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한국인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세상보기---------/현대사회 흐름

by 자청비 2021. 4. 27. 22:22

본문

배우 윤여정이 25일(미국 현지시각) 코로나19로 인해 처음으로 극장 무대를 벗어나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한국 배우가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건 한국 영화 102년 역사상 처음이다. 아시아 배우로는 역대 두번째로, 1958년 제3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사요나라>(1957)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우메키 미요시 이후 63년 만이다.

그는 이날도 특유의 재치 있는 수상 소감으로 전세계인에게 웃음과 생각할 거리를 안겼다. 먼저 그는 시상자로 나선, <미나리>의 제작자이자 세계적인 배우인 브래드 핏에게 인사를 건네며 말문을 열었다. “브래드 핏, 드디어 우리 만났네요. 털사에서 우리가 촬영할 땐 어디 계셨던 거예요? 만나서 정말 영광이에요.” 이어 외국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발음하기 힘들어한다는 점을 유머로 활용하며 자기 소개를 했다. “저는 한국에서 왔고 제 이름은 윤여정입니다. 서양사람 대부분은 저를 ‘여영’이나 ‘유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하지만 오늘만큼은 여러분 모두를 용서하겠어요.”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는 자신에게 투표한 아카데미 회원들과 <미나리> 가족들에게 감사를 표한 뒤, 특별한 이들을 더 언급했다. 바로 그의 두 아들이었다. 영화 <화녀>(1971)로 자신을 스크린으로 이끈 고 김기영 감독에게도 특별한 감사를 전했다. 길지 않은 수상 소감에 자신의 연기인생과 삶의 철학을 압축했다.

이번에 윤여정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긴 영화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다. 1980년대 초 미국 남부 아칸소주로 이주해 뿌리를 내리려 애쓰는 한국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미나리>에서 윤여정은 미국에서 농장주의 꿈을 갖고 시골로 이주한 딸 모니카(한예리) 부부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간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그는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주면서도 전형적인 틀에 갇히지 않은 “할머니 같지 않은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가 연기한 ‘순자’는 손주들에게 화투도 가르치고, 프로레슬링에 흠뻑 빠져 있지만, 어디서나 뿌리를 내리는 “원더풀 미나리”의 정신을 가족들에게 전하는 할머니다. 정 감독은 자신의 할머니를 흉내 낼 필요가 없다고 했고, 윤여정 역시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에 활력을 더하고 극적 변화를 만드는 순자를 틀에 박히지 않게 연기하면서 여러모로 호평받은 <미나리>는 지금까지 전세계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100여개 상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윤여정이 받은 상이 30개가 넘을 정도로 ‘순자’는 세계 곳곳에서 공감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올해 74살 배우 윤여정의 연기 인생은 그 자체가 많은 경계와 장벽을 넘어온 여정이었다. 19살이던 1966년 탤런트로 연기를 시작했고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1971)로 스타덤에 올랐으나 얼마 안 돼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가 10년 넘는 공백기를 보냈다. 이혼 뒤 아이들을 키우기 위한 “생계형 배우”로 “살아가기 위해서 목숨 걸고 연기”를 했다. 60세가 넘은 뒤에야 비로소 좋아하는 영화인들과 함께 하고 싶은 작품을 골라 연기하는 “사치”를 부릴 수 있었다. ‘나이든 여배우’에 대한 고정관념을 하나씩 무너뜨리며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왔다.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 등에서 파격적 역할을 맡았고, 김초희 감독의 독립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2020)에선 후배 감독을 위해 기꺼이 개런티도 받지 않고 출연해 인생의 지혜가 담긴 연기를 보여줬다. 최고의 배우이지만 군림하지 않고 위트와 유머, 인생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윤여정의 모습은 젊은 세대들도 그를 최고의 롤모델로 존경하는 이유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올해 아시아 배우인 윤여정에게 연기상을 준 데는 코로나 시대에 깊어져가는 ‘아시아인 증오’ 극복이라는 시대정신도 담겨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도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 <노매드랜드>로 아시아 여성 최초로 감독상을 받은 중국계 클로에 자오 감독 등을 예로 들면서 올해 아카데미상이 다양성과 포용성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분석했다. 

윤여정은 시상식 뒤 기자간담회에서 “사람을 인종으로 분류하거나 나누는 것은 좋지 않다. 무지개처럼 모든 색을 합쳐서 더 예쁘게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는 따뜻하고 같은 마음을 지닌 평등한 사람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끌어안아야 한다”고 했다. 윤여정의 수상이 인종·국가·언어의 경계와 장벽을 넘어 세계인들이 서로의 진심을 좀 더 이해하게 하는 의미 있는 한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한겨레 외 신문 종합>

 

==============================

지금보다 20여년전 쯤에는 전형적인 한국여인상과는 많이 달라 특이한 캐릭터라고 생각하면서도 무척이나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보여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꽃보다 누나>라는 예능을 이따금 보고, 이어서 <윤식당>이라는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난후 비로소 그를 이해하고 좋아하게 됐다. 그가 나이가 들어서 예전의 모습이 순화된건지, 아니면 내가 나이가 먹어서 그의 그런 모습을 좋게 보이는건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그렇다.  영화 <미나리>를 보면서 이 영화의 할머니역으로 윤여정이 아니었으면 어쩔 뻔 했나라는 생각도 했다. 나중에 들은 소리지만 정이삭 감독이 자신의 할머니 모습을 살리지 말고, 윤여정은 편하게 자신의 개성을 살렸다고 했다. 그것이 정이삭감독에게는 '신의 한수'였던 것 같다. 저예산의 작은 영화였지만 미나리는 헐리우드의 그 어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영화보다 더 빛나게 된 것이다. 물론 미나리 후기에서도 언급했지만 최근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국격 상승도 무시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보여준 오스카상이 백인중심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의지 - 이것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미국내 인종간 증오범죄를 차단하기 위한 사회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 등과도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윤여정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세계 최고의 여배우들과의 경쟁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게 된 데 대해 자신이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했고, 무지개를 언급하면서 인종차별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역시 윤여정이었다. 아카데미에 앞서 지난 2월 진행된 골든글러브는 미나리를 외국어영화상 하나로 끝내버렸다. 미국에서 미국인이 만든 영화였는데도 말이다. 결국 화제성이나 사회성 측면에서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에 1패를 당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