(48.7%) 등이 뒤를 이었다.
강학주 eStory Lab 대표컨설턴트는 "현재 싸이월드가 2,800만명, 미투데이 300만명, 카카오톡 300만명, 트위터 230만명, 페이스북 200만명, 다음 요즘 80만명 등으로 집계되고 있다"며 "사실상 국민 대다수가 SNS를 경험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트위터 이용자수는 2009년 12월 20만에서 1년이 지난 지금 10배 이상 늘어날 만큼 폭발적인 증가세다.
외국과 비교해서도 우리는 SNS 강국이다. 지난해 미국 비영리 시장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22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SNS 이용현황'에서 'SNS를 이용한다'고 응답한 한국인은 40%로 미국(46%) 폴란드(43%) 영국(43%)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이어 프랑스(36%) 스페인(34%) 러시아(33%) 브라질(33%) 독일(31%) 등의 순이었다.
강 대표는 "SNS 이용도 처음 가십 위주에서 점차 링크를 통한 정보공유 형태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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