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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짜학위 파문인가

세상보기---------/조리혹은부조리

by 자청비 2007. 7. 19.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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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사태후 가짜학위 자진취소 소동

 

◆실태추적, 판치는 학벌위조◆
신정아 동국대 조교수의 학력 위조 파문 여파로 가짜 학벌들의 '커밍아웃(Coming-out)'이 잇따르고 있다. 19일 외국학위 접수 신고를 관리하는 한국학술진흥재단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간 1~2건에 불과하던 자발적인 외국 학위 취소 건수가 올해 들어 7월 현재까지 35건으로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유명 인사들이 자신의 학력에 관해 양심 선언을 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얼마전 만화가 이현세 씨(51)가 최근 출간한 골프 만화 '버디' 3권에서 자신의 학력이 대학 중퇴가 아닌 고졸이라고 털어놨다. 산문집 '연탄길'로 유명한 입시학원 강사 출신 소설가 이철환 씨도 이 같은 커밍아웃 대열에 합류했다.

 

가짜 학력 홍수는 '학벌중시' 경향으로 곪을 대로 곪은 대한민국 사회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속이지 않고서는 결코 '간판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커다란 좌절감이 사회 전반에 만연하면서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숱한 '가짜 인생'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 덜미 잡힐라 자진 학위 취소

= 학술진흥재단의 학위 신고 취소는 이달 초 국내 박사학위 소지자들로 대학교수ㆍ강사 등 직업을 가진 32명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국 괌 소재 'American International University' 등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02년 8월에서 2005년 10월까지 학위인가를 신고한 41명 중 32명이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학위 취소를 신청한 이유는 해당 대학이 학위 비인가 대학으로 밝혀지고 최근 신정아 씨의 학력 위조 파문과 함께 경찰수사가 시작되지 않을까 염려해서다.

 

97년 미국 'School of Bible Theology'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던 A씨는 학위취소 과정에서 "정상적인 학위 취득 과정인줄 알고 학위를 취득하고 재단에 신고했다가 자발적으로 취소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A씨는 미국에 유학조차 가지 않고 취득한 학위로 신고필증을 등록했으나 가짜 학위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자 겁이 나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

 

학술진흥재단 국제교류팀 관계자는 "지금까지 신청한 사람 외에도 지난주부터 하루에 수통씩 자발적인 학위 취소 신청 절차를 묻는 전화가 결려온다"며 "이들 중 대부분은 취소를 했을 경우 현재 직업에 대한 영향과 법적인 처벌 등이 뒤따르지 않을까 걱정해 취소를 주저하는 눈치"라고 말했다.

 

◆ 가짜가 더 진짜 같은 세상, 왜?

= 만화가로서 대중적인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이현세 씨는 왜 굳이 위조 인생을 걸어야 했을까. 그는 "내게 남은 마지막 컴플렉스가 학력"이라며 "만화가 히트한 다음에 사람들이 '어느 대학 나왔느냐'고 묻고는 했는데 만화가라면 한 수 내려보는 풍토에서 차마 '고졸'이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신정아 씨가 취업과 성공을 위해 의도적으로 가짜 학력을 이용했지만 이씨는 자력으로 성공한 이후에도 자신의 노력을 과소평가받지 않기 위해 거짓말이 필요했던 셈이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학력으로 지어진 울타리가 높다는 얘기다. 산문집 '연탄길'로 유명한 입시학원 강사 출신 소설가 이철환 씨도 이 같은 커밍아웃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최근 발표한 신작 산문집 '반성문'을 통해 집안 형편 때문에 공고를 나온 뒤 공장에서 일하다 뒤늦게 대학을 졸업한 후 입시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자신을 '서울대 출신'으로 속였던 점을 밝혔다. 그는 " '선생님은 서울대 출신'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차마 '아니다'고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은 지금도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학력은 이처럼 아직 사회에 물들지 않은 아이들에게조차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순묵 성균관대 심리학과(사회심리) 교수는 "한국에서 성공하기 위해 넘어야 하는 조건들이 있는데 그 조건들이 굉장히 경직된 측면이 있다"며 "한 사람의 가치를 다양한 측면에서 보지 않고 학벌 잣대로만 평가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자신의 분수를 수용하지 못하는 개인 성향이 겹쳐 가짜 박사라는 '괴물'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신정아와 이지영의 '학벌 파문' '신데렐라 신드롬' 강권하는 사회

'가짜 영어 신데렐라'

이현세 "사실은 고졸"

 

이번엔 유명 영어강사 이지영씨다. 그도 학력을 속였다고 한다. 영국에서의 생활이라고 해야 랭귀지 학원 1년, 기술전문학교 1년 다닌 게 전부인데도 브라이튼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곳에서 언어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고 속였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이렇게 전한다. 그의 학력은 사실상 '고졸'이라고 한다.


할 말은 뻔하다. 양비론이다.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 풍조도 문제이지만 사회를 기만한 행위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케케묵은 얘기 외에 달리 꺼낼 게 없다.  이미 신정아씨에 면역된 터다. 실소에 붙이거나 한숨 한 번 내쉬고 치울 일일 수 있다. 헌데 그게 아니다. 두고두고 가슴을 무겁게 하는 게 있다.

 

<조선일보>의 해당 기사 제목에 이 단어가 등장한다. "신데렐라"다. 졸지에 유명강사, 벼락스타가 된 현상을 빗댄 표현일 게다. 흔히 쓰는 이 비유가 가슴을 누른다. 이런 연유다.  신데렐라는 착하고 예쁘고 성실했지만 신데렐라엔 나름의 필연성이 있다. 착하고 예쁘고 성실하다. 이런 바탕이 선녀의 마술지팡이를 만났기에 왕자의 유리구두를 신을 수 있었다. 착하고 성실하게 살면 반드시 기회가 주어진다는 얘기, 이게 신데렐라의 필연성이다.

 

적용해 보자. 이 필연성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발현될 수 있을까?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한민국엔 마술지팡이가 없다.  아예 없는 건 물론 아니다. 고시라는 게 있다. 사법고시·행정고시·외무고시가 있다. 한국사회의 지배계층으로 수직상승하는 코스다. 이 사다리엔 학력제한이 없다.

 

하지만 추상적이다. 지구가 소행성과 충돌해 멸망할 가능성과 동급이다. 고시를 통과하려면 수년 동안 수천만 원의 돈을 들여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더 큰 문제는 용케 고시를 통과한다고 해서 탄탄대로가 열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 다음엔 학맥과 파벌이 휘감는다. 역시 능력과는 무관하다.

 

가까운 예가 있다. 유명 만화가 이현세씨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백을 했다. 자기도 학력을 속였다고 했다. 고졸인데도 대학 중퇴로 속였다는 것이다. 그의 고백은 이렇다. "제게 남은 마지막 콤플렉스가 학력이에요. 보다 정확히는 학력을 부끄러워 한 마음이죠. 친구들 따라 6개월 도강한 게 전부인데, 만화가 히트한 다음에 사람들이 '어느 대학 나왔느냐'고 묻는 거예요. 당시만 해도 만화가라면 한 수 내려보는 풍토라서 '중퇴'라고 거짓말했죠."

 

눈길을 사로잡는 대목이 있다. "만화가 히트한 다음"이다. 그가 학력을 속이기 시작한 시점, 학력을 속여야 했던 이유가 이 말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현세씨의 고백이 이런 질문을 낳는다. 신데렐라는 왕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을까? 대한민국에선 아니다. 버림받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발마사지를 받아야 한다. 외척(인맥)의 힘이 막강하지 않는 한, 쉼없이 왕자의 눈에 들어야 하는 것, 이게 대한민국의 생존법칙이다. 서울대를 나왔다는 교수가 상고 출신 대통령을 '한 수 내려보는' 사회, 이 곳이 대한민국이다.

 

닫힌 대한민국, 개구멍 파는 사람들

 

왜 일찌감치 고해성사를 하지 않았냐고 힐난하는 건, 옳은지는 몰라도 현실적이지는 않다. 주류에 편입되고 '성공클럽'에 가입하는 순간 그 곳의 복장과 그 곳의 예법에 따라야 한다.  그래서 발버둥친다. 수백만 원의 등록금을 들여 특수대학원에 등록하고, 역시 수백만 원을 들여 논문 대필을 부탁한다. 이렇게 해서 비주류를 탈색하고, 무늬만이라 해도 턱시도를 걸치려 한다.

 

대한민국은 닫힌 사회다. 육중한 철문과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성채다. 성밖 사람들이 들어갈 문은 없다. 방법은 오직 한 가지, 개구멍을 파는 것이다.  마무리하기 전에 되짚을 게 있다. 대전제다. 이지영씨와 신정아씨의 능력은 출중했던 걸까? 이 점이 확인되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논의는 빈 얘기가 된다.

 

신정아씨는 잘 모르겠다. 그가 큐레이터로서 유명 전시회를 여러 차례 열었고 그 덕분에 상까지 받았다고 하지만 상당수 미술평론가들은 부인한다. 그가 연 전시회는 대부분이 언론에 크게 어필할 만한, 대중영합적인 전시회뿐이었다고 한다.

그럼 이지영씨는? 이 또한 다른 사람의 평가를 빌릴 수밖에 없다. 영어강사, 방송DJ에 대한 수강생과 청취자의 평가를 엿볼 수 있는 창이 있다. <조선일보>가 전한 그의 강사 실적, 그리고 그가 진행한 KBS라디오 '굿모닝팝스'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청취자의 글이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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