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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큰 멋지음” 그 속에 흠뻑 빠지다

한글사랑---------/우리말바루기

by 자청비 2007. 10. 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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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는 한류의 ‘특급 도우미’

세계지식재산권기구, 공식어로 채택했다는데

[중앙일보]

 

최근 유엔 산하 세계지식재산권기구는 한국어를 국제특허협력조약(PCT)의 국제 공개어로 채택했다. 이 기구에 등록되는 국제특허 관련 문건을 한국어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어가 국제기구에서 최초로 공식언어로 지정됨으로써 한국어 위상이 그만큼 높아지게 된 셈이다.

 요즘 한국어가 ‘잘나가고’ 있다. 외국인과 해외동포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생 수가 1997년 2200여 명에서 지난해 3만여 명으로 10년 동안 열 배 이상 늘었다. 7월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고등학교의 제2외국어 수업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교는 95년 73곳에서 2005년 286곳으로 네 배 증가해 독일어와 프랑스어보다 많았다. 중국의 경우 92년 한·중 수교 이후 39개 중국 대학이 한국어과를 개설했다.

 잘나가는 한국어의 우수성과 국제적 위상을 살펴보고 한국어의 세계화가 갖는 의미 등을 짚어본다.

 ◆한글의 우수성=한글은 97년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기록유산’이 됐다. 이에 앞서 유네스코는 89년 세종대왕(1397~1450) 탄신일인 5월 15일을 세계문맹퇴치일로 정하고, 문맹을 없애는 데 힘쓴 인물과 단체에 주는 상의 이름도 ‘세종대왕 문해(文解)상’이라고 붙였다.

 한글이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독창성과 과학성 때문이다. 소설 『대지』를 쓴 미국 작가 펄벅(1892~1973)은 일찍이 구한말을 배경으로 한 작품 『살아있는 갈대』에서 “한글은 24개의 알파벳으로 이뤄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문자 체계지만 자·모음을 조합하면 어떤 음성도 표기할 수 있다”고 극찬했다.

 미국 시카고대 매콜리 교수는 66년 언어학회지 ‘랭귀지’에서 “한글은 혀·성대 등 목소리를 내는 데 관여하는 발음 기관을 정밀 분석해 만들어진 알파벳이어서 소리의 음성적 특징을 시각화하는 데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독일인 최초의 한국학 박사인 함부르크대 사세 교수는 “서양이 20세기에 비로소 완성한 음운 이론을 세종대왕은 5세기나 앞서 체계화했다”며 “한글은 전통 철학과 과학 이론이 결합된 세계 최고의 문자”라고 평가했다.

 ◆한국어의 위상과 세계화=지구에 존재하는 언어는 몇 개나 될까. 사용자 수로 언어 순위를 매기는 세계언어목록 ‘에스놀로그(Ethnologue·도표 참조)’ 에 따르면 2000년 현재 사용 중인 언어는 6912개. 한국어는 남북한과 해외동포 등 7500만 명이 사용해 프랑스어보다 한 단계 높은 세계 13위다.

 김주원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언어의 국제적 위상은 해당 언어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용하느냐에 좌우된다”며 “한국어는 경제 규모가 세계 11위인 국가 위상에 어울리는 ‘메이저 언어’”라고 평가했다.

한국어의 세계화는 외국인이 한국어를 사용한 영화나 TV 드라마·도서·인터넷 문서 등을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외에 널리 보급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외국인의 한국어 사용 빈도를 늘리는 것이다.  

◆한국어의 세계화 왜 필요한가=이상규 국립국어원장은 “문화의 시대인 21세기에는 문화가 우위를 점하는 국가가 경제 강국이 될 수 있다”며 “문화를 홍보하는 가장 본질적인 수단이 언어이므로 선진국들은 자국어를 가르치고 문화를 홍보하는 교육기관을 해외에 앞다퉈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의 경우 110개국 220곳에 ‘브리티시 카운슬’을 세워 연간 1조원 가까운 예산을 쓰고 있으며 독일도 연간 3000여억원을 들여 74개국 144곳에 ‘괴테 인스티튜트’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국립국어원도 2016년까지 세계 200여 곳에 한글을 교육하는 ‘세종학당’을 세울 예정이다. 한국어를 세계화해 국가 성장 동력의 한 축으로 삼기 위해서다.

 한국어세계화재단 정순훈(배재대 총장) 이사장은 “국제교류를 할 때 언어가 상품이나 서비스보다 먼저 진출해야 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며 “외국인이 한국어에 친숙해져야 영화 등 다른 콘텐트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어 자체가 부를 창출하는 주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신승일 한류전략연구소장도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씨가 한글 디자인을 의상에 접목해 세계인의 호평을 받은 것처럼 한국어의 세계화는 우리 문화를 확산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한국어를 효율적으로 보급하기 위해서는 세세한 전략이 필요하다. 예컨대 ‘겨울연가’ ‘대장금’ 등 인기 TV 드라마를 한국어 교재로 보급하거나 이를 소재로 한 사용자 제작 콘텐트(UCC) 공모전이나 백일장을 열어 한류 특수를 한국어 수요로 흡수하자는 것이다. 한국문학을 소개할 때도 현지 번역가를 적극 활용, 현지인의 눈높이에 맞추고 한글 서체를 다양하게 개발해 상품 이미지로 활용하자는 견해도 없지 않다.

 한국어와 한국문화 보급을 추진하는 부처 간의 업무도 재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어 세계화를 추진하는 문화관광부·교육인적자원부·외교통상부 등의 역할을 세분화해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한국어 ‘사랑 지수’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운대 등 일부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 존폐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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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큰 멋지음” 그 속에 흠뻑 빠지다

중앙일보
서울 동숭동 쇳대박물관 건물 외벽에 안상수 교수가 디자인한 한글담쟁이가 매달렸다. 한글에 빠진 시각예술가, 금누리(右)·안상수 교수가 작품 앞에 섰다.
 
9일은 제561돌 한글날. 한글학자도 아니면서 한글에 흠뻑 빠져 사는 두 사람이 있다. 조각가 금누리(55) 국민대 교수와 디자이너 안상수(54) 홍익대 교수. 금씨는 가곡 ‘그네’의 작사가 금수현 선생의 아들로 지휘자 금난새 씨의 동생이다.
 
조각가이면서도 한글에 입체미를 더한 ‘금누리체’를 고안해 쓰는 등 한글 타이포그래피(typography)에 관심이 많다.
 
안씨는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한글 디자인으로 문자환경을 일신한 타이포그래퍼다. 홍익대 70학번 동기로 30년 지기인 두 사람이 한글을 소재로 2인전(12일까지)을 열었다. 의미 전달의 수단으로만 쓰던 한글의 모양새를 새삼 뜯어보게 하는 전시다. 장소는 서울 동숭동 쇳대박물관. 안씨는 박물관 철제 외벽에 한글 자음을 나무 열매처럼 매단 ‘한글 담쟁이’를 선보였고, 금씨는 쇠붙이들을 바닥에 깐 ‘누리글길’이란 작품을 내놨다.
 

4일 오후 전시장에서 만난 두 사람의 ‘한글 사랑’은 뜨거웠다. 안씨가 “600년도 안 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감 있고 단단하며 당돌한 멋을 지녔다”고 하자, 금씨는 “600년 전 이미 모더니즘의 극치를 이뤘다”라고 받는다. 한글의 매력, 모더니티(현대성)와 미래를 주제로 한 이들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한글의 매력

 

안상수=한글은 한마디로 ‘큰 멋지음’(큰 디자인)이다. 이렇게 창의적인 디자인이 없다. 왜 대단하냐. 가령 컵을 아무리 새롭게 디자인한들 이미 컵이라는 물건이 있지 않나. ‘한글 디자인’은 한자 패러다임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이후 우리 문화에 생명의 숨결이 불어넣어졌다고 생각한다.

 

금누리=한글은 삶 그 자체며, 최고의 보물이다. 온 세상의 말과 글이 6000여개인데 이 중 절반이 사라졌다고 한다. 과거 파스파·돌궐·서하·만주도 자기네 문자를 만들었지만 모두 실패하고 한자로 돌아갔다. 제대로 디자인되고, 사용하기 쉬웠다면 왜 없어졌겠나.

 

안상수=20여년 전 마당체(1983년), 안상수체(85년)를 만들 무렵부터 한글에 푹 빠졌다. 글자체를 만들기 위해 한글을 면밀히 관찰하다 보니 한글이라는 깊은 웅덩이에 빠졌고 그 뒤 디자이너로서의 내 삶이 바뀌었다. 디자인의 근본으로 가다보면 타이포그래피와 자연스럽게 만난다. 타이포그래피는 ‘글자멋짓’, 즉 글꼴을 만들고 멋있게 부리는 일이다. 신문·책·도로표지판·서식·웹디자인의 기본이다. 글자는 문화의 밑바탕에 있는 씨앗인지라 타이포그래피의 속성은 문화적이고 진지할 수밖에 없다.

 

 금누리=초등 교과서 등에 널리 쓰이는 표준글꼴은 명조체(明朝體·명나라 붓글씨체)를 바탕으로 한다. 이와 달리 나와 안 선생은 글꼴을 만들때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이 고심한 조형적 아이디어를 염두에 둔다.

 

◆한글의 모더니티

 

금누리=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제대로 표현이 안 되니까 새 글꼴을 만든 것이다. 당대 최고의 학자들이 나서 하늘·땅·사람이라는 철학적 요소를, 조형의 기본인 수직선·점·수평선으로 축약하는 원리를 세운 점은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한글은 고안자가 확실하며, 문명화된 글꼴이다. 600년 전 이미 모더니즘의 극치를 이뤘다.

 

안상수=한글은 우리 겨레에게 강제된 모던(현대적인 것)이었다. 이런 문화적 사변, 폭탄이 어디있겠나. 요즘 시대에 갑자기 모든 신문지상에 “오늘부터 새로운 문자를 써야 한다”고 발표했다 치자. 정상회담의 1만배쯤 되는 충격일 것이다. 이전의 글자가 고어가 돼 버리고 이전의 문서·문화·문명 자체가 바뀌는 거다. 오죽하면 학술원 회장급인 최만리가 목숨걸고 상소했겠나. 그는 요즘 말로 하면 “우리가 진정 민족을 위해 얘기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국제사회에서 왕따를 당합니다”라며 당시의 학계를 대변했다. 이에 47세의 세종이 “네가 운서(韻書)를 아느냐”고 되묻는다. 언어의 국제화와 음운학 등을 주제로 왕과 신하 사이에 일대 학술논쟁이 일었다.

 

◆한글의 미래

 

안상수= 글자는 생각의 그림자, 생각을 시각적으로 사물화시킨 것이다. 항상 언어에 묶여 다니니 글자가 곧 뜻이 되기도 한다. 많은 시각예술가들이 글자의 형태에서 의미를 해방시키려 무진 노력했다. 20세기초 서양의 다다이스트, 미래파 등이 그 예다. 한글은 아직 그런 역사를 갖지 못했다.

 

금누리=한글은 소리글자다. 아직 글자의 틀에 갇히지 않은 어린애들은 음운을 아무렇게나 4∼5개씩 조합해놔도 어떻게든 그걸 읽어낸다. 어떤 소리든 형태화시킬 수 있는 게 한글이 지닌 바탕이고 미래성이다. 컴퓨터의 대중화로 한글 글꼴 갖고 놀기가 활발해진 점도 긍정적 미래를 대변한다.

 

안상수=한글은 소리 한 덩이가 하나의 글자이고 그게 바로 뜻과도 연결된다. 예술적인 한글의 미래는 한글이 의미로부터 분리되는 지점에서 싹틀 것이다. 조형 그 자체로서의 한글로 설 수 있는 그 지점이 창의력의 씨앗이다. 한글의 이미지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껏 이 부분이 공터였다. 이 공터는 앞으로 우리가 뛰어놀아야 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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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되는 글꼴 한글은 돈이다 
돋되는 글꼴 한글은 돈이다

한글은 돈이다.

디지털 시대, 신세대들은 자신만의 서체를 추구한다. 나만의 블로그,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문자메시지를 만들고, 보내기 위해서다. 2005년 8월부터 240여 종의 글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싸이월드의 경우 매일 2만5000여 개의 글꼴이 소비되고 있다. 인기 스타들의 손 글씨를 응용한 휴대전화 배경화면에 이어 종이학체.단아체 등 전통 미학을 연상시키는 글꼴들이 인기다. 문자메시지용 글꼴들은 하루 1000건 이상 거래되고 있다. 이름하여 맞춤형 글꼴 시장 전성시대다.

23년간 글꼴 개발에 몰두해 온 산돌커뮤니케이션 석금호 대표는 "글꼴 외주 제작 시장 규모는 줄잡아 연간 300억원대"라고 추산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이미지 통합을 위한 BI(Brand Identity).CI(Corporate Identity)에서 나아가 TI(Typography Identity)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단순히 로고를 새로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 그 기업만의 독자적 글자체를 개발하려는 수요를 반영한 말이다.

 

2003년 현대카드의 '유앤아이', 2005년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체에 이어 올해는 삼성그룹의 '삼성체', SK텔레콤의 '모바일 전용 서체' 등 기업마다 자체 이미지 구현을 위한 글꼴 개발이 한창이다. 전통적으로 한글 글꼴에 관심을 기울여 온 인쇄출판 쪽은 말할 필요도 없다. 북디자이너 정병규씨는 "책 표지 글자의 경우 기존 글꼴을 활용하지 않고 책 내용에 맞춰 그때그때 개발하는 '1책1자'가 트렌드"라며 "이는 다양한 디자인 변화가 가능한 한글의 특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글의 자음이 세모.네모.동그라미라는 조형의 기본 3요소를 갖추고 있고▶모음에는 조형적 변화의 좌표 역할을 하는 수직선과 수평선이 강하게 들어있는 데다▶나열식인 알파벳 문자와 달리 초성.중성.종성을 3층으로 쌓는 건축적 구조를 갖고 있어 다양한 글꼴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글꼴 전성시대'가 컴퓨터와 인터넷이 대중화한 21세기의 산물이라는 점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2진법으로 획일화된 컴퓨터 사용으로 손 글씨를 쓸 일이 드물어지면서 '필체'라는 개념이 없어질 줄 알았던 세간의 예상이 보기 좋게 뒤집힌 것이다.

한글은 또한 예술이다.

지난해 디자이너 이상봉씨는 소리꾼 장사익씨의 손 글씨를 응용한 패션쇼를 파리에서 연 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도 한글을 이용한 신작을 파리 컬렉션에서 발표했다. 손 글씨는 '캘리그래피'(서양에서 서예를 가리키는 말)라는 이름으로 영화포스터.상표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조각가 금누리, 글꼴 디자이너 안상수(홍익대 교수)씨의 손에 이르면 그 자체로 예술 조형물이 되기도 한다. 현재 서울 동숭동 쇳대박물관을 찾으면 예술작품으로 형상화한 한글의 변신을 볼 수 있다.

오늘(9일)은 561돌 한글날. 다시 대중의 관심사로 떠오른 한글을 기념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펼쳐진다. 국립국어원 디지털 한글박물관에선 '옛 한글 편지전'을 열고 있다. 조선시대 왕실.사대부.서민들이 한글로 썼던 편지를 볼 수 있다. '훈민정음 학회'도 이날 창립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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