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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독백/오광수

읽고쓰기---------/좋은글모음

by 자청비 2005. 12. 21.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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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독백


      * 12월의 독백 / 오광수 *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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