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서정과 서사 넘나든 냉철한 음유시인

세상보기---------/사람 사는 세상

by 자청비 2019. 1. 11. 08:39

본문



40주년 정태춘·박은옥..서정과 서사 넘나든 냉철한 음유시인

 연합뉴스 2019.01.11 


11월까지 기념사업 진행..앨범·콘서트·출판·전시 등 전방위적 조명
음악 인생 40주년 맞은 정태춘(오른쪽) 박은옥 부부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016년 미국 포크록 가수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을 때다. 당시 '한국의 밥 딜런'으로 조명된 음악인 중 한명이 정태춘이다. 그는 시인을 갈망한 듯 토속적이고 자연주의적인 시어를 들려주는 '음유시인'으로, 격변하는 사회의 모순을 냉철한 서사로 관통한 '노래 운동가'로 토양을 일궜다. 그러나 창작과 가창으로만 세상과 소통하지 않았다. 첫 앨범부터 사전심의에서 노랫말이 고쳐지자 "우리 사회의 전근대성으로 창작이 제한받는다"며 음반 사전검열 폐지를 끌어낸 '행동가'였고, 고향인 평택 미군 기지 확장 저지 콘서트 등에 나서며 '투사'로도 불렸다. 스스로는 이단적인 상상력을 가진 '아웃사이더'라고 칭하곤 했다.

관조적인 사색과 현실에 발을 붙인 성찰로, 시대를 읽은 정태춘이 1980년 동반자가 된 부인 박은옥과 함께 데뷔 40년을 맞았다. 1978년 1집 '시인의 마을'은 '촛불 등 수록곡들이 목가적인 서정시라 할 만큼 작가주의적 필력이 돋보였다. 절제된 기타 선율에 깃든 '애틋한 우수'는 치유와 위로의 정수였다.  그는 2집(1980)과 3집(1982)에선 음악적인 지향점을 한층 발현시켰다. 2집의 '합장', '산사의 아침(탁발승의 새벽노래)'에는 불교적 정서가 깃들고, 3집의 '새벽길', '우네' 등은 전통의 소리를 접목한 국악가요였다. 자연스레 두 장의 앨범은 대중적인 성공에서 벗어났다.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부부가 함께 낸 4집(1984)의 '떠나가는 배'와 '사랑하는 이에게'가 상업적인 성취를 이뤘지만, 정태춘은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았다. 암울하던 1980년대 그는 거리와 집회 현장에 서기 시작했고, 1990년대 '아! 대한민국'(1990)과 '92년 장마, 종로에서'(1993) 앨범으로 투쟁을 담은 서사를 써 내려갔다. 두 장의 앨범은 그가 당시 공연윤리위원회 가요 사전심의를 거부해 불법으로 발매됐고 1996년 사전심의제도가 폐지되면서 정식 출시됐다.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92년 장마, 종로에서' 중), '최저임금도 받지 못해 싸우다가 쫓겨난/ 힘없는 공순이들은 말고'('아, 대한민국' 중)

정태춘은 과거 인터뷰에서 "초기 노래는 세상을 관조적으로 바라본 혼자만의 독백, 일기였지만 중반에는 발언, 투쟁을 담은 사회적인 일기였다"며 "서정적인 노래나 비판적 내용의 노래 모두 시대 상황에 맞는 포크가요"라고 강조했다. 최규성 음악평론가는 "정태춘은 창작자로서 서정과 서사를 넘나들며 한국 포크사의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며 "'92년 장마, 종로에서'는 서사적인 내용에 서정적인 멜로디가 공존한 새로운 작법이었다"고 평가했다.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제공]

다음 달부터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이 펼쳐진다. 11일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사업단'에 따르면 기념사업은 2~11월 앨범과 콘서트, 출판, 전시, 학술, 트리뷰트 프로그램 등 전방위적으로 진행된다. 다음 달 출시될 40주년 기념 앨범 '사람들 2019'는 부부가 지난 2012년 낸 11집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이후 7년 만에 내놓는 작품이다. 이번에는 정태춘의 솔로 앨범으로 목소리에 집중하고자 기타 중심의 절제된 반주가 입혀진다.

사업단을 이끄는 박준흠 음악평론가는 "젊은 시절의 노래들을 다시 부르고, 가사를 바꾼 노래 한 곡과 새 노래 한 곡이 수록될 예정"이라며 "현재 녹음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념 투어는 4월 13일 제주 아트센터를 시작으로 11월까지 서울, 부산, 전주, 창원 등 전국 13개 도시에서 '날자, 오리배'란 타이틀로 열린다. 이들 부부의 레퍼토리 전반을 조명하는 무대로, 서울 공연은 4월 30일~5월 7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8회에 걸쳐 진행된다.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로고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제공]

1980~90년대 변혁의 시대를 아우른 노래들의 음악적, 사회적인 의미를 고찰하는 작업도 이어진다. 정태춘이 과거 낸 시집 '노독일처'가 재발간되고 온라인에서 선보인 '슬픈 런치'가 출간된다. 문학평론가 오민석의 가사 해설집과 대중음악 평론가 강헌의 정태춘·박은옥 평론집도 나올 예정이다.  학술 사업으로는 6~7월 한국대중음악학회와 한국음악산업학회가 연구와 포럼을 병행한다.

또 30여 명의 미술가가 참여한 헌정 전시 '다시, 건너간다'가 4월 12~30일 서울 세종미술관 제1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예술가들의 오마주 작품과 공연, 토크쇼 등이 함께하는 융복합 전시로, 근래 붓글씨에 빠진 정태춘의 작품 30여 점도 공개된다. 트리뷰트 프로그램은 대중음악 연구자와 문화 예술인의 기고와 자료를 바탕으로 한 책 출간, 후배 뮤지션들이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노래를 재해석한 리메이크 앨범, 앨범 참여자들이 함께하는 축하 공연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