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점심으로 추어탕을 먹었습니다. 가게 점원이 추어탕을 내오면서, 그 옆에 들깨 가루가 있는데, 그걸 쳐 먹으면 좋다고 하더군요.
"손님, 들깨 가루를 쳐 먹는[처멍는] 것이 좋습니다."
"뭐라고요? 처먹으라고요?"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걸 쳐 드시라고…."
"처먹으나 처드시나… 이런…" ???
오늘은 '처먹다'와 '쳐 먹다'를 갈라보겠습니다.
먼저, '처먹다'는 "욕심 사납게 마구 먹다."는 뜻입니다. 또, '먹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기도 하죠. 발음은 [처먹어, 처먹으니, 처멍는]입니다. 여기에 쓴 '처'는 '함부로, 마구, 심히'의 뜻이 있습니다.
이와 달리, '쳐 먹다'는 두 개의 동사로 만들어진 구입니다. 여기에 쓴 '쳐'는 "적은 분량의 액체를 따르거나 가루 따위를 뿌려서 넣다"는 뜻의 '치다'에서 온 말입니다. 곧, '쳐'는 '치-'의 활용형인 '치어'의 준말입니다.
따라서, '들깨 가루를 쳐 먹다'는 '들깨 가루를 추어탕에 뿌려서(또는 넣어서) 먹다'는 뜻이고, '들깨 가루를 처먹다'는 들깨 가루 먹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것입니다.
문제는, '쳐 먹다'와 '처먹다'의 발음이 같다는 것입니다. 이건 뭐 어떻게 풀 방법이 없네요. 어른 앞에서는 조심스럽게 쓰는 수 밖에….^^*
우리말123
이제 곧 추석입니다. 요즘 택배 회사들이 바쁘다죠? 추석 선물을 나르느라 정신없이 바쁜가 봅니다. 저도 추석 선물 몇 개를 택배로 보냈는데요. 택배 회사 직원이 "요즘은 배달 물량이 많아 좀 느리게 들어갈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이왕이면 느리게 들어가지 말고 빨리 들어가지….
오늘은 '느리다'와 '늦다'를 갈라보겠습니다.
먼저, 빠르다와 이르다의 차이는 말씀드렸죠?
빠르다는 속도와 관련되고 이르다는 시기와 관련된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이 '느리다'와 '늦다'도 마찬가집니다. 느리다는 속도와 관련되고, 늦다는 시기와 관련됩니다. 따라서, 느리다의 반대말은 빠르다고, 늦다의 반대말은 이르다입니다. 이렇게 갈라놓고 보면 쉽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두 가지를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택배 배달 물량이 많아 선물이 추석 뒤에 들어가는 것은, 느리게 들어가는 게 아니라 늦게 들어가는 겁니다. 정해진 때보다 지나서 들어가니 늦게 들어가는 거죠. 택배가 느리게 들어가는 것은, 배달을 하는 아저씨가 천천히 걸어가면서 가다 쉬고, 또 가다 쉬고 하면서 느긋하게 배달하는 것을 말합니다.
느리다와 늦다를 가르실 수 있죠?
우리말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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