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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한글도 독립하자"

한글사랑---------/우리말바루기

by 자청비 2007. 10. 8.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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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움체·굴림체, 이젠 지겹다…‘웹 한글도 독립하자’
▲MS가 기본 제공하고 있는 웹폰트(왼쪽)와 우리글닷컴의 웹폰트(오른쪽)가 적용된 사례

우리글닷컴, MS 독식한 폰트 시장에 ‘도전장’ ‘백터스크린폰트’로 종이 위 글자체 보듯 선명 한글날 맞아 561명에게 글꼴 무료배포 이벤트

 

“인터넷 한글 모양은 왜 죄다 똑같을까”
“돋움체나 굴림체로 웹을 읽으면 눈이 너무 아프다”
“이제 온라인에서도 ‘글씨체(글꼴)’ 정도는 우리 기술로…”

 

이런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할 정도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인터넷 한글 글꼴’에 대한 무지는 매우 높은 편이다. 네이버, 다음, 싸이월드 어느 웹사이트를 방문하더라도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본문 글꼴(스크린 서체)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만든 돋움체와 굴림체뿐이기 때문이다.

 

저해상도의 모니터에서 글자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다듬어진 스크린폰트가 필요하지만, 명조체를 비롯한 한글 서체는 글자의 삐침이 있어서 점으로 표현되는 비트맵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점’과 ‘선’으로만 획이 많은 한글을 표현하다 보니 글씨 품질이 낮고 미려한 명조체 구현이 쉽지 않은 것이다.

 

굴림과 돋움체는 96dpi 이하의 저해상도 구형 모니터의 특성이 반영된 기술이다. 게다가 기존 비트맵 서체들은 조금만 확대해도 계단 현상이 발생하며 글자의 본래 디자인이 깨지기 때문에 화면을 오래 응시하면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물론 독특한 개성을 가진 다양한 패션체들은 이미 보급되고 있지만 지원할 수 있는 포인트 크기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웹 글자체라고 볼 수 없다.

 

현재 우리의 PC 환경은 한국MS가 제공하는 바탕, 굴림, 돋움, 궁서 4가지 서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다만 MS는 최근 출시한 윈도 비스타에서 글꼴의 외곽선을 컬러로 뚜렷하게 다듬는 ‘클리어타입(ClearType, 컬러 안티얼라이어싱)’ 방식을 기본 값으로 채택, ‘맑은고딕’ 폰트가 기본 서체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윈도XP와 달리 윈도 비스타의 글꼴이 훨씬 더 선명하고 미려하게 보이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 종일 인터넷 화면을 쳐다보고 있는 한국 인터넷 사용자들의 다양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요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이쯤 되면 단순히 ‘기술’을 넘어 ‘자존심’ 문제로 봐도 될 듯싶다. 561돌 한글날을 맞은 이때, 우리 한글의 ‘명조체’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백터’방식 스크린폰트로 온라인 한글서체 독립?

웹 폰트 솔루션업체인 우리글닷컴(대표 박민)은 애플과 MS가 공동으로 개발한 ‘비주얼트루타입(VTT)’ 기술을 연구했다. 이 기술은 비트맵 폰트를 오프라인에서 보는 것과 같은 서체로 변환하기 위한 폰트 개발 프로그램이다. 이후 5년여 만에 VTT를 한글의 특성에 맞게 적용해 명조·바탕·신문명조 등 8종의 폰트를 마침내 개발해냈다. ‘가변폭 완성형’ 한글과 ‘벡터스크린폰트’ 기술을 결합해 ‘지능형 한글 시스템’을 구현한 것이다.

 

현재 우리가 모니터로 보고 있는 한글 폰트는 인쇄 한글에 비해 매우 저급한 수준이다. 기존 폰트는 비트맵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계단 현상이 심하게 발생한다. 그러나 백터스크린폰트는 비트맵을 구현할 때 저해상도 모니터에 트루타입폰트가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폰트 내부에서 래스터라이징(이미지 분사장치) 효과를 통해 글꼴을 다듬게 된다.

 

▲우리글닷컴 '백터스크린폰트' 특징 비교 / 우리글닷컴 제공

특히 그 동안 고정폭에 갇혀 흐름이 유연하지 못했던 한글체가 모음 특성에 따라 5가지 가변폭을 가지고 있는 글자체로 탈바꿈하게 된다. '가변폭'이란 말 그대로 글자폭이 낱낱의 글자에 따라 변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가'와 '기'는 글자폭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고정된 폭을 강요하다 보면 자간이 일정하지 않아 단어들의 짜임새가 가지런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가변폭'을 적용하면 ‘커닝(Kerning, 앞뒤의 문자 형태로 인한 빈 공간에 따라 자동으로 자간이 조절되는 것)’을 일정하게 보장하고 있어 단정하고 보기에 좋다. 뿐만 아니라 글자의 크기에 비례해 굵기도 변하기 때문에 글자의 질감도 살릴 수 있다. 기존 인터넷화면에서는 할 수 없었던 문장의 양끝맞춤도 가능하다. 들쭉날쭉했던 글자간의 간격을 균일하게 조절하고 바탕(명조)체만의 멋스러움을 재현해내 웹페이지 가독성을 높였다는 것이 자체적인 평가다.

 

대표활자인 ‘우리바탕(명조체)’을 비롯해 ‘우리돋움’, ‘우리굴림’, ‘우리신문명조’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이 밖에도 10% 장체인 C1, 그리고 제목용 장체인 ‘우리돋움90 C1’, ‘우리돋움90 C2’를 사용할 수 있다.

우리글닷컴 폰트는 지난 7월 웹환경에서의 한글혁신을 주제로 열린 '인터넷한글 타이포그래피 혁신 포럼 1'을 통해 본격적으로 일반에 소개된 후 다양한 웹사이트에 실제 적용이 되고 있다. 현재 삼성SDS, 현대증권, 게임메카, 동아닷컴, ET뉴스, 디자인하우스, 대한생명 등은 물론이고 무료로 배포한 블로거 200여명이 지능형한글시스템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대부분 좋은 편이다. 한 네티즌은 회사 자유게시판에서 “XX일보 보다가 글씨체가 너무 맘에 들어서 이곳저곳 검색해보다 알게 됐다”며 “이런 폰트를 놔두고 왜 MS가 운영체제에 굴림체를 한국인에게 쓰라고 집어넣었는지 화가 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인터넷 솔루션을 개발하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웹 서핑을 할 때면 언제나 한글 폰트 대문에 글에 집중할 수가 없어 답답했다”며 “자사 웹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문의하기도 했다.


◆우리글닷컴이 웹글꼴 대안으로 자리 잡을까

대중적인 글꼴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있다. 일단 구현해야 할 정보가 많기 때문에 웹폰트 파일 크기도 2배 이상 크다. 이후 한자 글꼴정보까지 모두 더하면 파일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규칙적인 사각 틀에 익숙한 기존 사용자들에게는 가변폭이 적용된 웹 글꼴이 어색해 보일 수 있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빈 공간이 불규칙적으로 배치되면서 처음 보는 독자들은 익숙해질 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지난 7월 '인터넷한글 타이포그래피 혁신 포럼에서 강연중인 박민 대표 / 우리글닷컴 제공

국내 사용자들이 대부분 사용하고 있는 ‘윈도XP’는 ‘MS 클리어타입 튜닝 컨트롤’이라는 ‘액티브X’를 설치해야 하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따라서 파이어폭스 등 비IE 웹브라우저는 PC에 폰트를 구입해 직접 설치해야 한다.

 

이에 대해 우리글닷컴 관계자는 “윈도 XP의 경우 기본 글꼴 가장자리 다듬기 모드가 ‘표준’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설치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표준 모드의 경우 회색조로 글꼴 가장자리를 다듬는데 반해, 클리어타입 모드는 LCD 등 고해상도 모니터에 적합하도록 옅은 컬러로 다듬게 된다.

 

한편 9일 561돌 한글날에도 우리글닷컴 ‘우리바탕’ 무료 웹폰트 배포 이벤트를 진행한다. 지난 5월 2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첫 번째 무료폰트 배포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하는 것이다. 이글루스, 티스토리, 태터툴즈 등을 사용하는 블로거들은 한글날인 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우리글닷컴 홈페이지(http://www.woorigle.com) 자유게시판의 ‘폰트 신청란’을 통해 무료 웹폰트를 블로거 561명에게 선착순으로 무료 배포할 예정이다.

 

박민 우리글닷컴 대표는 “한글 맞춤법이나 외래어 남용에 대한 의식은 높아졌지만 정작 웹에서의 우리글꼴 사용에 대해서는 관심은 낮다”며 “이번 한글날 이벤트를 통해 우리의 글꼴을 되찾는 것은 물론, 블로거들이 보다 발전된 웹 환경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우리글꼴에 대한 의식전환을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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