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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나리'가 지나간 한달후

한라의메아리-----/오늘나의하루

by 자청비 2007. 10. 1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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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나리'… 그 후 한달]
연인원 15만여명 참여 수재민돕기 구슬땀

 

응급치유 매듭… 항구복구는 요원
피해복구 민·관·군 '한마음'

물에 침수된 동문시장 주민들이 태풍피해복구에 발벗고 나섰다.

 

이번 태풍 나리로 인해 제주에는 처음으로 다른 지방 군 병력까지 와서 태풍피해 복구에 힘을 기울였다. 이 군인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피해복구는 얼마나 더 오래 걸렸을지 모를 정도로 해병대원과 육군 특전사부대원, 전투경찰 등의 도움은 절대적이었다. 이들 뿐 아니라 서울에서 내려온 자원봉사자, 다른 지방 소방대원 등이 발벗고 나서 한마음 한뜻으로 수재민돕기에 나서 수재로 응어졌던 제주도민들의 가슴 한켠을 그나마 트이게 해줬다.

 

제주시내 모 여고 학생들은 소풍 대신 태풍피해 복구에 나서기로 해 학년별로 나눠 수재를 당한 친구의 집과 이웃들을 찾아 피해복구에 힘을 보탰다.


지난 9월16일 제주지역을 강타한 제11호 태풍 '나리'. '최악의 추석선물'이라는 별칭답게 그동안의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초대형 피해를 안기고 지나간지 한달이다.


그동안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달 17일부터 3단계에 걸쳐 침수 주택과 상가·도로를 정비하고 하천퇴적물과 농경지 등을 응급복구했다. 하지만 아직도 재래상인과 소상공인, 그리고 농·어가는 '나리'의 악몽을 원망하면서도 재난 앞에서 속수무책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허술한 방재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산피해=태풍 '나리'로 인한 재산피해는 1천3백7억4천여만원으로 집계됐다. 사유시설의 경우 주택침수 3천75개소, 비닐하우스 90ha, 수산증·양식 1백10개소, 축사 1백25개소, 농경지 유실 3백81ha, 농작물 침수 1만3천5백35ha 등 3백32억8천여만원이다. 공공시설은 도로·교량 78개소, 하천·소하천 69개소, 학교 84개소 등 9백76억4천여만원에 이르고 있다.

▷응급복구=사상 처음으로 다른 지방 국군 병력과 장비가 투입되는 등 연인원 15만7천여명이 응급복구에 나서 대부분의 피해시설들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제주자치도는 도민의 절망을 덜어주기 위해 응급복구 전에 재난지원금 3백49억원과 의연금 1백26억원, 위로금 6억1천여만원 등을 지급했으며 18일쯤 복구계획이 확정되면 해당 부서별로 항구복구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항구복구와 문제점=제주자치도는 하천별로 중산간지역에 저류조를 설치하고 복개구간을 전반적으로 점검, 예전의 물길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항구복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천재와 인재가 겹친 피해라는 분석인데도 치산치수를 담당하는 제주자치도의 잘잘못은 가려지지 않고 있는데다 그 역할을 맡아야 할 제주자치도의회나 감사위원회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복개구간의 지하부분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사유시설인 소상공업체나 재래상가에 대한 피해보상, 농경지 복구와 대파에 따른 겨울 채소 가격의 폭락 등에 대한 지원도 마련되지 않으며 도민의 태풍 피해에 대한 상실감과 피부로 느끼는 피해는 앞으로도 수개월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산간 하천 황폐한 모습 그대로… 곳곳서 위험노출

 

 

▲태풍이 지난지 한달째를 맞았지만 농로와 하천변 등은 복구작업이 시작되지 못하는 등 더디기만 하다.

"응급복구가 완료됐다고 여기저기서 말하지만 사실은 전기와 수도가 복구된 것 말고는 제자리를 찾은 것이 없어요. 아직 갈길이 멀기만 합니다."

수마가 휩쓸고 간 지 한달째. 제주시내 중산간 하천변 곳곳은 여전히 수해 때 황폐한 모습 그대로였다.

함덕리 인근에 있는 농로는 절반가까이 무너진채 흉물스런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위험에 노출된 모습이었지만 안전시설물은 낭떠러지 아래로 함께 추락한 지 오래였다.

응급복구된 도로 옆 하천은 수해 때와 거의 달라진 게 없었다.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주민 이모씨(45·제주시 조천읍)는 "이제 수해복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데도 행정에서는 응급복구가 완료됐다고 연신 떠들고 있다"며 "도무지 어떤 것이 복구된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전히 행정당국을 원망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태풍 '나리'에 앞서 퍼부었던 폭우로 인해 이미 피해를 본 동부지역 주민 김모씨(65·제주시 조천읍 함덕리)는 "이미 피해를 봤다는 이유로 의연금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며 "복잡한 기준·규정때문에 나같은 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강풍과 집중호우로 농경지가 대부분 쓸려나간 제주시 조천읍 일대 농경지는 긴급하게 공급된 흙으로 다시 비닐을 덮고 스프링클러로 연신 물을 뿌리면서 싹이 트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동·서부지역 경작지는 빠르게 제자리를 찾고 있었다. 한달전 바닥을 보였던 밭에는 자체정비와 대체작물 파종 등이 마무리돼 한달전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농민 김모씨(56·제주시 구좌읍)는 "그래도 고마운 것은 한 업체에서 흙을 제공해줘서 밭의 형태를 다시 만들수 있었던 것"이라며 "농작물 파종작업은 어렵게 마쳤지만 아직도 침수된 집은 도배와 장판지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직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태풍'나리'의 그림자는 드리워져 있었지만 새싹을 틔운 밭을 지켜보는 농민의 얼굴은 희망의 미소가 엷게 퍼지고 있었다.

<한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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