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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언(乞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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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청비 2005. 12. 2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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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언(乞言)

 

『목민심서』를 읽어보면, 200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지금 세상에도 곧바로 통하는 이야기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바로 오늘의 우리도 그냥 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꼭 실천해야 할 말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양로(養老)의 예절을 지키는 데에는 반드시 ‘걸언(乞言)’의 절차가 있어야 하느니, 백성들이 당하는 고통에 대하여 의논하고 아파하는 부분에 대하여 물어서 예절에 합당하도록 해야 한다”(養老之禮 必有乞言 詢瘼問疾 以當斯禮)라고 하였습니다. 「양로(養老)」조항에 나오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양로」, 늙은이들을 제대로 보살폈던 어진 정사(政事)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음력 9월에는 임금이 80세 노인들을, 왕비는 80세 부인들을 궁전에 불러다가 잔치를 베푼다”(每歲季秋 王宴八十老人於殿 妃燕八十婦人於宮)라고 하였습니다.

더구나 예전에는 국로(國老)와 서로(庶老)로 나누어 고관대작을 지낸 늙은이는 국로, 일반 백성인 늙은이는 서로라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일반 서민들인 노인들을 모셔다가 잔치를 베풀되, 반드시 일반 노인들이 당하는 고통이나 일반 백성들의 고통을 들어야 하고, 질병이나 어떤 괴로움에 시달리는 일이 없는가를 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즘도 나라에서 더러 그런 일을 하기는 하는가 봅니다. 그러나 대체로 명망가 노인들이나, 아니면 총리나 장관 및 고관을 지낸 국로들이나 모아놓고 잔치를 베푸는 것으로 끝나고 맙니다. 그런데 그들은 절대로 바르고 옳은 이야기를 하지 않을 뿐더러, 처세의 달인들이 대부분이어서 높은 분이 싫어할 소리는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늘그막에 높은 분이 불러준 것도 감사해 그냥 빙긋이 웃다가 끝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참으로 어렵게 사는 서로, 보통 늙은이들을 초대하여 민막(民瘼)이나 질고(疾苦)를 듣기를 애걸하는 ‘걸언’이 양로의 예절에서 빠뜨릴 수 없다는 그 높은 뜻이 이해되기를 바랍니다. 체면이나 위신을 따지지 않고 곧은 말 잘하는 일반 백성들, 그들의 아픔이 전달되기를 바랐던 옛 사람들의 지혜가 정말로 부럽기만 합니다. <다산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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