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 알면 나도 유행어 ‘종결자’
한국경제신문
'차도남', '종결자', '레알'…. 최근 인터넷은 물론 언론에서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 유행어들이다. 물론 30대에서 50대를 아우르는 한경비즈니스 독자들에게는 아마도 이 같은 유행어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와 함께 소통하길 원한다면 적어도 개념 정도는 알고 있는 게 좋을 듯하다. 유행어는 '시대의 창(窓)'이기 때문이다.
경제 및 IT
△'~빠, ~까'= '~빠'는 원래 연예인들의 극성팬인 '오빠 부대'에서 유래된 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무조건 특정 회사나 특정 제품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로 통용된다. 반대로 '~까'는 특정 회사나 특정 제품을 무조건 비판하는 사람들이다. 주로 정보기술(IT) 제품에 이들이 많다. 더욱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생산하는 미국의 애플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애플빠'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애플빠 이전에는 일본 소니 제품만을 최고로 치는 '소빠(소니빠)'들이 강세였다. 하지만 현재는 소니의 고가 정책 때문에 반대 세력인 '소까'들이 많이 늘어난 상태. 한때 삼성전자도 '까'들이 많았지만 최근 갤럭시S와 갤럭시탭 등의 선전으로 '삼성빠'가 크게 늘어난 상태다.
△'통큰치킨'= 지난해 12월 초 롯데마트에서 판매한 5000원짜리 저가 치킨의 브랜드명이다. 워낙 낮은 가격으로 논란이 돼 결국 판매를 중단했지만 이와 관련해 많은 유행어들을 낳았다. 이를 테면 롯데마트 주변 상권을 뜻하는 '닭세권', 통큰치킨을 보다 빨리 먹어보고자하는 '얼리아닭터', 통큰치킨 판매 첫날을 뜻하는 '계천절' 등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가격이 싼 제품들에 대해 접두어로 '통큰~'을 붙이는 게 유행이다. 실제로 롯데마트가 29만9000원에 판매한 넷북에 대해 언론에서는 '통큰넷북'이라고 지칭했다. 또 증권가에서는 키움증권이 판매한 '키움선명e-인덱스펀드'에 대해 '통큰펀드'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펀드의 총 보수는 0.07%(판매 0.01%, 운용 0.03%, 수탁 및 사무수탁 0.03%)에 불과하다.
△'쁘띠거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네티즌들을 피해갈 수 없다. 재미있는 점은 이 회장을 네티즌들이 의외로 친근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 '쁘띠거니'는 '작은', '귀여운'을 뜻하는 프랑스어 '쁘띠(프티)'와 이건희 회장을 뜻하는 '거니'가 만나서 탄생한 말이다. 2007년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전 당시 평창을 찾은 이건희 회장이 강추위에 귀덮개를 착용한 모습을 보고 네티즌들이 '쁘띠거니'라고 칭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이 회장이 밝게 웃는 모습을 보고 '좋은거니', 젊은 시절의 사진을 보고 '브라운아이즈인거니' 등의 다양한 시리즈가 나왔다. 이후 '쁘띠거니' 시리즈는 한동안 잠잠했으나 최근 경영에 복귀한 후 다시 시리즈가 시작됐는데 가장 대표적인 게 '베이글녀' 신민아와 비슷하다며 등장한 '닮은거니'다.
△'르그·스크'= '르그'는 LG를 뜻하며 '스크'는 SK를 말한다. 주로 증권 관련 게시판에서 많이 쓰인다. 둘 다 각 기업을 뜻하는 영문자를 발음만으로 표현한 것이다. 특별한 유래는 없지만 두 기업을 표현하려면 자판을 영문으로 변환해야 한다는 '귀찮음'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천호식품 산수유 광고에 쓰인 카피다. 이 멘트는 건강식품 광고에 성분 표시를 금지하는 법을 안타까워한 김영식 회장의 탄식이었다고 하지만, 이후 말하기 곤란한 모든 예민한 문제들에 이 멘트가 활용되고 있다.
사회
△'차도남'= '차가운 도시 남자'의 준말. 지난해 유행어를 꼽을 때 빼놓을 수 없는 말이다. 차도남의 유래는 스타 웹툰(인터넷 연재만화) 작가인 조석 씨의 작품 '생활의 발견' 중 한 컷에서 시작됐다. "나는 차가운 도시 남자,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라는 민망한(?) 대사가 화제가 되면서 '차도남'이 탄생한 것. 이후 각종 언론에서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 '까도남(까칠하고 도도한 남자)', '꼬픈남(유혹하고 싶은 남자)' 등의 신조어를 활용하면서 '~남', '~녀' 시리즈가 화제가 됐다. 더욱이 최근 몇몇 드라마에서 까칠한 성격을 가졌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따뜻하게 배려해 주는 남성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는 누구나 차도남이 될 수는 없다는 것. 차도남이 되기 위한 조건은 준수한 외모와 부유한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까칠하기만 하다면 '찌질이' 취급을 받을 뿐이다.
△'베이글녀'= 여성에게 '차도남'이 인기를 얻고 있다면 남성에게는 '베이글녀'가 인기다. 유래는 '베이비 페이스와 글래머'의 합성어 베이글에 '~녀'를 붙인 것. 얼굴은 귀엽고 동안이지만 몸매는 글래머러스한 여성을 뜻한다. 비슷한 말로 '청순 글래머'가 있으며 대표적으로 한때 탤런트 신민아·신세경이 많이 언급됐다.
△'드립'= 연극이나 방송에서 출연자가 대본에 없는 대사를 즉흥적으로 하는 것을 뜻하는 '애드리브'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드립'은 누군가의 유머나 발언이 재미가 없거나 나아가 분위기를 가라앉게 만들 때 쓰인다. 네이버 오픈사전에 따르면 '발언'을 낮추어 이르는 말, 혹은 공연한 행위나 시도를 낮추어 이르는 말로 정의된다. 더욱이 접미어처럼 특정 단어 뒤에 붙어 '~드립'과 같은 형태가 많다.
△'빵셔틀'= 사회문제화된 바 있는 '왕따'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개념이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빵셔틀'은 자신보다 힘이 센 학생에게 강요당해 빵을 사오는 등의 잔심부름을 하는 학생이나 혹은 그 행위 자체를 일컫는 말이다. 이는 단순히 빵을 사 오는 개념이 아닌 일종의 학교 폭력이다.
△'쩐다(쩔다)·돋다'= '쩐다(쩔다)'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네이버 오픈사전에 따르면 '절다'에서 파생됐다는 말과 청소년들이 즐겨하는 게임에서 유래했다는 두 가지가 있다. 하지만 유래는 어찌됐건 간에 '쩐다'는 '어떠한 일이 감동을 일으킬 만큼 굉장하다'는 뜻이다. 단, 이의 반어적인 의미로 '더럽거나 하여 매우 보기 좋지 않다'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비슷한 의미로 '돋다'가 있으며 말 그대로 '소름 끼친다'에서 유래된 말이다. '돋다'는 '쩐다'에 비해 비교적 연령이 높은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많이 활용된다.
연예
△'의느님'= '의사'와 '하느님'의 합성어다. 주로 성형외과 의사들을 빗대어 하는 말로 인터넷에 떠도는 연예인들의 성형 전과 성형 후 사진이 워낙 달라 '새로운 인물을 창조했다'는 뜻으로 '의느님'이라고 불리고 있다. 여기에서 파생돼 '~느님'이라는 뜻은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인물 등에게 접미어처럼 쓰이기도 하며 이 인물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나 제품 등을 '위엄'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예로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를 '잡스느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스티브 잡스의 '위엄'은 아이폰이 된다. 한편 훌륭한 결과물을 뜻하는 '위엄'과 달리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물인 '굴욕'도 있다.
△종결자= 절대적인 우위를 점할 만큼 월등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중국에서 영화 '터미네이터'를 '종결자'라고 번역해 놓았기 때문에 시작됐다는 유래가 있다. 더욱이 최근 연예계를 다루는 언론에서 많이 쓰고 있다. 하지만 IT나 경제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뛰어난 제품 등에 대해 '~종결자'라는 형태로 많이 통용되고 있다. 비슷한 표현으로 컴퓨터 게임 등에서 최강의 적을 뜻하는 '끝판왕' 등이 있다.
△'3단 고음'= 소시(소녀시대)의 뒤를 이어 '삼촌팬', '아저씨팬', '오빠팬' 사이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가수로는 아이유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최근 아이유가 발표한 신곡 '좋은 날'의 마지막 부분에서 고음처리를 하며 세 번에 걸쳐 더 높은 음을 내는데, 이를 네티즌들이 '3단 고음'이라고 불렀다. '3단 고음' 부문을 합성해 네티즌들은 각종 패러디 영상을 만들어 냈으며 현재 확인된 것만 28개에 달한다. 이후 각종 언론에서 유행처럼 '5단 고음', '7단 고음' 등의 기교를 내는 가수들을 찾아내고 있다.
' 한편 '삼촌팬'들이 여성 아이돌을 지나치게 좋아한다면 '덕후'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덕후'는 특정 분야나 취미에 지나치게 열중해 있는 사람을 뜻하는 '오타쿠'에서 파생된 말이다. 비슷한 말로 '오덕'도 있으며 주로 부정적인 뜻이다.
△'미친 존재감'= '미치도록'을 '존재감'과 합성했다. 주로 '미친'이라는 수식은 '너무, 정말, 대단히'로도 충분하지 못할 때 쓰는 표현으로 격한 찬양이 필요한 곳에 사용된다. 더욱이 '미친 존재감'은 주로 드라마 등에서 조연이나 단역으로 출연했는데도 주인공보다 더 주목 받을 때 많이 쓰인다. 일명 티베트 궁녀로 알려진 탤런트 최나경 씨나 '추노'에서 천지호 역할로 나온 성동일 씨 등이 '미친 존재감'으로 불렸다.
스포츠
△'레알'= '진짜로, 정말로'라는 뜻. 영어의 'real(리얼, 진짜의·진품의)'과 스페인어로 'real(레알, 국왕의·성대한)'이 같은 철자를 가지고 있다는 데서 시작됐다. 유럽 최고의 축구팀 중 하나인 레알 마드리드가 국내서도 인기를 끌면서 네티즌들이 장난스럽게 '정말 ~하다'라고 할 때 '레알 ~하다'라는 뜻으로 쓰고 있다. 원래는 인터넷 축구 커뮤니티에서만 쓰였는데 가수 '노라조'가 '카레'라는 노래의 가사에 '레알 좋아'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리즈시절'= 현재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 클럽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는 앨런 스미스 선수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는 리즈 유나이티드 시절 꽃미남 외모와 뛰어난 실력으로 하위권 팀을 상위권까지 끌어올리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적 후에는 팀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저 그런 선수 중 한 명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때문에 '리즈시절'이란 말은 '전성기' 혹은 '황금기'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돋보기 2011년 해외 유행어
일본에선 '이쿠맨(イクメン)', 중국에선 '성뉘(剩女)'
세계 어디를 가도 유행어는 있다. 그러면 일본과 중국에선 어떤 유행어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을까. 일본에선 여성들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이쿠맨(イクメン)'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육아를 뜻하는 한자어(育)의 일본어 발음(이쿠)과 영어인 맨(Man:남자)의 합성어로 가정에서 육아를 적극적으로 돕는 남편을 가리키는 용어다. 일본에서는 '이케맨(꽃미남)'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과거에는 이케맨이 인기 있었다면 이제는 가정적인 남자(이쿠맨)가 최고의 신랑감이라고 한다.
또 '채팬(China+Japan)'이라는 유행어가 생기기도 했다. 2010년 혼마골프·레나운·라옥스 등 일본의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에 속속 매각되면서 나온 말이다. 이 밖에 아이패드 사용자들이 스스로 밥을 짓듯이 서점에서 구입한 책을 스캐너로 손수 복사해 디지털 서적을 만든다는 의미의 '지스이(自炊)'등도 유행했다. 중국에는 '성뉘(剩女)'가 있다. 배우자를 찾지 못해 '남은 여자'라는 뜻이지만 '성스러운 여자'라는 뜻의 '성뉘(聖女)'와 발음이 같아 '조건이 까다로워 남성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는 뉘앙스가 실려 있다.
국내에서 통용되는 '골드미스'와 같은 말이다. 또 중국 젊은이들의 상향 소비를 뜻하는 말로 '푸옹(負翁)'이 있다. 적은 월급에도 빚을 내 명품을 사고 수입차를 타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부자를 뜻하는 '푸옹(富翁)'과 발음이 같지만 '부채'의 '부(負)'자를 써 초과 지출을 통해 부자처럼 보이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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