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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코끼리 사진 둘, 어떤 게 더 좋으세요?

또다른공간-------/잡동사니모음

by 자청비 2011. 6. 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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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코끼리 사진 둘, 어떤 게 더 좋으세요?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81124.html

 

코끼리. 지구에 사는 숨탄것들 가운데 땅위에서 가장 큰 동물입니다. 묘하게도 이 동물은 인간을 연상시킵니다. 그윽한 표정, 우아한 몸짓. 그리고 공동체 생활. 그리고 인간보다도 우수합니다.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는 한 뛰는 법이 없고, 다른 동물을 위협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코끼리가 인간보다 나은 것은 경험을 존중하며 무리지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코끼리 사회는 경험 많은 암컷이 무리를 이끕니다. 이 코끼리 하면 떠오르는 사진작가가 있습니다. 그레고리 콜버트입니다.


 

 

 

그레고리 콜버트는 동물에 사로잡힌 사진가입니다. 때론 동물만, 또는 동물과 인간이 묘하게 함께 있는 그의 사진들은 보기만 해도 강한 이미지로 사람을 사로잡고, 뇌리에 박힙니다. 여러 동물 중에서도 코끼리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콜버트의 사진은 영적입니다. 종교적 느낌이 물씬 납니다. 코끼리와 인간의 교감하는 모습을 일상에서 보기 어려운 환상적인 모습으로 보여줍니다. 이 그레고리 콜버트의 사진 중에서, 그리고 코끼리를 찍은 그의 사진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은 아마도 이 작품일 겁니다.

 

 

이 사진은 한국에 전혀 뜻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한국 출판계에 '신종표절' 방식으로 등장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문제의 책 표지였습니다. 조그만 소녀와 거대한 코끼리가 서로 무릎 꿇고 앉아 마주보는 신비로운 모습. 이 표지의 힘으로 이 책은 엄청나게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베껴도 너무 심하게 베꼈습니다. 원작 사진을 그대로 다시 그림으로 그린 것이었고, 바뀐 것이 있다면 사진 속에선 소년이 그림에선 소녀로 바뀐 것뿐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 사실을 알게 된 뒤 2006년 < 한겨레 > 에 단독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출판계의 신종 표절 등장했다는 기사였는데, 결국 저 이야기가 사진작가 그레고리 콜버트에게도 전해졌고, 콜버트는 출판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출판사 쪽은 책에 "표지와 본문에 실린 그림들은 그레고리 콜버트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재불 화가 베아트리체가 그린 것"이라고 표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죠. 검찰은 "아이디어 차원이 아니라 대상, 색감, 명암 등 구체적 표현에서 유사한 작품"이라고 밝혀 결국 표절로 철퇴를 맞습니다.

그래서 다시 표지를 바꿨는데 뭐 그리 바뀌지도 않았습니다.

 

 

뭐 어찌하다 보니 한국 출판사의 윤리 부재 때문에 한국과 좀 안 좋은 인연을 하나 맺게 된 작가인데, 어찌됐든 그의 작품은 세계적으로 정말 대단한 인기를 모으고 있고, 한국에도 팬들이 많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그레고리 콜버트의 코끼리들 좀 더 보시지요.

 

이런 것도 있습니다.

 

 

정말 묘하죠? 코끼리의 헤엄치는 사진도 인기가 좋습니다. 바로 이것.

 

 

코끼리를 가장 아름답게 찍는 사진가, 콜버트 답습니다.  그러나 여기 또 다른 사진가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닉 브랜트입니다.

 

바로 이 유명한 사진을 찍은 작가입니다. 닉 브랜트는 콜버트와 함께 동물을 소재로 삼는 가장 유명한 사진가로 꼽힙니다. 그리고 대표작들 가운데 코끼리 사진들이 많은 점도 공통점입니다. 저 먼지 폴폴 날리며 가는 코끼리 사진과 함께 닉 브랜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코끼리 사진이 이것입니다.

 
제목은 내용 그대로 '물 마시는 코끼리'입니다. 닉 브랜트는 아프리카로 여행갔다가 아프리카에 매료되어 아프리카에 살면서 동물을 찍고 있습니다. 저 사진 속 물 마시는 코끼리는 그가 2007년 케냐 암보셀리 국립공원에서 찍은 것입니다. 인간들에 의해 위기에 몰린 코끼리, 그러나 그가 찍은 코끼리는 너무나 아름답고 그윽합니다. 그래서 더 슬픈 짐승입니다. 하지만, 저 코끼리는 저 사진을 찍은 지 2년 뒤인 2009년, 죽은 채로 발견됩니다. 밀렵꾼들이 상아를 노려 죽인 것이죠. 코끼리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인간의 '욕망'입니다. 
사실 아시아에도 예전에는 코끼리가 많았죠. 뜻밖에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중국에 아주 코끼리가 많았습니다. 불과(?) 3000~4000년 전만 해도 중국에는 코끼리가 득시글거렸습니다. 중국인들이 상아를 좋아하게 된 것은 다 그때 때문입니다. 하지만, 코끼리는 인간에게 밀려 저 멀리 미얀마 쪽으로 밀러났고, 중국 대륙에서 코끼리는 자취를 거의 감추게 되었습니다. 코끼리를 몰아낸 중국 사람들의 욕심은 저 멀리 아프리카 코끼리들에게 비수를 들이댔습니다. 도장 파고 기념품 만들기 위해 상아를 소비하는 중국 때문에 코끼리들은 죽어나갑니다. 우리도 상아 도장 많이 파지요. 그거 다 생각해볼 일입니다.

좌우지간 저 닉 브랜트는 코끼리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많이 찍었습니다. 아프리카의 동물과 환경을 사랑하는 그는 자기 동물 사진에 '사자의 프로필' 또는 '코끼리의 초상'이란 식으로 프로필이나 초상이란 단어를 씁니다. 둘 다 인간이 대상일 때 쓰는 용어인데, 동물 역시 인간과 같은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의 다른 동물 사진들을 잠시 감상하시겠습니다.

 
코끼리와 코뿔소, 둘 다 인간들에게 가장 죽임을 많이 당하는 동물이죠.

 

원숭이 가족사진입니다.

 
이번엔 치타 가족이군요. 귀여운 치타 새끼들. (욕 아닙니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재미도 있고 느낌이 묘한 사진입니다.

 

 

물론 그가 동물만 찍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서정적 사진도 찍었더군요.

 

 

그리고 이런 것도.

 

그래도 그의 참모습은 역시 동물 사진들입니다. 앉아있는 사자의 프로필입니다.

 

 

닉 브랜트는 왜 자연과 동물에 매혹된 것일까요. 그는 "자연은 나에게 모든 것"이라고 말합니다. "자연이 내가 속한 곳이다.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돕는 것이 내 삶의 목적이다. 자연과 지속 가능한 환경 없이는, 말할 것도 없이, 우리도 없다."  정말 지당한 말씀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말을 무시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어처구니없게도 그들이 내세우는 무기는 '현대화' 또는 '경제성장' 아니면 '경쟁력' 같은 단어들입니다. 그런 단어들이 코끼리를, 초원을, 지구를 죽이고 있습니다.

 드디어 닉 브랜트의 사진이 왔다 

이 닉 브랜트의 사진이 드디어 한국에 왔답니다. 실로 반가운 소식입니다. 8월1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지구상상전'이란 전시회입니다. 닉 브랜트만이 아니라 그 못지않게 유명한 당대의 사진가 10명, 그리고 로이터의 사진가들이 찍은 지구 환경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회입니다. 사진가의 눈으로 포착한 지구란 별의 다양한 풍경들을 만날 기회라고 하겠습니다. 얼핏 보기만 해도 정말 인상적인 사진들이 많습니다. 이 사진 어떠신가요?

 

 

Self-portrait with Maija-Kaarina, Sysma, Finland, 1992 ⓒArno Rafael Minkkinen  저 사진은 미국 사진가 아르노 라파엘 밍킨넨의 작품입니다. 자연 속에서 자기 나체를 찍는 사진으로 유명해진 양반이라고 합니다. 퍼포먼스로 사진 예술을 만들어내는 아티스트죠. 마치 어머니의 양수 속에 편안히 누운 것 같은 여성의 아름다움이 극대화된 사진이라 하겠습니다. 그의 말 한 마디 소개합니다.

 "우주의 대성당이 이곳 지구에 있다. 우리는 바위와 나무, 하늘과 물의 한 부분이며, 흘러간 시간 속에 주어졌던 원시 풍경의 한 부분입니다."  

 아, 멋진 말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닉 브랜트의 저 멋진 코끼리 사진을 보기 위해 전시회에 한번 다녀올 생각입니다. 웹상의 이런 이미지와 다른 실제 작품으로 봐야 그 아우라를 느낄 수 있을테니까요.

그레고리 콜버트, 그 신비로운 사진들

자, 그러면 닉 브랜트와 그레고리 콜버트의 코끼리 사진 중 여러분은 어떤 것이 더 맘에 드십니까? 사실 이런 질문은 의미가 없죠. 둘 다 좋으니까요. 그래서 콜버트의 다른 사진들 몇 장 더 소개합니다. 그저 보고 즐깁시다.

 

마치 연속 동작처럼 저 사진과 흡사한 이런 사진도 있네요.

 

도대체 이런 사진은 어떻게 찍는지 궁금해집니다. 그러니까 세계적 사진가겠지만 말입니다.

 

저 유인원 털, 보드라울까요? 급 궁금. 냄새는?

 

치타 털도 부드러운지 역시 궁금해집니다.

 

역시 그레고리 콜버트의 사진은 매혹적입니다. 너무 영적이고 너무 매혹적이어서 오히려 자연스러운 닉 브랜트의 사진을 더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는… 둘 다 좋습니다. 그럼 전시 구경 잘하시고, 신음하는 우리 지구를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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