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 ABC] 준비부터 구조요청까지
등산처럼 계획하고 준비하라
월간마운틴 | 글 · 사진 편집부 | 2013.04.25
◁ 트레킹은 걷는 것 외에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자연 속에서 천천히 걸으며 주위 풍경을 즐기면 된다.
지자체에서 조성한 트레일만을 찾아 걷는 것이 트레킹의 전부라 생각하지는 않은가? 지나치게 잘 닦아놓은 길에 올라 그저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걷고 있다면 아직 트레킹 초보인 셈. 트레킹은 걷는 것 외에 정해진 규칙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자연 속에서 천천히 걸으며 주위 풍경을 즐기면 될 뿐. 목적도, 장소도, 거리도 취향에 따라 스스로 정하기 나름인 트레킹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산허리를 에두르면 임도 트레킹, 계곡을 따르면 계곡 트레킹, 강을 따르면 강변 트레킹, 산과 산을 이으면 능선 트레킹, 산간마을을 찾아가면 오지 트레킹 등등. 자신이 원하는 테마의 트레일을 개척하면 색다른 트레킹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떠나기 전 꼼꼼히 준비하고 실전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돌발상황에 잘 대처한다면 당신은 이미 트레킹 고수.
● 트레킹 준비
트레킹은 야외활동이다. 등산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등산 전 인도어클라이밍을 하는 것처럼 트레킹도 준비를 철저히 할수록 위험한 상황에 처할 확률은 적어진다.
나만의 트레일을 구상하라
지도에는 등고선 외에도 수많은 선들이 있다. 그 선들은 다 길이며, 트레일이 된다. 지도를 펼치면 무궁무진한 길 중에서 트레일 코스를 발견할 수 있다. 단, 독도 능력은 필수다. 우선 트레킹을 떠나려면 어떤 테마로, 누구와 어디를 갈 것인지를 정한다. 여러 명이 나란히 산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트럭도 다닐 만큼 너른 임도를 찾아 걷고 싶은 만큼 표시한다.
▷ 트레킹도 야외활동이다. 등산 전 인도어 클라이밍을 하는 것처럼 트레킹도 준비를 철저히 할수록 위험한 상황에 처할 확률을 낮출 수 있다.
굽이치는 강을 내려 보고 사진을 찍고 싶다면 강을 두른 산을 찾아 능선을 잇는다. 탐험을 하고 싶다면 산간 깊숙이 자리한 민가를 하나 찍어두고 길을 만들어가며 걸으면 된다. 지도의 등고선을 확인해 길의 난이도와 자신의 체력을 고려하고 교통편을 따져 들머리와 날머리를 정하면 나만의 트레일이 탄생한다. 루트를 그린 지도를 GPS에 담아가면 길을 찾기 수월하다.
준비는 등산과 마찬가지
짐을 꾸리는 것은 장소와 일정, 즉 취사와 야영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당일이라면 방풍방수재킷, 행동식과 구급약품 등을 챙기면 될 것이다. 장기일정이라면 취사도구와 막영도구가 필요하므로 등산 시 야영을 기준으로 하면 된다. 트레킹 복장은 강한 햇빛을 피하고 수풀에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얇은 긴 소매를 입는 것이 좋다. 오지산행이 아니라면 트레일화는 가볍고 쿠션감과 접지력이 좋은 것을 고른다. 접지력이 좋은 신발은 걸을 때 추진력도 좋아져 에너지 소비를 줄여준다. 흔히들 동계용 장비로 인식하는 스패츠는 등산화에 빗물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고 수풀이 우거진 곳을 갈 때 피부를 보호하고 뱀의 공격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 등산에서는 스틱을 오르막이나 내리막에서 하중을 분산시키고 발목이나 무릎에 전달되는 충격을 줄이려고 사용한다. 트레킹에서는 인적이 뜸한 길에서 우거진 수풀을 헤쳐 나가거나 계곡에서 중심을 잡는데 더 요긴하다. 바닥을 두드려 수풀 속에 숨은 뱀을 피할 수도 있고 비박 시에 타프 지지대로 쓸 수도 있다.
날씨를 확인할 것
야외활동에서 가장 큰 변수는 날씨다. 떠나기 전 신문이나 TV, 인터넷, 휴대폰 등을 통해 최신 정보를 미리 알아두어야 한다. 하지만 기상변화가 무쌍한 산 속에서는 하늘의 빛깔이나 구름의 종류, 바람 부는 방향 등의 현지 상황으로 날씨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야 갑작스런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간단한 예로 햇무리, 달무리가 지거나 아침놀이 생기면 비가 내린다. 또 위쪽과 아래쪽 구름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흐를 때는 저기압이나 태풍이 다가오고 있다는 표시로 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다. 볼록렌즈 모양의 구름이 나타나면 바람이 세진다는 의미다.
◁ 지도에는 등고선 외에도 수많은 선들이 있다. 그 선들은 다 길이고, 트레일이 된다. 여러 명이 나란히 산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임도를 이어 코스를 짜면 된다.
● 상황에 따른 위기대처 요령
야외에서 발생하는 모든 돌발상황은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상황별로 적절하고 발 빠른 대처요령을 숙지해야 즐거운 트레킹을 지속하고 안전을 도모하고 수 있다.
햇볕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여름철 트레킹 시 강한 햇볕에 장시간 노출되면 일사병이나 열사병에 걸리기 쉽다. 일사병은 강한 직사광선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생기는데 속이 메스껍고 열을 동반하는 게 특징이며 두통, 무기력감, 현기증을 동반한다.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 눕힌 뒤 다리를 머리보다 높인 상태로 온몸을 마사지해주고 수분을 섭취하도록 한다. 열사병은 온도와 습도가 높을 때 체내 열이 제대로 발산이 안 될 때 생긴다. 피부가 뜨겁고 건조해지며 붉은색으로 변하므로 시원한 곳으로 옮긴 뒤 물을 뿌려 체온을 낮춰준다. 조치를 취하고 잠시 쉬면 대부분 호전된다. 덥다고 갑자기 찬물을 많이 들이키면 배탈이 나 탈수증세가 나타날 수 있으니 이온음료를 마시게 하거나 물을 천천히 조금씩 마시는 등 수분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모자를 쓰거나 한낮 가장 뜨거운 시간대를 피하는 것이 좋다.
계곡에서 폭우를 만났을 때
우리나라 조난 사고의 통계를 보면 1년 동안 일어나는 사고 가운데 46%가 여름철에 집중되는데 그 중에서도 폭우와 급류로 인한 계곡에서의 사고가 2/3정도를 차지한다. 계곡트레킹에서 갑작스러운 폭우나 소나기로 인해 물이 불어날 경우 무리한 이동을 자제해야 한다. 폭우가 계속되어 계곡에서 탈출할 경우 상류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거나 양쪽 사면 중 한곳을 택해 능선으로 피해야 한다.
물이 불어난 계곡의 유속은 상상외로 빠르고 물살도 거세 무릎 이상의 물높이에도 성인이 중심을 잡기 어렵다. 어쩔 수 없이 계곡을 건너야 한다면 가급적 폭이 좁은 상류를 택해 거슬러 오르듯 사선으로 건넌다. 물 속 바닥은 물이끼 등으로 미끄러울 수 있으므로 스틱이나 긴 막대 등을 통해 상류 쪽을 짚어가며 몸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한다. 혼자일 경우에는 되도록 계곡을 횡단하지 말고, 둘 이상일 경우 로프나 끈으로 몸을 묶어 일행에게 확보를 부탁하며 건너야 한다.
▷ 일 · 열사병을 예방하려면 모자를 쓰거나 그늘에서 한낮 뜨거운 태양을 피하는 것이 좋다. 일 · 열사병이 났다면 시원한 곳으로 옮겨 체온을 낮추고 쉬어야 한다.
산불, 낙뢰, 눈사태를 만났을 때
산불이 났을 때는 산 위는 복사열 때문에 더 위험할 수 있으므로 무조건 위쪽으로 달아나면 안 된다. 바람의 방향을 살펴 불길이 약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저지대나 바위 뒤, 연료가 없는 지역이 대피장소로 적합하다. 벼락이 칠 때는 암벽이나 암릉, 나무에서 떨어져 낮은 곳으로 대피한다. 대피 시 바닥에 배낭 등 절연체를 깔고 앉으면 지면을 통해 흐르는 2차 전류의 감전을 피할 수 있다. 눈사태는 맞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눈사태로 휩쓸려 내려 갈 때, 파묻혔을 때 탈출이 용이하도록 몸에 있는 거추장스러운 것은 빨리 벗어 버려야 한다. 또 헤엄치는 동작을 계속해 최대한 눈의 표면에 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눈사태로 눈 속에 파묻혀 자력탈출이 힘들 때 당황하지 말고 구조를 요청하고 기다린다.
위험한 짐승을 만났을 때
국내의 경우 다행히 생명의 위협을 받을 만큼 위험한 짐승이 그다지 많지 않다. 멧돼지, 벌, 뱀 등 정도를 조심하면 된다. 짐승들도 사람을 발견하면 마찬가지로 놀라 대개 피해서 달아난다. 짐승을 만났을 때 놀라 큰 소리를 지르며 소란을 떠는 것을 삼가야 한다. 가만히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공격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려야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벌떼의 습격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 옷이나 수건을 흔들며 소리를 질러 벌떼를 자극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고 죽은 듯이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다. 벌의 비행속도는 시속 40~50㎞나 되므로 뛰어서 도망을 가더라도 벌떼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독성이 강하지 않은 벌에 쏘였으면 그 부위가 붓고 가렵고 아픈 경우가 대부분인데, 얼음주머니를 대줘 독에 의한 붓기를 가라앉힌다. 피부에 벌침이 박혔을 때 손톱이나 핀셋을 이용하다보면 피부 속으로 더 들어가는 수가 있다. 바늘이나 칼, 하다못해 신용카드 등으로 긁어서 빼낸다.
우거진 수풀에서 모르고 뱀을 밟거나 빈 통나무나 바위틈에 무심코 손을 넣다가 뱀에 물릴 수 있다. 보통 뱀에 물리면 순식간에 독이 퍼져 즉사하는 것으로 생각해 위험한 응급처치를 한다. 물린 부위를 째서 입으로 피를 빠는 행동은 효과도 없지만 빨아내는 사람까지도 중독될 수 있다. 독이 퍼지는 것을 막겠다고 물린 부위를 압박하면 오히려 혈액 공급을 차단해 조직 괴사를 촉진시킬 수 있다. 독의 종류를 확인한다고 어설프게 뱀을 잡으려하면 잡으려는 이도 뱀에 물릴 위험이 있고 환자의 후송도 지연시키게 된다. 불안해하는 환자를 안심시키고 물린 곳의 움직임을 최소화시킨 후 환자를 최대한 빠르게 병원으로 후송하는 것이 제일 좋다.
조난당했을 때
자연환경 속에서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드는 조난은 기본적으로 자의든 타의든 길을 잃는데서 발생한다. 따라서 잘못된 길에 들었을 경우에는 즉시 위치를 알 수 있는 장소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되돌아가기 귀찮아 계속 진행하다보면 되돌아가는 길마저 못 찾을 정도로 완벽히 길을 잃을 수 있다. 산에서 조난을 당하면 그 사람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또는 처한 상황의 정도에 따라 목숨을 잃을 수도, 무사히 내려올 수도 있다. 길을 잃고 오랜 시간 헤매다보면 부족한 장비와 식량 때문에 탈진상태에 이르거나, 저체온증에 걸리는 상황이 발생하기 쉽다. 우선 휴대폰으로 구조요청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간지역이나 주변의 특별한 지형물이 없는 곳에서는 전봇대에 적힌 고유번호를 이용한다. 전봇대는 주민등록번호처럼 모두 다른 고유의 번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번호만 알려주면 구조자가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 조난을 당해 구조요청을 할 때 산간지역이나 주변의 특별한 지형물이 없는 곳에서는 전봇대에 적힌 고유번호를 알려주면 구조자가 정확한 위치 파악을 할 수 있다.
일행과 떨어져 홀로 낙오되었는데 통신수단이 아무것도 없고 날이 어두워지고 있다면 섣불리 움직이기보다는 헤드랜턴으로 구조신호를 보내며 그 자리에서 비박할 각오를 하고 대기한다. 구조신호는 1분간 10초씩 6번 깜빡거린 후 1분간 불빛을 끄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구조회신 신호는 1분 동안 불빛을 20초간 세 번 깜빡인 후 1분간 쉬기를 반복한다. 낮이라면 같은 간격으로 세 군데의 봉화를 만들어 연기를 피워 올린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신호이므로 외국 트레킹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국내에서는 산림에서 불을 피울 수 없지만 조난 시 부득불 불을 피워야 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생명과 숲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안전하게 모닥불을 다뤄야 한다. 우선 3m 지름의 원 안에 불이 붙을 만한 물건을 모두 치우고 그 중심에 불을 피운다. 경험이 없다면 땔감 나무에 불을 피우는 것도 쉽지 않다. 우선 땔감 나무껍질을 칼로 벗겨 칼자리를 내주고 그 위에 낙엽이나 솔잎 등의 불쏘시개를 덮어 불을 피우면 땔감에 불이 쉽게 옮겨 붙는다. 불을 끌 때에는 물을 끼얹은 후 막대기로 재를 휘젓고 옆에 있는 흙이나 모래로 덮는다. 마지막으로 흙 위로 손을 대어 완전히 불씨가 커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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