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 별 수 있냐. 천상 제 날짜에 가야지…"
원치 않지만 이미 약속돼 어쩔 수 없이 그 날짜에 가야할 때 이렇게 말하죠.
그러나 여기서 '천상'은 '천생'이 맞습니다. 천생(天生)은 명사로는 "하늘로부터 타고남. 또는 그런 바탕."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천생 버릇은 임을 봐도 못 고친다'처럼 씁니다. 부사로는 "타고난 것처럼 아주", "이미 정하여진 것처럼 어쩔 수 없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차가 없으니 천생 걸어갈 수밖에 없다, 아무도 갈 사람이 없다면 천생 내가 가야겠구나처럼 씁니다.
어디 밖에라도 나갔다 집에 들어올라치면 "집에 들어오니 신간이 편하다"고 흔히 말하죠. 여기서 흔히, 마음이 편하다고 할 때 "신간 편하다"고 하는데, 이때는 '신간'이 아니라 "심간 편하다"라고 해야 합니다. 본래 심간(心肝)은 "심장과 간장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그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심간에 다 병이 생겼다처럼 씁니다. 이 말이 발전해서 지금은, "깊은 마음속"이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여러 가지 일로 심간이 편치 못하여…"처럼 쓰죠. 아직까지는 '심간'과 '편하다'는 별개의 낱말이므로 띄어 써야 합니다만, '심간편하다'처럼 붙여 써도 좋을 만큼 많이 쓰는 낱말이기도 합니다.
우리말123
'일이나 말을 매우 바짝 재촉하다.'는 뜻의 낱말이 '다좆치다'입니다. "아이를 자꾸 다좆치지만 말고 살살 구슬려서 말을 하게 해라"처럼 씁니다. 이 '다좆치다'의 준말이 '다좆다'입니다. 발음이 영 거시기 하죠? ^^*
거의 같은 뜻의 낱말로 '다조지다'가 있습니다. '일이나 말을 바짝 재촉하다.'는 뜻인데, "아버님께서 어찌나 일을 다조지시는지 앞뒤를 살필 틈도 없이 서둘러야 했다"처럼 씁니다.
또, '죄어치다'는 낱말도 있습니다. "재촉하여 몰아대다."는 뜻으로 급한 성미에 말을 빨리 죄어치려니 숨이 턱에 받쳐서 듣는 사람이 더 답답하다처럼 씁니다. '죄어치다'의 준말은 '좨치다'입니다.
우리말123
흔히, 몹시 피곤해 거의 다 죽게 된 상태를 말할 때, '초죽음'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초주검'을 잘못 쓴 겁니다.
초주검(初--)은 "두들겨 맞거나 피곤에 지쳐서 거의 다 죽게 된 상태."를 뜻하는 낱말로, 초주검을 면하다, 누군가를 시켜서 초주검이 되도록 두들겨 패고...처럼 씁니다. '초죽음'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올라있지 않고, 일부 사전에 "거의 죽게 된 상태"라는 뜻으로 올라있는 경우는 있습니다.(야후 인터넷 사전에 올라있네요.)
'초죽음'을 표준어로 보더라도 '초주검'과는 뜻이 조금 다릅니다.
우리말123
날짜를 세는 우리말은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여드레, 아흐레, 열흘, 열하루, 열이틀… 이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 보면 이렇게 정확하게 하루, 이틀을 말하지 않고 3-4일, 7-8일처럼 두 날짜를 어림잡아 이야기해야 할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말을 좀 알아볼게요.
1-2일은 '일이일', 2-3일은 '이삼일', 3-4일은 '삼사일', 4-5일은 '사오일', 5-6일은 '오륙일', 6-7일은 '육칠일', 7-8일은 '칠팔일', 8-9일은 '팔구일', 9-10일은 '구십일'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일이일'과 '칠팔일'은 사전에 올림말로 오르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사전을 만드시는 분들이 잠깐 조셨나 봅니다. 이상하게 그 두 낱말만 표준어 대접을 못 받고 있습니다.
앞에서 보인 두 날짜를 어림잡아 이야기하는 낱말 중 몇 가지는 다르게 부르기도 합니다. 곧, '삼사일'은 '사날'이나 '사나흘'이라고도 하고, '사오일'은 '나달'이라고 하며, '오륙일'은 '대엿새', '육칠일'은 '예니레'라고 합니다. 멋있죠?
우리말이 이렇게 멋있습니다.
우리말123
아줌마들이 계모임을 하다가 누군가 한목에 털어먹고 튀는 일이 종종 생기죠.
여기서 '한목'이 맞을까요, '한몫'이 맞을까요? 둘 다 사전에 있는 낱말입니다. '한목'과 '한몫'은 발음이 같아 헷갈리는데요. '한목'은 "한꺼번에 몰아서 함을 나타내는 말"로 돈 생기면 한목 갚을게, 겨우내 땔 것을 미리 한목에 많이 해다가...처럼 씁니다.
'한몫'은 "한 사람 앞에 돌아가는 배분"을 뜻합니다. 한몫씩 챙기다, 한몫 떼어 주다처럼 씁니다.
정리하면, '한목'은 '한꺼번에'라는 뜻이고, '한몫'은 '한 사람 몫'입니다.
저는 가끔 복권을 삽니다. 한몫 잡으려고 사는데 잘 안 되네요. 용돈 다 털어서 한목에 복권을 몽땅 사야 뭔가 좀 될까요?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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