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우리 말 우리 교육

한글사랑---------/우리말바루기

by 자청비 2007. 8. 29. 22:10

본문

“한국어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어요!”

필자가 뉴욕에서 ‘춘향아’ 연극을 우리말로 공연한 다음 어느 미국 관객의 말이다. 우리말의 소리와 감정에 따른 높낮이 그리고 발성학적인 측면에서 가지고 있는 깊이는 이미 우리의 판소리나 민요를 통해 세계에 인정받은 셈이다. 지난 2월 필자가 연출해서 카네기 홀에서 가진 ‘Korean Shaman Chant´ 공연의 경기 민요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껏 알려주었다. 이러한 아름다운 우리말이 요즘 정작 우리말을 쓰는 우리들에게 제대로 인식되어 있지 않아 걱정스럽다.

 

방송이나 강연 또는 공공적인 장소에서 쓰이는 우리말을 들으면 간혹 황당한 경우가 있다. 우리말의 발음이 우선 틀린 경우가 허다하다. 발음은 결국 교육에서 비롯된다. 학교는 물론 가정에서의 교육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말에서 장.단음에 따라 의미가 와전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예를 들어 “눈(내리는) 눈(보는), 사고(생각) 사고(어떤 회사의 전달 문), 병(아픈) 병(유리로 만든), 벌(쏘는) 벌(죄 지은 자에게 주는)........” 등이다. 심지어 말을 직업으로 하는 방송 아나운서나 앵커들의 발음이 때론 교육을 제대로 받은 건지 의심이 들 정도다. 하긴 지금의 대통령부터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처럼 우리말을 제대로 읽기조차 못한 인물들이 있었을까? 말도 제대로 못하는 인물들이 대통령을 한 셈이다.

 

필자는 소위 연기자들을 키우는 학과(연극영화, 방송연예과)에서 우리말에 대한 것을 10년 넘게 강의해 왔다. 연기의 대부분이 말 표현의 중요성이 우선임을 감안하면 연기자에게 ‘말’ 훈련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 필자의 맘에 드는 달인 경지의 배우를 찾지 못했다. 영국의 셰익스피어 배우들의 영어란 언어의 달인들이 있음에 비하면 우리는 한심한 지경이다.

 

옛말에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란 말이 있다. 이처럼 말의 표현은 곧 그 사람의 마음의 표현이며 의사소통의 직접적인 매개체이고, 동시에 말하는 사람의 교육 정도까지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유명한 뮤지컬 ‘My Fair Lady´ 나 연극 ‘Educating Rita’에서 주인공 여자들을 언어학 교수가 바른 말을 가르치는 장면 등은 언어의 사회적 중요성을 대변해 주고 있다.

 

정확한 말을 하는 사람에게 새삼 경청하게 되는 이유는 말이 가진 힘 때문이다. 정확함에는 이겨낼 것이 없다. 법의 중요성만큼이나 요즈음 법조계의 검사. 판사도 우리말의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음을 절실히 느낀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청소년들의 언어 교육이다. 아직도 초등학교에서 공식석상에 50,60년대에 하던 식의 “00초등학교 0학년 0반입니다아....” 하는 음송식의 자기소개는 그냥 애교로 봐주기엔 구태의연함이 아닐까? 뿐만 아니라 말로써 하는 자기표현이 절대 부족함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국어 시간에 말의 근간이 되는 발음 발성 교육을 제대로 하는 초.중.고가 없다면 우리말 교육은 매우 심각하다고 하겠다.

 

우리말은 곧 한민족의 정체성이요, 얼굴이며, 근간이다. 우리말의 중요함과 언어로서의 새로운 옷단장이 절실한 때가 아닌가 싶다.

<장두이의 아름다운 문화세상, 한국일보>

 

'한글사랑--------- > 우리말바루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금도 사투리, 표준어 따지는가?  (0) 2007.09.21
주민센터?  (0) 2007.09.08
낱말이야기  (0) 2007.08.28
달빛 연병장 거닐며…  (0) 2007.08.27
언어의 경제학  (0) 2007.08.24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