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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늙은 국가·젊은 국가 그리고 한국

세상보기---------/현대사회 흐름

by 자청비 2011. 1. 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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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늙은 국가·젊은 국가 그리고 한국


21세기 들어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전 세계 많은 국가의 중대 현안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고령화가 상당폭 진행된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이 고령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중국, 러시아 등 일부 신흥국가들에서도 고령화 흐름이 심상찮다. 소득 증가나 보건의료 기술 발전, 생활환경 개선 등으로 인류의 오랜 숙원이었던 수명 연장이 현실화됐지만, 최근 나타나고 있는 여러 가지 현상들은 삶의 연장을 반드시 축복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경제의 성장활력 저하, 고령화에 따른 각종 비용과 이에 따른 국가재정 문제, 그리고 세대 갈등이나 고령자들의 자살 증가 등은 전 세계 인류에게 '고령화'라는 사상 초유의 흐름을 어떻게 맞을 것이냐는 깊은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유엔의 인구추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나라로는 단연 일본을 꼽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2.6%에 달하고 있으며, 독일(20.5%), 이탈리아(20.4%)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이 외에도 그리스, 스웨덴,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등 유럽대륙과 북유럽 국가들이 각각 17~18%의 고령자 구성비를 보이는 대표적인 늙은 국가들이다. 주목할 것은 일본, 이탈리아, 그리스, 포르투갈 등의 많은 나라들이 최근 국가재정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화와 경제성장, 국가재정 사정이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다.

 

한편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비유럽 선진국들의 경우 유럽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13~14%의 고령자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민에 대해 개방적인 정책을 쓰고 있는 나라들이다. 그리고 같은 OECD 회원국이면서도 우리나라와 아일랜드, 이스라엘, 칠레 등의 경우 현재 고령자 비율이 9~11% 수준으로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고령화 수준이 다소 낮은 상태이며 멕시코, 터키 등은 아직 6%의 고령자 비율을 유지하는 젊은 국가 축에 속하고 있다.

 

후발 개도국들의 경우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주도권에 바짝 다가서고 있는 중국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은 아직까지는 인구구조 면에서 대체로 젊은 편에 속하지만 최근 가속되고 있는 고령화 흐름에 크게 안심할 수 없는 처지이다.

 

유럽대륙에 가까운 러시아의 경우 고령자 비율이 12.9%로 비교적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고 있고, 중국과 브라질의 경우 각각 8.2%와 6.9% 수준으로 고령화 사회의 문턱을 넘나들고 있다. 다만 인도의 경우 4.9%로 다른 나라와 큰 격차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 밖에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들의 경우 대체로 고령자 비율이 2~5% 수준에 그치고 있어 당장의 고령화 문제에서는 크게 비켜나 있는 상태이다. 전체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서구 선진국들의 경우 고령화가 상당히 진전돼 있는 반면, 후발 개도국들은 젊은 인구구조를 유지하는 글로벌 인구구조의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OECD 회원국 대부분 초고령화 진입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20년 후인 2030년경에는 현재와 같은 글로벌 인구구조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먼저 기존의 고령국가들의 경우 대부분 고령자 비율이 20%를 넘어가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2030년 고령자 비율이 30%를 넘어 인구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고령자인 그야말로 고령자 천국이 될 전망이다.

 

독일, 이탈리아, 그리스는 인구 네 명당 한 명이 고령자로 채워질 전망이며, 나머지 멕시코와 터키를 제외한 거의 모든 OECD 회원국들도 초고령 국가 대열에 진입할 전망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향후 20년 동안 전 세계에서 고령자 비율의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지목되는 나라다.

 

주목할 부분은 향후 세계 경제를 주도해 나갈 신흥개도국들의 인구 고령화 추세다. 조만간 고령자 비율이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접어들 러시아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의 경우도 2030년경 고령자 비율이 15.9%를 기록하면서 이른바 고령사회로 진입, 경제성장에 심각한 제약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 정부가 지난 30여년간 이어온 한자녀 정책의 폐기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배경이다.

 

이 외에도 중남미의 대표선수인 브라질이나 칠레, 멕시코 역시 2030년대에는 고령사회로 들어가고 동남아의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그리고 중동 지역의 터키 등도 고령자 비율이 10%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브릭스 국가와 그 뒤를 이을 것으로 점쳐지는 차세대 프런티어 국가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고령화 바람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다.

 

인도·남아공 등 젊은 국가 주목해야

물론 2030년경에도 인구구조 면에서 젊음을 유지할 나라들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최근 인구규모 면에서 중국을 넘보고 있는 인도는 물론, 아프리카의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동남아의 필리핀 등은 비교적 인구규모가 크면서도 2030년 고령자 비율이 3~7% 수준에 그치는 매우 젊은 국가로 남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인구구조가 향후의 경제 발전 경로를 결정하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겠지만, 장차 인구구조 변화 추이를 통해 우리는 다가올 20년 동안 세계 경제에서 더욱 힘을 얻을 나라, 새로 부상할 나라, 그리고 점점 힘이 빠질 나라가 어디일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가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 고령화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는 일본이나 유럽 선진국들도 마냥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수십 년 전부터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부심해 왔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이들 나라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일례로 그리스 등 재정위기에 내몰린 유럽대륙 국가들은 물론, 스웨덴 등 전통적으로 사회복지를 중시해 온 북유럽 국가들도 최근 기존의 연금제도를 더 내고 덜 받는 식으로 개혁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해당사자들의 거센 반발이 때로 정치사회적 불안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미래 세대를 위한 연금 개혁은 물론 복지재원을 잠식해 온 의료비 지출 문제에 있어서도 수혜자 폭은 넓히고 고령자 건강 교육을 통해 비용은 절감하는 방안을 찾는 등 여러 가지 대안들이 모색되고 있다.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 특히 일자리 확대를 모색하는 좀 더 적극적인 의미의 대응 노력도 돋보인다. 정부, 기업, 시민단체 등의 네트워크를 통한 고령자 일자리 찾기(일본·독일), 정년 폐지(영국), 정년 연장(독일·프랑스·일본) 등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전제로 한 제도 개혁을 통해 고령자를 사회적 비용이나 부담으로 여기는 대신, 미래의 소중한 자산으로 변신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글로벌 고령화 시대는 한국산업과 한국기업들에 기회와 리스크의 '양날의 칼'이 될 것이다. 고령화 시대가 가져올 거시경제 및 산업 관점의 리스크에 대한 여러 가지 논의가 있지만, 무엇보다 선진국들의 고령화가 우리에게 제2의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피할 수 없는 고령화 트렌드가 소중한 전략적 자산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젊은 국가들과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을 찾을 필요가 있다.[조용수 LG경제연구원 미래연구실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88호(11.01.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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