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편집국장, 삼성에 “좋은 지면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장충기 문자로 드러난 삼성-언론 검은 유착 ①]
협찬액 올려주면 좋은 기사로 보답하겠다는 문화일보
미디어오늘 2017년 08월 07일
조정래 작가의 소설 <허수아비춤>을 보면 재벌그룹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광고를 달라고 애원하는 언론사 간부들이 등장한다. 오늘 우리는 소설 같은 현실을 목격할 수 있다. 미디어오늘이 2016년 8월26일 오후 3시42분경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이 받은 문자 전문을 공개한다. 이 문자는 앞서 시사인 517호 단독보도를 통해 공개됐으나 언론사 이름만 등장하고 사람 이름은 가려졌다. 미디어오늘은 이를 전부 공개하는 것이 자본과 언론간의 검은 유착을 뿌리 뽑는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사장님, 식사는 맛있게 하셨는지요? 편집국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지 4개월…저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죄송스런 부탁 드릴게 있어 염치 불구하고 문자 드립니다 제가 편집국장 맡으면서 김영모 광고국장에게 당부한게 하나 있었습니다. ‘편집국장으로서 문화일보 잘 만드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제발 저한테는 영업관련된 부담을 주지말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잘 지켜주는 듯 싶더니 이번에는 정말 심각한지 어제부터 제 목만 조르고 있습니다 ㅠㅠ 올들어 문화일보에 대한 삼성의 협찬+광고 지원액이 작년대비 1.6억이 빠지는데 8월 협찬액을 작년(7억)대비 1억 플러스(8억) 할수있도록 장사장님께 잘 좀 말씀드려달라는게 요지입니다 삼성도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혹시 여지가 없을지 사장님께서 관심갖고 챙겨봐주십시오 죄송합니다 앞으로 좋은 기사, 좋은 지면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김병직 배상”
보낸 사람은 김병직 문화일보 편집국장이다. 문자의 목적은 8월 협찬액을 올려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좋은 기사, 좋은 지면으로 보답한다”고 적었다. 협찬액을 올려주면 삼성에 유리한 기사를 써주겠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문자에선 “식사는 맛있게 하셨는지요”, “죄송스런 부탁”, “염치 불구하고”, “관심갖고 챙겨봐주십시오”처럼 시종일관 편집국장의 저자세를 확인할 수 있다. 언론권력 위에 군림하던 삼성권력의 실체다.
김병직 문화일보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당시 문자가 기억나지 않는다며 관련사실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김병직 편집국장은 “제가 국장하면서 기자하면서 주고받는 문자라는 게 엄청 많다”면서 “1년 전에 했던 것에 대해서 기억도 없다”고 말했다. 장충기 사장은 또 하나의 문화일보 관련 문자를 받은 적이 있다. 이번에는 보낸 이가 김영모 광고국장이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문화일보를 배려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5월을 무탈히 넘깁니다!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무엇이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소용될 일이 있으시면 하시라도 하명해주십시오. 다시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일교차가 큽니다. 건강유념하십시오! 김영모 각골난망. ”
사자성어 ‘각골난망’은 ‘은혜를 마음속에 깊이 새겨 잊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명’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내리는 명령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은 종합일간지 광고국장이 하명해달라며 머리 숙여 감사해야 할, 그런 존재였다.
▲ 2월17일자 문화일보 사설.
문화일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지난 2월17일 사설을 통해 “그러잖아도 겹겹 규제로 지뢰밭을 걷듯 기업 활동하는 처지에 정치 리스크까지 가세해 기업을 옥죄는 판이다”라고 주장했다. 장충기 사장이 받은 문자를 보고나니 사설의 콘텍스트가 더욱 풍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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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간부, 삼성에 “제 아들 삼성전자 발표가 임박했습니다”
[장충기 문자로 드러난 삼성-언론 검은 유착 ②]
아들 삼성취업 부탁한 전 CBS 간부, 사외이사자리 부탁한 전 서울경제 간부
미디어오늘 2017년 08월 08일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탄핵을 거치며, 사적인연이 얼마만큼 불공정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확인했다. 삼성의 정유라 승마지원, 정유라의 고교출석 특혜와 이화여대 입학 등은 국정농단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자식사랑’은 수많은 반칙에 대한 변명이었다.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이 받은 문자를 보면 언론인들이 장 사장에게 자식의 일자리나 자신의 일자리를 부탁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오늘은 문자 중 CBS 전 간부가 장 사장에게 자신의 아들 삼성취업을 청탁한 문자와 서울경제 전 간부가 장 사장에게 자신의 사외이사 자리를 부탁한 문자를 공개한다. 이 문자는 앞서 시사인 517호 단독보도를 통해 공개됐지만 언론사만 공개되고 사람 이름은 가려졌다. 미디어오늘은 이를 공개하는 것이 자본과 언론간의 검은 유착을 뿌리 뽑는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존경하옵는 장충기 사장님!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몇 번을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서 문자를 드립니다. 제 아들 아이 이○○이 삼성전자 ○○부문에 지원을 했는데 결과발표가 임박한 것 같습니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떨어졌는데 이번에 또 떨어지면 하반기에 다시 도전을 하겠다고 합니다만 올 하반기부터는 시험 과정과 방법도 바뀐다고 해서 이번에도 실패를 할까봐 온 집안이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름은 이○○ 수험번호는 1○○○○○○○번이고 ○○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이같은 부탁이 무례한줄 알면서도 부족한 자식을 둔 부모의 애끓는 마음을 가눌 길 없어 사장님의 하해와 같은 배려와 은혜를 간절히 앙망하오며 송구스러움을 무릅쓰고 감히 문자를 드립니다. 사장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리면서까지 폐를 끼쳐드린데 대해 용서를 빕니다. 모쪼록 더욱 건강하시고 섬기시는 일들마다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축복이 충만하시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CBS 대전방송본부장 이희상 올림”
이희상 전 대전CBS본부장은 CBS 산업부 기자를 거쳐 2010년부터 CBS 산업부장을 역임한 뒤 지역방송사를 책임지는 대전CBS 본부장에 올랐다. 이 전 본부장의 재임기간은 2013년 11월~2015년 6월이다. 삼성그룹 대졸 공개채용 방식이 변경된 게 2015년 하반기이므로 같은해 상반기 공채기간인 3월~5월 중 보낸 문자로 추정된다. 즉 재직당시 보낸 문자다.
◀ 사진=연합뉴스
이희상 전 본부장은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부끄럽다”며 문자를 보낸 사실에 대해 인정한 뒤 “부모입장에서 자식문제는 많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이 전 본부장은 “(문자를 보낸 뒤) 콜백(답변)이 오지도 않았다”며 “(아들이) 삼성전자 취업은 안 됐고, 지금 전혀 다른 곳에서 일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이 인사를 그렇게(사적인연으로) 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흘려보내는 것 보단 한 번 더 봐달라는 뜻으로 한번 해 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언론인으로서 부적절한 행동 아니냐는 지적에는 “산업부장 재직시절도 아니고, 대전방송본부장 자리도 밀려나다시피 갔다”며 “언론인 지위를 이용한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단지 “산업부장을 하면서 기업인들을 많이 알게 돼 지인에게 사적으로 부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쓸데없는 짓을 했다”며 “(취업이 안 돼) 죽겠다는 애 살리는 심정으로 (부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 CBS지부는 조합원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문자를 보낸 간부는 2016년 7월 명예퇴직한 이희상이며 청탁이 이뤄진 시점도 퇴직 전 재직 당시”라며 “노조는 이러한 범죄행위가 CBS의 근간을 흔드는 사태라고 본다”고 밝힌 뒤 “회사 측이 이 문제에 대해 철저한 반성과 유감, 일벌백계의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BS지부는 △회사의 정확한 사실 해명 및 반성과 유감 표명 △CBS 전 직원을 향한 이희상의 사과문 작성 및 공개 △이희상에 대한 CBS 명예훼손 소송 진행 등 세 가지를 회사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편 장충기 사장에게 직접적으로 자신의 일자리를 청탁한 언론사 간부도 있었다. 다음은 해당 문자 전문이다.
“별고없으신지요? 염치불구 사외이사 한자리 부탁드립니다. 부족합니다만 기회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작년에 서울경제 부사장 그만두고 서강대 초빙교수로 소일하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박시룡 드림”
박시룡 전 서울경제 부사장은 사회보장정보원 비상임이사(2016년 3월~2018년 3월)로 재직 중이며, 과거 하이닉스 반도체, 한솔인티큐브, 한화손해보험, 재일화재해상보험 등에서 사외이사, 한국자산관리공사 비상임이사 등을 맡은 바 있다. 미디어오늘은 박 전 부사장에게 수차례 연락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문자와 관련한 입장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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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상무가 삼성에 보낸 ‘충성 문자’
[장충기 문자로 드러난 삼성-언론 검은 유착 ③]
삼성에 “진심으로 열심”이었던 연합뉴스 간부들…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기사 ‘삭제 논란’
미디어오늘 2017년 08월 09일
삼성과 언론의 ‘검은 유착’은 국가기간뉴스통신사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미디어오늘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재판 내용과 시사인 517호 보도 등을 종합해 언론사 간부들과 삼성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문자 내용을 입수, 7일 오후부터 연속 보도를 하고 있다.
“밖에서 삼성을 돕는 분”
“밖에서 삼성을 돕는 분들이 많은데 그중에 연합뉴스의 이창섭 편집국장도 있어요. 기사 방향 잡느라고 자주 통화하고 있는데 진심으로 열심이네요. 나중에 아는 척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통화 중에 기사는 못 쓰지만 국민연금 관련 의사결정 관련자들한테 들었는데 돕기로 했다고 하네요.”
(2015년 7월8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전 삼성증권 사장)이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지난 4월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등 5인의 삼성 뇌물공여 국정농단 사건’ 공판에서 드러난 문자다. 이창섭 연합뉴스TV 경영기획실장은 2015년 당시 연합뉴스 편집국 책임자인 ‘편집국장 직무대행’이었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이 실장은 삼성 측과 “기사 방향을 잡느라고 자주 통화”하는 관계였고 삼성에 “진심으로 열심”이었던 인사였다. 연합뉴스는 2015년 7월13일 “전문가들 ‘삼성물산 소액주주, 기회를 발로 찰 이유없다’”라는 제목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우호적인 기사를 냈다. 합병이 최종 결정됐던 7월17일보다 나흘 앞선 시점의 보도였다.
이와 관련해 이 실장은 “취재 지시나 기사 방향 조정은 편집회의 등 시스템을 통해 결정한 것일 뿐 개인적으로 부끄러운 일을 한 것이 전혀 없다”는 비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이번 사태는 현 경영진 아래에서 공정보도 시스템이 어떻게 붕괴되고 취재 현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회사에 이 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이 실장에 대한 책임을 촉구했으나 사측은 지난 6월1일 이 실장을 자회사인 연합뉴스TV 경영기획실장으로 발령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연합뉴스 ▶
“회장님 돈을 뜯어내려는 자”
“장 사장님. 늘 감사드립니다. 시절이 하수상하니 안팎으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누워계시는 이건희 회장님을 소재로 돈을 뜯어내려는 자들도 있구요. 나라와 국민, 기업을 지키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져갑니다. 연합뉴스 조복래 드림”
다소 민망한 이 문자는 조복래 연합뉴스 콘텐츠융합담당 상무가 장충기 전 차장에게 보낸 문자다. 시점은 특정되지 않았으나 뉴스타파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성매매 보도가 있던 지난해 7월 이후로 보인다. “안팎으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기업을 지키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져 간다”며 문자를 통해 권력을 비호하고 “누워계시는 이건희 회장님을 소재로 돈을 뜯어내려는 자가 있다”며 관련 의혹을 무마하는 듯한 모습이 국가기간통신사 간부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상무는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장 전 차장에게 문자를 보낸 시점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장충기 사장과는 학교나 지역 등 어떠한 인연이 없다”며 “내가 경영진일 때 보냈다면 위로하는 차원에서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상무는 “양심을 걸고 말씀드리면 다른 의도나 목적은 없었다”며 “(관계 개선 등을 위해) 가끔씩 ‘잘 지내시냐’는 식으로 (문자를) 보내곤 한다”며 “이와 관련해 일탈적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상무는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만약 내가 광고를 달라고 하거나 그랬다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명절 때 주요 인사에 문안 인사를 올리곤 하는데 그런 차원으로 보인다. 어려운 상황에 있다면 잘 극복하라는 취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상무 해명은 문자는 연합뉴스 보도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에 따르면, 연합뉴스의 이 회장 성매매 기사는 ‘삭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 4월 검찰이 뉴스타파가 공개한 동영상에 등장한 중국 국적 여성을 성매매 혐의로 기소하면서 성매매 상대방인 이 회장에 대해서는 조사가 불가능하다며 기소중지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해, 연합뉴스는 “檢 ‘동영상 속 행위 ‘성매매’ 맞다’ 결론…이건희 기소중지”라는 제하의 단독 기사를 준비했지만 보도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기사는 검찰이 이 회장의 성매매가 실제 있었다는 것을 규명했다는 내용으로 성매매 사실을 확인하는 기사였다. 내부 기자들의 반발로 뒤늦게 보도됐으나 제목과 부제에서 ‘성매매’란 어휘가 빠졌고 실제 행위에 관한 기술은 삭제됐다. 사측은 이에 대해 “식물인간 상태인 이건희 회장 얘기를 다시 꺼내 욕되게 할 필요가 있느냐”,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도 구속돼 삼성이 ‘초상집’인데 굳이 이런 기사를 내보내야 하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에 따르면, 이 회장 동영상과 관련한 연합뉴스의 영문 기사는 한 건도 송고되지 않았다. 이 실장과 조 상무는 언론노조가 지난 6월 발표한 ‘3차 언론 부역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8일 성명을 통해 “국정농단 삼성 재판 과정에서 나온 장충기 사장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면 당신들은 ‘국가기간통신사’가 아니라 ‘삼성기간통신사’ 소속인 것만 같다”며 “연합뉴스 현장 기자들은 열성을 다해 취재한 이 회장 성매매 동영상 의혹과 관련한 기사가 킬되고 물타기되는 것을 보며 참담함에 빠져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의 얼굴과 이름에 먹칠을 한 당신들은 당장 잘못을 인정하고 연합뉴스 구성원들과 국민에 사과하라”며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신들이 모신 박노황 사장과 깨끗하게 동반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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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삼성 인사청탁 CBS 간부 연루, 깊은 유감”
경영진 공식입장 내고 “재발 않도록 노력할 것”…CBS 노조 “회사 측이 일벌백계 의지 보여야”
미디어오늘 2017년 08월 09일
이희상 전 대전CBS 본부장이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자신의 아들 삼성전자 취업 청탁 문자를 보낸 것과 관련 CBS가 지난 8일 공식입장을 통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장충기 문자로 드러난 삼성-언론 간 유착 논란에 대해 언론사 경영진이 직접 입장을 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 CBS지부는 “회사 측이 이 문제에 대해 철저한 반성과 유감, 일벌백계의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며 △회사의 정확한 사실 해명 및 반성과 유감 표명 △CBS 전 직원을 향한 이희상의 사과문 작성 및 공개 △이희상에 대한 CBS 명예훼손 소송 진행 등 세 가지를 회사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CBS는 한용길 사장 명의로 “7일 시사주간지 ‘시사인’에서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에 대한 언론사 간부들의 청탁문제를 폭로해 파문이 일었다”며 “시사인이 폭로한 문제에는 전직 CBS 간부가 장 사장에게 삼성전자에 지원한 아들의 입사를 부탁하는 인사 청탁을 한 사실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한 뒤 “회사는 부정한 인사 청탁에 전직 CBS간부가 연루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CBS는 “회사는 향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며 특히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성희롱 등 중대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본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문자를 보낸 사실을 인정하고 잘못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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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기자 “어떻게 해야 삼성 도울 수 있는지 알려주셨으면”
[장충기 문자로 드러난 삼성-언론 검은유착④]
“존경하는 실차장님” 매경 삼성 출입기자가 보낸 낯 뜨거운 문자… “장충기가 먼저 도와달라고 했다”
미디어오늘 2017년 08월 10일
대한민국 경제지는 재벌그룹 삼성을 대변해왔다.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문자에는 유력 경제지 이름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미디어오늘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내용과 시사인 517호 보도 등을 종합해 언론사 간부들과 삼성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문자 내용을 입수했다. 지난 7일 오후부터 연속으로 보도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삼성을 도와줄 수 있는지”
“존경하는 실차장님! 어제 감사했습니다. 면세점 관련해서 서양원 국장과 상의해보니 매경이 어떻게 해야 삼성의 면세점 사업을 도와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셨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김대영 올림”
2015년 7월 삼성 출입 기자였던 김대영 매일경제신문(이하 매경) 유통경제부장이 장충기 사장에게 보낸 문자다. ‘서양원 국장’은 서양원 편집국장을 지칭한 것으로 당시에는 매경 산업부장이었다.
삼성 핵심 인사에게 “존경하는”이라는 경어를 쓰면서 “매경이 어떻게 해야 삼성의 면세점 사업을 도와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는 내용. 장충기 문자를 통해 언론과 삼성의 검은 유착을 폭로한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9일 공개된 팟캐스트 ‘김용민 브리핑’에서 이 문자를 소개하며 “매경 기자의 데스크·사장은 삼성인가”라고 비판한 뒤 “매경이 삼성 재판에서 왜 삼성 편을 드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당사자들은 어떤 맥락에서 이런 문자를 삼성에 보냈던 걸까. 매경 간부들은 이 문자가 ‘취재 활동의 일환’이었다고 말한다. 2015년 7월은 이른바 ‘면세점 전쟁’이 치열했던 시기다. 7개 대기업이 신규 서울 시내 면세점 운영권 2장을 놓고 경쟁을 펼쳤다.
이 문자를 두고 서양원 매경 편집국장은 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면세점 경쟁이 치열했다. 기획으로 각 경쟁사마다 어떤 면세점 전략을 갖고 있는지 취재했던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삼성이 갖고 있는 전략이 뭔지 내가 (김대영 기자에게) 취재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서 국장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경쟁했던 곳을 똑같은 크기로 똑같이 썼다”며 “한군데라도 작게 쓴다면 또 문제가 생기지 않겠는가. 정상적인 취재 활동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문자는 기사를 위한 것이었으며 면세점 경쟁사마다 동일한 비중으로 보도했다는 것.
김대영 부장은 “삼성을 출입할 때 보냈던 문자”라며 “삼성 출입기자로서 삼성이 면세점 사업에 임하는 자세나 CEO 포부를 취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이 과정에서 장 사장(장충기)이 도와달라고 해서 ‘당신이 도와달라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는 취지로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취재원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지 않나”라며 “다만 그걸 받아보고 합당한 이유가 있으면 우호적이거나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는 것이고 아니면 사실과 다르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문자가 오해를 사고 있다고도 했다. 김 부장은 “해당 문자만 보면 마치 삼성에만 (기사를) 잘 쓴 것처럼 왜곡되고 오해하는 것 같다”며 “그렇게 부각돼 굉장히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015년 7월10일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자로 선정됐다.
김대영 기자는 선정 직후인 7월11일 “HDC신라 세계최대 도심면세점…용산을 한국판 ‘아키하바라’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입찰 전쟁에서 총수 일가 중 가장 적극적으로 뛰었던 이부진 사장은 경영능력을 입증할 첫 번째 시험대에서 합격점을 받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사진=포커스뉴스
“내일자 1면 톱도 그렇게 나간다”
“매경(매일경제신문) 손현덕 국장이 홍완선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본부장이랑 통화했는데 찬성 확정했고, (의결권 행사) 전문위로 안 넘긴다고 했다. 내일자 1면 톱도 그렇게 나간다.” (2015년 7월10일 이수형 전 미래전략실 기획팀장(부사장)이 장충기 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지난 4월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등 5인의 삼성 뇌물공여 국정농단 사건’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공개한 문자 내용이다.
손현덕 매경 논설실장은 당시 편집국장이었다. 이 문자는 매경 고위 간부와 삼성 관계자가 언론 지면 편집을 두고 ‘사전 협의’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 7월11일자 매경 1면 톱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국민연금 ‘찬성’”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내일자 1면 톱도 그렇게 나간다”는 삼성 관계자 말은 사실이었던 것.
손 실장은 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특검이 공개한 문자에서 자신이 언급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손 실장은 “이수형 부사장과는 선후배 관계로 연락을 자주 한다”며 “신문이 나오기 전에 알려준 것이 아니다. 토요일자(7월11일은 토요일) 기사는 전날 오후 3시면 나온다. 기사가 발행되고 저녁 즈음에 (이수형 부사장에게)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손 실장은 “기사가 사실과 다르면 몰라도 담당 취재 기자가 제대로 쓴 기사인데 기사 외압이 있겠느냐”고 되물으며 “해당 기사는 담당 기자와 데스크가 발제해서 준비한 것이었고 당시 큰 이슈였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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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기와 검은 언론’ 주요일간지 보도 ‘0개’ (0) | 2017.08.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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