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만 지켜도 병 다스린다
‘당뇨에 좋은 누에, 콜레스테롤 제거와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가지, 해독작용이 탁월한 미나리, 정력과 청혈작용에 유용한 연, 에스트로겐이 석류보다 월등히 많은 칡….’ ‘밥이 보약’이란 말처럼 음식과 건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먹는 것만으로도 치료되는 질병이 있고, 질병에 따라서는 약을 복용하듯 음식을 가리고 따져가며 섭취해야 한다. 그러나 ‘몸에 좋다’는 음식정보가 필요 이상으로 넘쳐나는 요즘엔 정작 무엇이 좋은 먹거리인지 혼란스럽다. 한국방송플러스가 펴낸『책으로 보는 KBS싱싱일요일 계절의 보석』은 실험을 통해 음식이 실제로 질병에 얼마만큼 효과가 있는지 보여준다. 『책으로…』에 실린 ‘보석’같은 제철음식을 소개한다.
春
땅에서 캐는 비타민아무리 신선한 채소를 챙겨먹는다 해도 겨울을 지내고 나면 비타민 결핍증이 나타나기 쉽다. 이때 특효약이 바로 봄나물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선정한 10대 건강식품 중 하나인 브로콜리는 미 국립암연구소가 꼽은 최고의 항암식품이다.
예로부터 환절기 상비식으로 알려진 도라지는 기침과 천식에 효과가 있다. 실제로 ‘싱싱일요일’ 제작팀이 각종 공해와 매연, 심각한 황사 같은 환경에 노출되는 세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도라지가 폐기능을 좋게 하는 것은 물론 기관지 염증이나 균 감염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칡은 숙취해소와 골다공증 예방에, 부추는 성기능 향상과 항암에 효과적이다.
夏
차가운 속 달래주는 열매만물의 열기가 땅의 표면 위로 모두 올라오는 여름. 사람의 몸도 자연의 이치와 같다. 피부는 열이 오르고 뜨겁지만 오장육부는 오히려 차가운 상태가 된다. 허한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음식이 필요하다. 인기 드라마 ‘허준’으로 인해 주목 받았던 매실은 구연산이 많이 함유돼 있어 몸의 피로와 노폐물 제거는 물론 살균효과까지 탁월하다. 매실의 살균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단무지 김밥과 매실장아찌 김밥을 비교한 실험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세균수가 늘어나는 단무지 김밥과 달리 매실 김밥은 매실을 넣자마자 세균이 감소했다. 식중독·배탈 등 음식으로 인한 여름철 질병 예방과 치료엔 매실이 적격이다. 열을 내려주는 가지 또한 여름음식의 으뜸이다. 뽕의 열매는 노화방지, 잎은 혈당강하 효능이 있다.
秋
풍성한 음식이 보약 가을은 우리 몸에 영양분을 채워 매서운 겨울 추위에 대비하는 계절이다. 가을 먹거리가 풍성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환절기 때 쇠하기 쉬운 기력을 돋우고 추위에도 내장을 따뜻하게 보호할 수 있는 음식을 챙겨야 한다. 메밀은 단백질과 칼륨, 각종 아미노산이 풍부한 영양의 보고다. 메밀에는 다른 곡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루틴이란 성분이 함유돼 혈관보호와 혈압강하에도 효과적이다. 연은 일본에서는 결혼식 때면 요리하는 풍습이 있을 정도로 정력과 기력회복에 좋다. 흐르는 코피를 멎게 하고 피를 맑게 해주는 정화제이자 자연방부제 역할도 한다. 2002년 4강 신화를 이룩했던 태극전사의 지칠줄 모르던 체력의 비밀 중 하나인 오가피는 면역력과 항산화력을 증가시킨다. 강력한 살균효과를 지닌 옻은 어혈과 여자의 복부에 생긴 덩어리를 풀어주고 피로를 다스려준다.
冬
원기회복의 보양식, 해조류 겨울엔 귀한 푸른 채소 대신 ‘바다 야채’인 해조류로 영양의 균형을 맞춰줘야 한다. 해조류는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요오드를 비롯해 미네랄·비타민·철분· 칼슘이 골고루 들어있는 영양덩어리다.
미역은 풍부한 미네랄과 무기질을 함유해 산모에겐 지혈작용을, 신생아에겐 골격과 치아형성을 돕는다.
습성이 까다로워 청정해역에서만 자라는 전복은 남성의 스태미나와 간기능 회복에 큰 효능을 발휘한다. 이외에도 바다의 완전식품인 굴, 바다가 선물한 발효식품 홍어, 바다에서 나는 단백질 복어도 빼놓을 수 없는 겨울 제철음식이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