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은 가라, 순우리말 '힘'이 뜨고 있다.
월드컵을 앞두고 새로운 응원구호인 '힘'을 사용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흔히 사용하는
'파이팅'이라는 구호를 대신해 순우리말 구호를 쓰자는 것이다. 이같은 운동에 앞장 선 사람은 전차수 경상대 교수(산업시스템공학)이다. 전 교수는
최근 인터넷에 '전차수가 만난 세상과 느낌, '힘!' 구호보급운동본부'라는 이름의 블로그(blog.naver.com/junchasoo)를 만들어
확산운동에 나섰다.
전 교수에 따르면 '힘'이라는 응원구호는 '힘내라'를 줄여 쓴 말로, 선수를 비롯한 사람의 이름을 붙여
박수를 치면서 사용하면 더 제격이다. 각종 행사 때 사람을 소개할 때도 이름을 붙여 부른 뒤 마지막에 '힘'이라는 구호를 넣을 수
있다.
예컨대 사람의 이름을 넣어 'ㅇ·ㅇ·ㅇ, ㅇ·ㅇ·ㅇ, ㅇ·ㅇ·ㅇ 히~임'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아자 아자
히~임!!'이나 '힘!' '히~임!'처럼 사람 이름을 넣지 않을 경우 여러 변형된 구호를 사용할 수 있다.
'파이팅'을 대신하는
우리말 응원구호 '힘'은 1999년 경상대 산업시스템공학부 학생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 학생들이 진주시민마라톤대회에 참여해
자기들끼리 격려하면서 '힘'이라고 외치던 것이 풀뿌리 달림이들 사이에 널리 확산됐다. 실제로 지금은 전국 어느 지역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여해도 달림이들 사이에 '히~임'혹은 'ㅇㅇㅇ힘!'이라는 구호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수년전 독립군 달림이로 나서기 시작한
필자가 마라톤 전문 사이트를 처음 방문하게 됐을 때 게시글마다 '히~임' 혹은 '히~ㅁ'이라는 글을 보고 뭔 소린가 했다. 말이 잘 달리기
때문에 말의 울음소리를 "흉내낸 것인가?" 라는 생각도 했었다. 한참 뒤 그것이 '힘'이라는 구호인 것을 알게 됐고, 길에서 낯선 달림이를
만나더라도 '힘'이라는 한마디는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그리고 '파이팅'이라는 영어구호보다 얼마나 자연스러운가라며 기회닿을 때마다 틈틈이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파이팅(fighting)'이라는 구호는 영어권 국가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국적불명의 용어다. 영어권
국가들은 경기에 임할 때 '고!고!고!(GO!GO!GO!)'라고 한다. 파이팅은 말 그대로 '치고 받으며 싸우자'는 의미이다. 정정당당한
운동경기에 치고받으며 싸우라고 해서야 말이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