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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 세계화의 전도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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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청비 2008. 1. 2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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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 포럼] ‘脫세계화’ 이슈 부상···경제위기 속 ‘함께 하는 세계’에 공감대 

“전 세계 빈민을 돕지 못한다면 희망마저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금 전 세계 지도자들은 가난한 나라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 24일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

 

‘세계화 전도사의 집결체’로 불려온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지난 23일 개막한 포럼에서는 지난 수년간 외쳐왔던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목소리가 잦아들면서 기아와의 전쟁 등 ‘함께하는 세계’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오는 27일까지 열리는 올해 다보스 포럼의 공식 주제는 ‘협력적 혁신의 힘’이다. 그러나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인한 세계경제 침체의 불안 심리 등이 확산되면서 논의의 초점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옮겨놨다.

 

자연스레 포럼은 세계 금융시스템이 취약점을 드러낼 것으로는 예측하지 못했다는 자성으로부터 출발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첫날 토론회에서 “우리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경제관리에 따른 예상 가능한 결과”라고 진단했고, 영국 타임스지의 온라인 사이트도 “세계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참석자들은 이제 ‘세계화’와 결별해야 할 때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레브 레비브 아프리카 이스라엘 투자 회장은 포럼에서 “2008년은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면서 “이제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이를 진정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파스칼 레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과의 인터뷰에서 “2008년은 보호주의의 덫에 빠지지 않으면서 자유무역의 이념을 수정해야 하는 중요한 해”라고 말했다.

 

포럼의 자숙 분위기는 미국 경제가 불러온 세계경제의 위기감과 맞물려 있다. 1990년 이후 빠르게 지구촌 곳곳에 스며든 세계화의 물결은 미국이 주도해왔다. 하지만 최근 불어닥친 미국발 경제 위기는 기류 변화를 불러왔다. 무한경쟁을 지향하는 자유화와 시장원리의 확산을 최선으로 여겨온 게 세계화라면 이를 재고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번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지난 10년간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보려는 유럽연합(EU), 중국, 남미 등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으며 오히려 완전한 탈미(脫美)가 요원하다는 사실을 또다시 절감케 한 것도 하나의 배경으로 해석된다. 이는 지난해와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포럼은 지난해 신흥시장의 성장이 세계경제를 견인할 것으로 예측했고 경제 전망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견해가 주를 이뤘다.

 

포럼은 이번 회의에서 미국의 신용경색과 고유가, 기후변화, 에너지 문제 등에 대해 공동 대처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 위기로 초래된 세계경제 침체 조짐을 떨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포럼 첫날부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놓은 긴급 금리 인하조치에 대해 비난이 쏟아졌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상황을 엉망으로 만든 장본인은 미국 경제정책을 결정한 사람들”이라며 벤 버냉키 FRB 의장에게 화살을 돌렸다.


 

[다보스 포럼]세계화의 전도사냐, 음지의 파수꾼이냐

스위스 동부 그라우뷘덴주(州)에 위치한 인구 1만3000여명의 소도시 다보스. 알프스 산자락에 자리잡은 이 겨울 휴양도시는 독일의 대문호 토마스 만이 1924년 발표한 ‘마의 산’의 무대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이 작은 도시에서 각국의 정·관·재계 수뇌들이 모여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현안을 논의한 지 벌써 37년이 됐다. 이른바 ‘다보스포럼’이다.

1971년 스위스 제네바 대학 교수이던 클라우스 슈밥이 첫 세계경제포럼(WEF)을 열 때만해도 유럽의 경영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관심사를 논하던 모임에 불과했다. 슈밥 WEF 회장조차 이 회합이 ‘다보스’라는 간판을 앞세워 세계적 브랜드로 도약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슈밥은 “처음엔 작은 가족 모임 같은 성격이었고 400여명이 참석해 주로 기업 경영 이슈에 초점을 맞췄다”고 회상하고 있다.

외연을 넓히기 시작한 다보스포럼은 규모면에서 놀라운 성장을 했다. 최근엔 해마다 2000명 안팎의 주요 인사들과 수행원, 취재기자 등을 포함해 3000여명 정도가 참가하고 있다. 오는 27일까지 열리는 올해 포럼에도 27개국 정상, 113명의 각료 등 88개국 정·재계, 문화계 인사 2500여명이 공식 참가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다보스포럼은 73년 석유파동과 브레튼우즈 체제의 고정환율제 붕괴를 겪고 나면서 순수 경영뿐만 아니라 ‘글로벌화하는 세계’라는 맥락 속에서 맞닥뜨리는 도전에 관심을 갖게 됐다. 참가자의 스펙트럼도 기업경영가에서 정치인, 과학자, 종교·문화리더로 다채로워졌다.

자연 순수경영에 머무르던 주제가 세계경제와 재정·무역 분야로 확대됐고, 지역적으로도 남북·동서 문제까지 영역을 넓혀갔다.

환경 및 기후변화, 물, 식량안보, 빈곤퇴치도 아젠다 목록에 속속 이름을 올렸다. 70년대에는 사회통합과 환경이슈를 뽑아내 기업 경영 마인드에 이식했고, 80년대 들어서는 개발도상국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하는 역할을 했다.

슈밥 총재는 “다보스에서 만드는 것은 특별하다”며 “다보스포럼은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는 모임이며 WEF는 거의 국제기구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보스포럼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만만치 않다. ‘세계화 전도사들의 집결처’ ‘부자들의 고급 국제 사교장’이라는 비판들이 대표적이다. 지난 10년여동안 세계화 미덕을 찬양하고 무한한 기회를 향한 비전과 의욕을 다지면서 세계를 전쟁터로 몰아갔다. 선·후진국간 격차 확대, 양극화 초래의 주범이란 비난 속에 신자유주의 및 세계화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표적이 된 배경이다.

‘호화로운’ 참석 비용도 때때로 비판의 대상이 된다. 항공료와 숙박비를 빼고 회비로 내는 돈만 4만스위스프랑(약 3470만원)이다.

다보스포럼이 강대국들의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전략에 치우쳐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이에 맞서는 세계사회포럼이 비정부기구 중심으로 개최되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무성한 담론이 오가지만 정작 실천에 옮겨지기는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알맹이 없는 말의 성찬장’,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나토(NATO·No Action Talking only)’라는 비아냥이 그것이다.

실제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1일 “지난해에도 포럼에서 세계 경제의 불안정에 대해 토론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다보스포럼은 항상 토론만 있고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고 전했다.

 

§ 8회 맞은 다보스 ‘맞불 포럼’ WSF 
  
세계사회포럼(WSF)은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안티 테제’를 표방한다. WEF에 참석한 선진국 지도자들이 개발도상국과 민중들의 현실을 간과한 채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하며 반세계화와 반신자유주의를 핵심 기치로 내걸었다.

 

세계사회포럼은 다보스포럼을 압박하기 위해 2001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에서 시작, 매년 WEF와 같은 기간에 열린다. 북반구와 남반구간 격차 등 세계화가 낳은 여러 폐해를 비롯해 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한 개발, 성·인종 차별의 철폐 등을 화두로 각종 세미나와 토론회, 퍼포먼스 등을 개최한다.

 

WSF는 이제 반세계화 운동 진영의 축제이자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했다. 국제금융기구(IMF), 세계무역기구(WTO) 등 신자유주의 체제를 주도하는 국제기구들을 비판하며 개도국 부채 탕감이나 국제투기자본 규제를 위한 ‘토빈세’ 제정 등을 널리 공론화했다.

 

1~3회 그리고 5회 WSF는 포르투알레그레에서, 2004년 4회는 인도 뭄바이에서 개최됐다. 2006년에는 베네수엘라와 말리, 파키스탄 3개국에서 동시 진행됐으며 지난해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렸다.

 

8회를 맞은 2008 세계사회포럼은 예년과 달리 참가국별로 진행된다.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는 공통 의제를 빼고는 나라마다 차별화된 세부행사를 준비했다. 26일은 ‘세계공동행동의 날’로 선포해 각국에서 전쟁과 신자유주의, 인종주의와 가부장제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다.

 

세계사회포럼이 또 하나의 형식적인 연례 이벤트로 굳어졌고, 비싼 비용 때문에 농민이나 노동자, 빈민들의 폭넓은 참여가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변화다.

 

팔레스타인은 가자지구 봉쇄조치로 숨진 이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이라크는 전쟁에 반대하는 비폭력 캠페인을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은 30여개 단체가 참가해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 빈곤의 여성화, 기후변화 등에 대해 토론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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