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친노 좌파 '딱지'에 소송 건 이유는…"
독립신문 보도 일부 승소한 방송인 김미화 씨
미디어오늘
방송인 김미화(47·사진)씨는 겸손했다. 기자에 대해서가 아니라, 말을 대하는 태도가 그랬다. 방송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답게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를 풀었지만, 머리와 입 속에선 신중하게 단어를 고른 다음 말을 꺼내곤 했다. 눈높이를 상대방에 맞추고 따뜻한 말솜씨로 대화를 건네는 방식이 그가 개그우먼으로선 유례없이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장수하는 비결일 터다. 그런 김씨가 지난해 예기치 않은 풍파를 여럿 겪었다. 인터넷보수신문의 왜곡보도를 문제삼아 명예훼손 소송을 벌였고, KBS '블랙리스트'를 언급함으로써 연일 뉴스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이 일로 그는 '좌파 방송인'이라는 공세에 시달리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 MBC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씨.
사려 깊게 말을 고르던 그도 이 대목에선 목소리에 절실함이 섞였다. 30년 차 방송인 선배로서 가만히 있는 게 도리는 아니라고 여겼다면서 대중연예인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과 편 가르기는 폭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서 분명한 자기 뜻을 펴면서도, 다시금 아끼는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로 이야기를 매듭짓는 그를 보며 김씨가 견지하고 싶은 방송인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지난 3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MBC 사옥 7층에서 라디오 방송을 한 시간여 앞둔 그를 만났다.
- 인터넷보수신문과 소송을 벌여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법원에 직접 소를 제기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사실 많이 참은 겁니다. 8년을 참은 거예요.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 벙어리 3년으로 지내듯 그렇게 해서 참았으면 웬만큼 이게 진심이구나 했으면 하는데, 그게 아니라 얕잡아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중연예인은 함부로 해도 되는구나 그런 것 말이죠. 선배로서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든 겁니다.
사실 우리는 신문이 몇 가지 색깔이나 있는지 잘 몰라요. 각 매체가 각기 어떤 색깔을 띠는지 잘 모릅니다. 알 바 아니었죠.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곳, 웃음이 필요한 곳에 가서 대중에게 즐거움을 드리는 사람들이니까…. 그런데 왜 편가르기를 해서 7년 동안 고통을 감수하게 하는지…, 시사프로그램을 맡았다는 것으로 시비에 휘말리기엔 도를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감당하기에는 억울함이 있었죠. 법으로 단죄하겠다는 것을 떠나 이런 행태는 바로 잡아야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공인으로서 부담되는 일일 수 있을 텐데요.
"솔직히 방송인은 대중에게 좋은 면만 보이고 싶죠. 대중에게 사랑 받고 싶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작년에는 이 일 저 일 얽매였고 법정에 왔다갔다하면서 싸우는 모습을 많이 보였어요. 저도 부담을 느낍니다. 주변 분들도 걱정 많이 해주셨고요. 그런데 누가 하겠나 싶더라고요. 참 힘든 과정이긴 한데 과연 누가 하겠나…. 제가 방송활동을 한 지 30년 가까이 됐어요. 선배 입장에서 후배들만큼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일에 휘말리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저를 아끼는 분들에게 정말 죄송하죠. 코미디언으로서 즐거움을 드려야 하는데….
- 일각에선 '친노', '좌파'라고 공격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아마 제가 정말 친노나 좌파였으면 그렇게까지 못했을 겁니다. 양심을 걸고 법으로 판단 받겠다고 나서지 않았을 거예요. 저는 정치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손을 잡고 무얼 했던 적이 없습니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서 대통령이 참석하는 큰 행사의 사회를 보는 것이 한 기회일 수 있겠다, 제가 가진 재능이 있다면 그것을 갖고 봉사하는 것이라 생각한 거죠. 제가 1983년도부터 방송을 했거든요. 잘 나가던 시절이라면 오히려 전두환 시절이었죠. 그런데 왜 유독 그때 일만 문제삼는 것인지…, 안타깝다는 거죠."
- 언론의 행태를 바로잡고 싶다고 했는데 어떤 태도를 지적하고 싶습니까?
"왜곡보도죠. 보시다시피 저는 매니저도 없고 전화기로 바로 통화하지 않습니까? 기자들이 전화라도 한 통화 줬으면 즉시 대답할 수 있는데, 단 한 번 연락도 하지 않고 그냥 쓴 거예요. 전화 한 통만 하면 되는데 확인 없이 기사를 내보내는 기자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기사 한 건이 나간 다음에 관련 기사만 수십 건이 파생됐는데 책임은 누가 지나요? 아주 옛날 일을 끄집어 내 저를 특정 파로 낙인찍는 기사인데 확인을 안 한 겁니다. 제가 시사프로그램만 8년째 하고 있거든요. 이렇게 진행자를 오래하는 것만 봐도 제가 편향되지 않았다는 것 알 만한 일 아닌가요? 그런데 나 아니면 반대편으로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언론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리영희 선생님을 생전에 두 번 뵀거든요. 존경하는 분이라 책도 많이 읽고 했는데, 그 분 말씀 가운데 '언롱인(言弄人)'이 되지 말고 언론인이 되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른 길,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내는 게 언론인 역할이잖아요. 쉽게 쓴 기사 한 줄이 상대에게 치명상을 안길 수도 있는데 그런 것을 생각해서 신중하게 헤아리고 접근했으면 합니다."
- 최근 트위터에 '지난 한해 외롭지 않다'고 썼습니다. 지난해 'KBS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을 것 같은데.
"그때 제가 얘기한 건 사실 확인도 하지 않으면서 편견을 갖지 말라는 하소연이었습니다. 그게 폭로처럼 불거졌는데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하소연 한 겁니다. 그런 부당함은 없어야겠다, 그런 차원이었죠. 어쨌든 KBS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 팔로워가 8만 7000명으로 늘었어요. 처음엔 2만 5000명이었거든요. 그 분들 덕에 감사하죠. 정말 힘든 싸움이었는데 매번 결정을 내릴 때마다 위로와 용기를 많이 얻었습니다, 정말…. SNS라는 게 사실 최첨단 이미지인데 의외로 그 안에는 아날로그적 느낌이 있거든요. 친구들과 수다 떨 듯이 서로 어려운 일 하소연도 하고 조언도 해주고…. 작년에 힘든 일을 겪으면서 힘내라고 약이나 계란을 보내주신 분도 여럿 있었습니다. 제겐 그 분들이 그런 친구같은 존재입니다."
- 올해 소망은.
"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소망이나 계획이 없어요.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즐겁게 사는 게 제 계획이고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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