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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빠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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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청비 2005. 8. 24.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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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일 가운데 어렵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랴만, 좋은 아빠가 되는 것보다 어려운 일도 드물다. 우선 좋은 아빠란 어떤 아빠인지, 어떻게 해야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지, 요컨대 좋은 아빠의 정의와 그것이 되기 위한 방법을 알기 힘들다. '아빠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방법을 전수 받아 소정의 자격을 취득해야만 아빠가 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생물학적인 의미의 아빠는 쉽지만 인격체적 의미의 아빠가 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시중에 넘쳐나는 각종 육아 및 교육 지침서에 휘둘릴 수도 없는 일이다. 그저 나의 아빠(아버지)가 나에 대해 어떻게 하셨는지 기억을 되살리며 반면교사로 삼는 일이 고작이다.

두 번째로, 설사 좋은 아빠의 정의와 그것이 되기 위한 방법을 알았다고 해도, 실천하기가 무척 힘들다. 너그러우면서도 단호하라느니, 아이의 자존심과 자신감을 북돋워주는데 힘쓰라느니, 무조건 야단치기보다는 스스로 잘못을 깨닫게 하라느니, 이런 저런 충고의 말들이 많지만 정작 구체적인 상황에서 그것을 실천하기란 무척 힘들다.

세 번째로, 설사 실천까지 했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나를 좋은 아빠로 평가하는지 아닌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여기에 이르면 기운이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애초에 내가 생각했던 좋은 아빠가 정작 아이에게는 좋은 아빠가 아닌 셈이 되어버리니 말이다.

물론 좋은 아빠라는 것이 반드시 아이의 마음에 쏙 드는 아빠는 아닐 것이다. 학점도 무척 짜게 주고 출석 체크도 엄격하며 레포트 과제물도 많이 요구하는 교수, 그렇지만 강의가 무척 충실하고 학문적인 역량도 뛰어난 교수, 그런 교수가 학생들의 강의 평가에서는 '인기가 없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하던가. 강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교수에 대한 인기 투표를 혼동하는 철없는 학생들이라 하겠는데, 하물며 나이 어린 자녀에게 아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렇게 좋은 아빠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며 끝도 없다.

<출처:궁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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