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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짧고 인생은 길다

건강생활---------/건강한100세

by 자청비 2007. 6.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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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직장인 '운동 중독' 탈출기
"운동은 짧고 인생은 길다"
▲ (사진 위)운동에 미쳤었다는 김양식 씨가 아들 인산 군과 함께 집 주변 공원을 달리고 있다. (사진 아래)과격한 운동보다 가족과 즐길 수 있는 배드민턴 등 가벼운 운동을 즐기는 김양식 씨. 박노익기자
▲ 운동중독의 부작용으로 다치는 사람도 많다. 운동중독으로 인해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운동에 미친 '운동 중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각종 운동동호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일반 마라톤을 비롯해 울트라 마라톤, 철인3종경기대회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운동중독으로 인해 근골육계 질환과 심장관련질환 등 부작용도 많다. 운동중독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없을까? 지독한 운동중독자였던 한 40대를 만나 방법을 알아봤다.
 

◆운동에 미쳤었다

의성공고 교사인 김양식(47·대구시 북구 학정동) 씨는 지난 3, 4년간 운동에 미쳐있었다. 무슨 일이든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김 씨는 남들보다 배 이상 운동에 몰두했다. 지난 2003년 자전거를 타고 대구에서 서울까지 이틀만에 왕복 600km를 달리기도 했다. 여름방학 때는 자전거로 10박 11일 동안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 2천200km를 혼자서 일주했다. 2002년에는 100km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했고 마라톤 풀코스는 10번 완주했다.

 

김 씨는 지난 2001년 철인3종경기에 입문하면서 본격적으로 운동에 빠져들었다. 김 씨는 "텔레비전에서 방영됐던 철인3종경기를 보면서 철인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마라톤을 시작했고 철인 동호회에 가입했다. 그 뒤 3년간은 운동에 거의 미쳐있었다. 일요일마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마라톤과 철인대회에 참가했다. 일본, 사이판 등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도 나갔다. 연습을 위해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의성, 청도, 밀양, 안동 등지를 돌아다녔다. 평일에는 퇴근하면 수영과 사이클, 달리기를 3시간 정도 했다.

 

힘든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김 씨를 보고 아내는 항상 불만이었다. 군위와 의성에서 교편을 잡았을 때는 일주일에 3, 4번은 100km의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했다. 김 씨의 질주에 브레이크를 건 것은 학부모들이었다. 김 씨는 "학부모들이 선생님이 아침에 그렇게 운동하고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겠느냐고 질책했다."고 웃었다.

 

"가족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포기했습니다. 심지어 승진도 포기했습니다. 운동만 하고 살고 싶었습니다. 친구, 선배와의 약속도 여러가지 핑계를 대면서 피했습니다."

 

◆'기록'보다 '가족'이 더 소중

하지만 그는 변했다. 현재는 가족 중심이다. 집 앞 공원에서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치고 자전거를 타고 산에서 함께 달린다. 과거에는 '기록'이 우선이었지만 지금은 '가족'이 우선이다. 가족들과 건강을 위해 운동을 즐긴다.

김 씨가 운동중독에서 빠져 나온 것은 2005년 무렵. 그는 한 보디빌딩대회를 보고 보디빌딩을 해야 되겠다고 결심했다. 보디빌더와 철인의 몸은 다르다. 철인과 달리 보디빌더는 먹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단백과 저칼로리의 식단은 아내 도움없이는 불가능했다. 휴식도 필수였다. 운동과 휴식을 병행하다 보니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들 인산(10) 군에게 비만증세가 있었다. 그는 "내 몸만 챙기고 아이들의 건강을 돌보지 않았다는 죄책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 뒤 아들에게 수영과 달리기를 시키면서 함께 운동을 했다. 자신이 헬스하는 동안 아이는 수영장에 보냈다. 예전에는 혼자서 20km를 달렸지만 이제는 아이와 함께 2km를 달린다. 덕분에 인산 군은 올해 열린 대구마라톤대회에서 10km를 완주하기도 했다. 인산 군은 "아빠가 운동만 할 때는 집에서 혼자서 놀았다."면서 "지금은 아빠와 함께 수영과 자전거를 타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아내와는 배드민턴을 즐긴다. 시장에서 가족들과 장을 보기도 하고 일주일에 2번 정도 외식도 한다. 이제는 철인경기 출전보다는 뒤에서 도와주는 것이 더 보람차다. 그는 철인3종 공인 2급 심판 자격증을 딴 뒤 통영 철인3종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국제심판을 맡았고 대구시장배 철인3종경기 대회에서는 심판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예전엔 기록과 승부욕 때문에 출전했지만 요즘은 동호인에 대한 봉사와 저변확대를 위해 뛴다."고 말했다.

 

"한때 운동에 미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과하게 하면 건강에 해가 됩니다. 적당한 휴식과 영양관리, 웨이트트레이닝에 적극 투자해야 합니다. 심하게 운동했다면 충분한 휴식을 가져야 합니다. 사람 몸은 차와 같습니다. 오래 타기 위해서는 휴식과 정비가 필수입니다."

그는 아이들과 대화도 많이 나누면서 아빠의 자리를 되찾았다. 그는 "운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라면서 "운동보다 가족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이제는 깨달았다."고 웃었다.

 

 

◆ 운동 오래 즐기기

운동인구가 늘어나고 동호회가 생겨나면서 자의반 타의반 운동의 강도가 높아지고 운동중독에 빠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동호회에 가입할 경우 자신의 몸상태보다는 경쟁심이 생기면서 무리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전문의들은 "'운동으로 생긴 병은 운동으로 푼다.'는 속설은 틀린 것"이라면서 "통증이 있을 경우 의학적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안재홍 닥터굿재활의학과의원 원장은 "운동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몸의 손상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운동중독 예방을 위해서는 자신의 몸상태를 파악하고 재미있는 운동인 만큼 오래 할 수 있도록 즐기면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중독 벗어나기 십계명

1. 휴식도 훌륭한 운동이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

2. 운동에 대한 중압감을 버려라. 운동은 즐거운 삶의 하나일 뿐 전부가 아니다.

3. 건강에 도움이 되는 수준의 운동을 해야 한다. 건강을 해치는 건 운동이 아니다.

4. 운동이 나의 삶에 활력소가 되는지 점검한다.

5. 운동 시작 전 필요한 처방을 받자.

6.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다른 활동을 염두에 둔다.

7. 충분한 준비 운동과 정리 운동은 필수.

8. 여유를 가지면서 운동하자.

9. 본인의 신체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자.

10. 통증은 우리 몸의 빨간 신호등이다. 통증이 생기면 운동을 멈춰라.

<매일신문 2007-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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