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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 대세 ‘부성애 코드’에 숨겨진 비밀?

세상보기---------/현대사회 흐름

by 자청비 2013. 3. 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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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 대세 ‘부성애 코드’에 숨겨진 비밀?
새로운 아버지 상에 대한 주목 … 매체환경 변화에 따른 주시청층 변화도 원인 

 
미디어오늘

 


최근 대중문화영역에서 부성애가 새로운 코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아버지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열풍이 다양한 장르의 작품 속에 등장하며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최근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7번방의 선물>을 비롯해 안방극장에서도 <내 딸 서영이>(KBS)와 같은 부성애를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 인기몰이에 나선지 오래다. 맥락은 다르지만 신드롬 현상까지 일으킨 영화 <레미제라블>에서도 장발장의 딸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주목을 받았다. 이들 작품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모두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헌식적인 사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 대중문화 영역에서 ‘부성애 코드’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대중문화 전반에서 강력한 대세를 형성하고 있는 ‘부성애 코드’

예능 프로그램도 예외가 아니다. 아버지가 자녀들과 함께 시골마을로 떠나는 로드여행 콘셉트의 MBC <일밤 - 아빠 어디가>가 호평을 받은데 이어 지난 1일  첫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 방송된 SBS <땡큐>의 키워드 역시 아버지였다.

 

 

▷ MBC <일밤-아빠 어디가> ©MBC

 

SBS <땡큐>는 차인표와 박찬호 그리고 만화가 이현세, 김중만 사진작가 등 4명의 남자가 남해 지역을 여행하며 아버지와 자식들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이처럼 아버지가 대중문화영역 전반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실 속 남녀 성 역할이나 관계가 급격하게 흔들리는”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중앙일보 양성희 기자가 지난달 25일 칼럼 <멜로 드라마 보는 남자들>에서 이 같은 점을 지적했다. 양 기자는 부산대 임영호 교수의 논문 <멜로 드라마 보는 남자들>을 해당 칼럼에서 인용했는데 이 논문에서 임 교수는 “중년 남성들이 텔레비전 드라마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특히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멜로 드라마를 시청하는 중·장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이들은)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이라는 전통적인 젠더 구분을 넘어서 새로운 젠더 취향과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현실 속 남녀 역할이나 지위가 과거와 달라지면서 “TV를 둘러싼 남녀의 풍경 또한 날로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바람직한 상’이 대중문화에 투여돼 나타난 현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몇 년 전까지 대중문화계는 신경숙 작가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는 등 ‘엄마열풍’이 거셌지만 ‘아버지의 존재’는 거의 없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부성애 코드가 잠깐 주목을 받았지만 대부분 ‘아빠 힘내세요’ 같은 응원 메시지가 대부분이었다.

 

◁ 영화 <7번방의 선물>
 

하지만 경기침체 장기화, 가족해체, 1인 가구의 등장 등 사회경제적인 변화가 아버지의 역할과 권위에 의문을 던지면서 ‘아버지란 무엇인가’란 화두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를 대중문화가 주목하면서 ‘부성애 코드’가 큰 흐름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것. 여기에는 ‘아버지에 대한 상’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는 사회적 현상도 일정 부분 반영됐다.

 

변화하는 아버지에 대한 역할을 주목하는 대중문화

KBS의 한 PD는 “대중문화가 그리는 아버지에 대한 상은 IMF를 거치며 많은 부분 변해왔고, 그 변화는 가부장적인 권위의 해체나 힘든 아버지에 대한 응원과 격려가 대부분이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부성애 코드의 등장은 예전과는 근본적인 측면에서 다르다”고 지적했다. 즉 예전에는 ‘추락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용기 잃은 아버지를 응원하는 현상을 주로 주목했다면 지금은 ‘변화하는 아버지 상’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를 ‘프레디’라는 말로 설명하기도 했다. ‘프레디’는 ‘프렌즈’(friends)와 ‘대디’(Daddy)의 합성어로 ‘친구 같은 아버지’를 의미한다. 최근 불고 있는 ‘부성애 열풍’의 이면에 이 같은 ‘프레디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

 

실제 최근 MBC <아빠 어디가>와 SBS<땡큐> 등 TV예능에서 불고 있는 ‘부성애 코드’는 기본적으로 감성과 힐링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친구 같은 아빠’ ‘자녀에 대한 배려’와 같은 ‘새로운 부성애 코드’가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사회변화의 흐름과 특성이 중년층 남성들의 공감대를 자아내면서 ‘부성애 코드’가 부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회문화적인 변화와 함께 ‘정치적인 측면’을 좀 더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최근 ‘부성애 코드’의 등장은 중장년층 남성들이 영화, 드라마는 물론 TV예능의 주된 시청층으로 등장하는 현상을 주목한 방송사 측의 전략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다.

 

정치·시사에 냉담한 중장년층을 위한 지상파의 공략?

이들은 특히 예능에서 불고 있는 ‘양극화 현상’의 경우 방송사들의 중장년층 공략을 위한 전략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최근 tvN < SNL코리아>나 jTBC <썰전> 등 케이블이나 종편 예능이 정치 시사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 SBS <땡큐>나 MBC <아빠 어디가> 등 지상파 예능들은 감성과 힐링에 방점을 두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시사풍자나 힐링 모두 중장년층 남성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종편과 지상파 예능의 양분화 흐름도 엄밀히 말해 대중문화 영역에서 일고 있는 ‘부성애 코드’ ‘중장년층 대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 SBS <땡큐> ©SBS

 

조민준 대중문화평론가는 “사실 어떻게 보면 케이블이나 종편 예능의 정치시사 풍자나 지상파 예능의 힐링 코드는 모두 기존 정치와 언론에 대한 불신 그리고 그에 따른 반작용적인 성격이 짙다”면서 “뉴스나 시사에서 다루지 못한 것을 직설적으로 풀어내는 예능, 정치에 대한 혐오나 현실에서 도피해서 위로받고 싶은 욕망 모두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같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상파는 정치적인 얘기를 예능에서 직설적으로 풀어내기 어려운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힐링이나 휴먼으로 간 것이고, 지상파에 비해 조금은 자유로운 종편이나 케이블은 ‘직설적인 정치풍자’로 방향으로 잡으면서 예능이 양극화로 흘렀다는 분석이다. 어찌 됐든 한동안 TV브라운관은 물론 대중문화영역 전반에 중장년층 남성을 위한 코드와 ‘새로운 부성애’를 겨냥한 흐름이 강세를 형성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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