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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차면 반드시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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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청비 2005. 9. 25.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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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 정약용의 초상화>


  세상의 이치란 참으로 묘한 것입니다. 잘나고 똑똑하면 얼마나 좋고 즐거우며 멋진 일이겠습니까마는 너무 잘나고 똑똑하면 대접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 세상사란 묘하다는 것입니다.『주역(周易)』은 우주 만물의 길흉(吉凶) 존망(存亡)과 진퇴(進退) 소장(消長) 원리를 열거하여 흉에서 길로, 망에서 존으로, 퇴에서 진으로, 소에서 장으로 변화될 기틀(機)을 연구해내는 고경(古經)입니다.

  다산은 세상이 올바르게 변화하고 나라의 역사가 길(吉)하게 진보하기만을 바랬기에 『주역』에 대한 연구를 유배 초기부터 진지하게 계속했습니다. 마흔의 나이에 귀양살이를 시작한 다산은 상례(喪禮)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고 난 뒤인 44세 때부터 5년간 다섯 차례나 개고(改稿)를 계속하는 각고의 노력으로 『주역사전(周易四箋)』이라고 방대한 주역연구서를 완성합니다.“겸손하고 겸허해야 형통(亨通)하나니, 군자(君子)에 종(終)이 있느니라(謙亨君子有終)”이라는 경문(經文)의 해석을 다산이 내리는 것을 보면 겸(謙)이 얼마나 훌륭한 지도자들의 미덕인가를 금방 알게 해줍니다.

  다산은 “가득차면 반드시 망하고 겸허하면 반드시 존경 받는다(盈則必亡 謙則必尊)”라고 풀어서 해석했습니다. ‘영만(盈滿)’, 가득차면 넘치기 마련이고 넘치다보면 바닥이 나와 끝내는 망하고 만다는 것입니다. 지도자[君子]들이 유종(有終)의 아름다움을 거두려면 제발 겸허하고 겸손해야만 한다는 것이 다산의 뜻입니다. 요즘 지도자들의 발언이나 태도를 언론을 통해서 보면 너무 자만심에 빠져 있습니다.

  아무런 부족함이나 잘못은 없으며 자신은 앎이나 실력은 물론 능력까지 가득차게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다산은 “스스로 높다고 여기면 남이 끌어내리고 스스로 낮다고 여기면 남들이 끌어올려 준다(自上者人下之 自下者人上之)”라고 설명합니다. 제대로 음미해야 할 대목이 아닐까요. 지도자들이 겸손과 겸허를 모른다면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자기가 하는 일은 모두 옳고 남이 하는 일은 모두 그르다고 여기는 자만심, 그것의 종말을 곰곰이 생각합시다. 다산의 해석을 음미하면서 말입니다.<다산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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