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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커니

한글사랑---------/우리말바루기

by 자청비 2021. 4. 1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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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커니

본래 한옥지붕 위에 한줄로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조각상들을 일컫는다. 잡상이라고도 하며 앞에서부터 대당사부(삼장법사), 손행자(손오공), 저팔계, 사화상(사오정), 마화상, 삼살보살, 이구룡, 천산갑, 이귀박, 나토두라 불린다.

<출처:권혁웅 시집 '소문들' 135쪽 주석표기>

 

인터넷 여기저기에 보면 '어처구니 없다'라는 말의 유래를 설명하면서 '어처구니'는 원래 '맷돌의 손잡이' 또는 '왕궁등의 지붕 위에 장식된 조각상'이라고 뜻풀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풀이는 전혀 잘못된 풀이라고 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어처구니'란

  •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 ≒어이.
    • 허 부령은 큰사랑 아래쪽에 가 안석을 의지하고 거만히 앉아서 흰 떡가래 같은 여송연을 어처구니 굴뚝에 연기 나오듯이 피우고 앉았다가….≪이상협, 재봉춘≫
    • “다 모르는 것이 좋아. 생각지 않는 것이 좋아.…얼음같이 차디찬 사람이 되는 것이 나를 위하여서는 가장 좋은 도리야.” 할 때, 춘우의 가슴은 어처구니가 과도의 열기로 말미암아 터지는 듯이….≪나도향, 어머니≫

  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리고 문화재청 홈페이지에는 '어처구니가 궁궐 지붕위의 토기조각상과는 전혀 무관하다' 라는 글이 있다.

 

궁궐 수호의 마스코트 잡상

경복궁이나 창덕궁과 같은 궁궐 건축을 보면 지붕 위에 흙으로 구워 낸 작은 동물 형상들이 놓여 있는데, 이들이 바로 잡상(雜像)’이다.

우리 옛 건축은 나무를 다듬어 만든 목조건축이어서 화재에 취약하다. 때문에 건물이 화재로부터 안전하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여러 상징적인 장치를 해두었다. 잡상도 그 가운데 하나로 불기운과 잡귀를 물리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잡상은 임금과 관련된 건축물에 사용되었는데, 경복궁의 경우 광화문, 흥례문, 근정문과 같이 임금이 출입을 하거나, 근정전, 사정전, 대조전과 같이 임금이 집무를 보고 잠을 자는 건물에 사용되었다. 그 수량도 다양하여 적게는 3개에서 시작하여 홀수 단위로 놓이되 많게는 11개 까지 놓인다. 현재는 경복궁 경회루 지붕 내림마루의 잡상이 11개로 가장 많다.

조선시대 주요 궁궐 건축의 건립 과정을 기록한 영건의궤(營建儀軌)에 의하면 잡상을 제작하는 전문 장인인 잡상장(雜象匠)’을 둘 정도로 잡상은 매우 전문화된 분야였다.

잡상에 대한 기록이 처음으로 보이는 17세기 의궤에 따르면 손행자, 손행자매, 준견, 준구, 마룡, 산화승, 악구 등으로 잡상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얼핏 보면 사람 같기도 하고 동물 같기도 한 잡상은 시간이 흐르면서 뭇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되었고, 좀 더 친근한 명칭을 갖게 된 듯하다. 20세기 초에 간행된 자료에는, 조선 후기에 중국으로부터 전래되어 민간에 널리 알려졌던 소설인 서유기(西遊記)의 등장인물을 따라 잡상의 이름을 명명하였다. 대당사부, 손행자, 저팔계, 사화상, 이귀박, 이구룡, 마화상, 삼살보살, 천산갑 등의 기록이 그것이다. 나쁜 요괴를 물리치고 불법을 수호하면서, 사회의 부조리한 측면을 파헤치는 손오공, 저팔계가 활약했듯이 잡상에 이들의 이름을 붙임으로써 잡귀를 물리쳐 건물이 오래가기를 기원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잡상은 어처구니로도 알려져 있는데, ‘어처구니상상 밖의 큰 사람이나 사물을 뜻하므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조상순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 2017-9-30>

 

 

잡상(雜像)에 대해 좀 더 알아보면

장식기와의 하나로서, 이를 만드는 사람을 잡상장(雜像匠)이라 한다.

『조선도교사 朝鮮道敎史』에 의하면, 궁궐의 전각과 문루의 추녀마루 위에 놓은 10신상(神像)을 일러 잡상이라 하는데 이는 소설 『서유기 西遊記』에 나오는 인물 및 토신(土神)을 형상화하여 벌여놓아 살(煞)을 막기 위함이라 한다.

『어우야담 於于野談』에 의하면, 신임관(新任官)이 선임관들에게 첫인사[免新許參]할 때 반드시 대궐문루 위의 이 10신상 이름을 단숨에 10번 외워 보여야 받아들여진다[許參]고 하면서, ① 대당사부(大唐師傅), ② 손행자(孫行者), ③ 저팔계(猪八戒), ④ 사화상(沙和尙), ⑤ 마화상(麻和尙), ⑥ 삼살보살(三煞菩薩), ⑦ 이구룡(二口龍), ⑧ 천산갑(穿山甲), ⑨ 이귀박(二鬼朴), ⑩ 나토두(羅土頭)의 상을 적고 있다.

곧, 여기에서의 대당사부는 삼장법사 현장(玄奘)이고, 손행자는 손오공(孫悟空), 사화상은 사오정(沙悟淨) 들로, 바로 『서유기』의 등장자 또는 중국 토신의 이름들이다. 『전율통보 典律通補』에도 지붕 위에 손행자 등의 귀물(鬼物)을 만들어놓는다고 적고 있다.

이들이 잡상으로서 기와지붕 위에 놓이게 됨은 『서유기』에 나오다시피, 당나라 태종의 꿈속에 밤마다 나타나는 귀신이 기와를 던지며 괴롭히자 문관·무관을 내세워 전문(殿門)을 수호하게 하였다는 내용에서 유래된 것이 아닌가 하며, 아울러 불법 홍보 등의 방편에서 당나라 이후에 와서야 비로소 채택한 게 아닌가 한다.

이러한 잡상은 우리의 『궁궐의궤』에도 잡상·용상(龍像, 昌慶宮營建都監儀軌, 1834)의 이름으로 나오면서, 설계입면도[間架圖]에는 매우 간략히 그려지고만 있어 그 형상 하나하나를 바로 알 수는 없다.

잡상으로 한꺼번에 부르는 이름을 중국의 오늘날 자료에서는 보지 못하였고 다만, 가장 앞쪽의 말을 탄 도인상(道人像)을 선인상(仙人像)이라 하고 뒤에 오는 그 밖의 상들을 주수(走獸) 또는 수수(垂獸)·평수(平獸) 등으로 쓰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곧, 선인상 외에 주수상 10상이 나타나 있는데, ① 용(龍), ② 봉(鳳), ③ 사자(獅子), ④ 기린(麒麟), ⑤ 천마(天馬), ⑥ 해마(海馬), ⑦ 고기[魚], ⑧ 해치[獬], ⑨ 후(吼), ⑩ 원숭이[猴] 상으로 선인상과 합하면 11상이 된다.

선인상은 닭(봉)을 탄 듯한 도인이나, 어떤 곳은 그냥 도인만 서 있는 모습도 보인다. 또한, 가장 뒤에 있는 손오공상은 짐승(馬)을 타고 있으면서 창수(戧獸)라 불려지고도 있다. 일본에는 잡상이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조선시대 19세기 이후 것만 실자료로 남아 있는데, 선인상 또는 대당사부 현장상이 아예 없으며 손오공상이 가장 앞에 놓여 있다. 또, 중국에는 궁궐·문루·관아·능사(陵祠)·사찰의 지붕 위에 모두 잡상이 보이나 우리 나라 사찰 지붕에는 그 예가 없어 주목된다.

중국에 보이는 잡상 자료는 요대(遼代) 9세기말부터로 여겨지고 있으며 명·청대에 유행하고 있다. 우리 나라도 고려부터로 여겨지는데, 고려 말의 「관경변상도 觀經變相圖」의 서품(日本 大恩寺 및 西福寺 소장) 등에 세부는 불분명하나 웅크리고 앉은 2, 3개의 잡상이 궁전지붕에 그려진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잡상(雜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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