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임중도원(任重道遠)’을 선정했다.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교수신문은 2018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임중도원을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임중도원은 논어 태백편(泰伯篇)에 실린 고사성어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임중도원을 추천한 전호근 경희대 교수(철학과)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평화 구상과 각종 국내정책이 뜻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며 “굳센 의지로 잘 해결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임중도원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했다”고 말했다.
교수신문은 모두 3단계 선정과정을 거쳐 올해의 사자성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후보추천위원단으로부터 사자성어 20개를 추천받아 예비심사를 통해 이 중 5개를 추렸다. 예비심사단은 교수신문 논설위원·서평위원 등 교수 50명으로 꾸려졌다. 최종후보에 오른 사자성어는 임중도원을 비롯해 공재불사(功在不舍), 밀운불우(密雲不雨), 운무청천(雲霧靑天), 좌고우면(左顧右眄) 등이다. 이를 놓고 지난 5일부터 14일까지 열흘간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 교수 878명 중 341명(38.8%)이 임중도원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했다. 이어 △밀운불우 210명(23.9%) △공재불사 134명(15.3%) △운무청천 98명(11.2%) △좌고우면 95명(10.8%) 순으로 나타났다.
전호근 교수는 “임중도원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은 첫 번째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구상이 성공적으로 완수되길 바라는 마음에 있다”며 “애초 이 정부가 내걸었던 적폐청산과 불평등 없는 세상을 이루고자 했던 또 다른 짐을 내려놓지 말라고 당부하는 마음이 두 번째 이유”라고 설명했다.
교수신문은 “설문조사에서 임중도원을 택한 응답자들은 현 정권의 개혁을 지지하는 의견을 쏟아냈다”며 “개혁이 추진되고 있지만 국내외 반대세력이 많고 실제 성과조차 과소평가하며 부작용이나 미진한 점은 과대포장하니 정부가 해결해야 할 짐이 무겁다거나 개혁 외에 우리의 미래는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반면 “구태의연한 행태를 답습하는 여당과 정부 관료들에게 던지는 바이니 숙지하고 분발하기 바란다는 정부의 무능과 안일한 행태에 불만을 터트린 의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임중도원에 이어 교수 210명(23.9%)의 지지를 받은 사자성어는 밀운불우(密雲不雨)다. 구름만 가득 끼어 있고 비는 내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고성빈 제주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남북정상회담과 적대관계 종결, 북미정상회담과 비핵화 합의, 소득주도성장 등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지만 막상 열매가 열리지 않고 희망적 전망에만 머물렀다”며 밀운불우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3위는 교수 134명(15.3%)가 선택한 공재불사(功在不舍)였다. 성공은 그만두지 않음에 있다는 뜻이다. 김선택 고려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계속 개혁에 매진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행여 정부가 계속 밀어붙이다 보면 효과가 날 것이란 집단 최면에 빠진 것은 아닌지 걱정스런 마음을 모두 담고 있다”고 추천 이유를 말했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한 해를 사자성어로 풀어보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역대 올해의 사자 성어는 △2011년 엄이도종(掩耳盜鐘) △2012년 거세개탁(擧世皆濁) △2013년 도행역시(倒行逆施)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 △2015년 혼용무도(昏庸無道) △2016년 군주민수(君舟民水) △2017년 파사현정(破邪顯正)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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