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 우리말에
'놀금[놀:끔]'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물건을 살 때에, 팔지 않으려면 그만두라고 썩 낮게 부른 값"이라 풀었고,
한글학회에서 만든 우리말큰사전에는
"물건을 팔 때 꼭 받아야 할 값."이라 풀었습니다.
엎어치나 메어치나 그 뜻이 그 뜻 같기도 한데 실은 반대의 뜻입니다.
파는 사람이 볼 때는,
세상없어도 받아야 할 가장 싼 값을 말하는 것이고,
사는 사람이 볼 때는,
안 팔면 말 셈으로 부르는 가장 싼 값을 말하는 것입니다.
물건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처지에서 그리 본 것입니다.
어렸을 때 일이 생각나네요.
어머니를 따라 가끔 시장에 가면,
어머니는 어떤 물건을 고르시고 주인에게 가격을 묻습니다.
얼마라고 대답하면,
그 값과는 상관없이 어머니가 원하는 가격에 물건을 달라고 합니다.
놀금을 놓으시는 거죠.
주인이 안된다고 하면
조금 더 올려서 부르고,
그것도 안된다고 하면 거기에 조금 더 올려주고...
몇 번 올리다 어머니의 놀금이 잘 먹히지 않으면 제 손을 잡고 두말없이 돌아서셨습니다.
시장에서 다른 일을 보시고 느지막이 그 가게에 다시 들러
이번에는 조금 더 올린 값으로 놀금을 놓고
결국 그 값에 물건을 사셨습니다.
우리말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