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남편이 죽었는데 아내는 10억원 받고 행복해하다니!”
“광고 멘트가 미망인과 남자 설계사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암시하는 듯해 기분 나쁘다.”
요즘 아내가 유독 기분 나빠하는 광고가 있다. 바로 푸르덴셜생명이 지난 10월부터 신문·방송 등에 내보내고 있는 ‘10억을 받았습니다’ 광고이다.
처음 이 광고가 나올 때 신경쓰지 않고 무심코 지나갔는데 내 아내가 "남편이 죽고 10억원 받는 것이 그렇게 좋은가"라며 "매우 기분 나쁜 광고"라고 투덜거렸다. 나는 "무슨 소리야?"라며 이 광고를 유심히 지켜봤다. 그런데 아닌게 아니라 남자 입장에서는 정말 열불날 광고였다.
안그래도 요즘 남자들은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오로지 돈버는 기계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 현대사회의 남자라는 존재다. 이 광고는 그런 남자라는 존재의 절정을 보여준다. 죽어서라도 아내에게 십억쯤은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광고를 본 한국의 남편들이 열받지 않을 수 없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화난 남성 네티즌들의 야유가 빗발치고 있다. “2006년 최악의 광고”라는 비방 만화까지 등장했다.
광고 내용은 이렇다. 남편 사망보험금 10억원을 받은 젊고 예쁜 여인이 푸릇한 전원주택에서 딸과 함께 여유롭게 세차를 하고 있다. 이때 마침 잘생긴 남성 보험설계사가 방문해 부인과 대화를 나눕니다.
‘모든 게 남편과의 약속이라고 했던 이 사람, 이젠 우리 가족의 라이프플래너입니다’라는 멘트에 이어, 설계사가 떠난 뒤에 딸과 함께 즐겁게 비눗방울을 날리는 여인의 모습으로 끝난다. 마치 젊은 남녀 사이에 새로운 관계가 형성됐음을 암시하는 듯하다.
이 광고를 본 대부분의 남자들은 “남편이 죽어서 슬퍼해야 할 부인이 설계사와 나란히 테이블에 앉아 행복한 미소를 짓는 것을 보면 이상한 느낌이 든다”며 “장래 나에게 닥칠 일은 아니길 바라는 심정”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 광고는 파격을 감행했다. 푸르덴셜생명은 광고에서 금기로 여겨져 온 ‘죽음’과 ‘보험금’을 다뤘기 때문에 다소 논란이 있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반감이 터져나올 줄은 몰랐다고 한다. 푸르덴셜은 ‘논란의 광고’를 내년 봄까지 계속 내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논란이 확산된다는 것은 광고 효과가 있다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광고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여자들도 많다는 것을 해당 회사는 알아야 할 것이다.
만약 이 광고에 박수를 보내는 여성들은 다음 광고카피를 한번 생각해보시라.
드넓게 펼쳐진 골프장, 어린 아들은 서툰 스윙을 날리고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골프채를 닦는 모습…. 그 위로 감미로운 남자 성우의 목소리로 ‘10억원을 받았습니다’ 클럽 하우스에 들러 휴식을 취하는 부자(父子)앞에 아내가 죽은 후 하나에서 열까지 도와주웠던 미모의 보험설계사가 나타나 이제는 그들의 생활설계사가 되어주겠다고 한다면…?
각설하고 대한민국에서 아버지로 산다는 건 이래저래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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