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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터의 단위 표시 l/L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7. 8. 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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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또 휘발유 값 이야기가 나오네요. 과연 진실이 뭘까요?  며칠 전에 정부가 내 놓은 석유제품 실제판매가와 정유사가 말하는 이윤이 서로 맞지 않다고 합니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힘없는 백성은 머리가 혼란스럽네요.

"정유사들이 대리점과 주유소에 넘긴 휘발유의 실제 세전 가격이 ℓ당 563.32원이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여기서 'ℓ'를 좀 볼게요.

리터는 미터법에 따른 부피의 단위로 10cmX10cmX10cm 크기의 상자에 물을 가득 채웠을 때의 분량입니다. 곧, 10X10X10=1000 ㎤죠. 부피는 길이를 세 번 곱한 것입니다.  따라서 부피의 단위는 길이의 단위인 센티미터를 세 번 곱한 ㎤입니다. 이런 1000㎤를 나타내기 불편해서 만든 게 1리터입니다.

이 리터의 기호는 ℓ이 아니라 'l(알파벳 소문자 엘)'입니다. 이게 숫자 1과 헷갈리니까 'L(알파벳 대문자 엘)'도 쓸 수 있게 했습니다. 리터의 단위는 특수문자나 필기체로 쓴 ℓ이 아니라 소문자나 대문자 알파벳 엘(l, L)입니다.

언제부터 그랬느냐고요? 1979년부터 그랬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리터의 단위가 ℓ로 나와 있습니다. 다행히 한글학회에서 만든 우리말큰사전에는 'l'(소문자 엘)로 정확하게 나와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정부에서 7월부터 SI단위를 쓰라고 하면서 이런 것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평을 쓰지 말고 세제곱미터를 쓰라고 하고, 돈을 쓰지 말고 그램을 쓰라는 말은 많이 해도, 리터의 단위가 흔히 쓰는 ℓ이 아니라는 것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더군요.

우리말123

 

위에서 '휘발유 가격이 ℓ당 563.32원이다'를 썼는데요.

당(當)은 수 또는 단위를 나타내는 대다수 이름씨(명사) 또는 명사구 뒤에 붙어 '마다'의 뜻을 더하는 뒷가지(접미사)입니다. 마리당 삼천 원, 시간당 얼마, 열 마리당, 40명당...처럼 씁니다.

이 '당'을 '마다'나 '-에'로 바꾸면 어떨까요?
휘발유 가격이 ℓ에 563.32원이다, 마리에 삼천 원, 시간에 얼마, 열 마리에, 40명마다...

비슷한 낱말로 매(每)가 있습니다.
"하나하나의 모든. 또는 각각의"라는 뜻으로 매 회계 연도, 우리 식구는 매 경기마다 빠지지 않고 응원하였다처럼 씁니다.

이것도, '매'를 '마다'로 바꾸거나 아예 쓰지 않으면 어떨까요?
회계 연도마다, 우리 식구는 경기마다 빠지지 않고...

알맞은 우리말이 없다면 모를까, 쉽고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당(當)'이나 '매(每)'를 쓸 까닭이 있나요?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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