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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선거 관련 글 게시 `무죄'

또다른공간-------/알아두면좋다

by 자청비 2008. 3. 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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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블로그 선거 관련 글 게시 `무죄'

 

<연합뉴스>


"일상적 블로그 운영 틀 내에서 이뤄졌다면…"

 

자신의 블로그에 정치나 선거관련 글을 게시했다고 해도 그것이 일상적으로 해오던 블로그 운영 틀 안에서 이뤄졌다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네티즌들의 정치적 표현을 지나치게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공직선거법을 확대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를 담고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민병훈 부장판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대선 후보를 비판하는 기사를 게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임모씨에게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이 있다거나 특정인을 낙선시키기 위한 능동적ㆍ계획적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임씨는 작년 대선을 앞둔 9월~11월 약 두 달에 걸쳐 자신이 2006년 8월부터 운영해오던 블로그 내 38개의 카테고리 중 `정치이야기' 카테고리에 글을 게시하면서 12번에 걸쳐 당시 이명박 후보의 발언과 정책 등을 비판하는 기사를 퍼다가 올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운영자가 개인적 일상이나 취미ㆍ관심사를 기록하고 수집하는 것을 목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해 왔고, 그 관심의 하나로서 정치ㆍ선거관련 글을 기록ㆍ수집해 일상적으로 해 오던 블로그 운영의 틀 내에 있다면 공선법에서 규정한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거나, 특정인의 당선ㆍ낙선을 도모하기 위한 `능동적ㆍ계획적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이유로 그런 글의 게시가 `후보자들 간의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균형이라는 폐해를 막아 후보자의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후보간의 무리한 경쟁의 장기화로 인한 사회ㆍ경제적 손실을 방지'하려는 공선법 해당 조항의 입법 목적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또 특정한 후보자의 당선ㆍ낙선과 관련된 행위라도 일상적ㆍ의례적ㆍ사교적인 행위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유추 적용할 수 있고, 인터넷은 선거권자의 정보 수신 여부 선택과 반박 등 상호작용이 가능해 선거의 공정을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을 침해할 위험성이 더 적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피고인은 38개의 카테고리로 구성된 자신의 `블로그'에서 `정치이야기'에만 게시했을 뿐 나머지 카테고리는 선거와 관련없고, 대선 즈음 게시된 1천600개의 글 중 피고인의 글은 12개로서 그 비중도 미미하고 강조되지도 않았으며 주요 언론에서 이미 보도돼 반론도 실려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선거 조직이나 정당ㆍ정치적 사회단체에 가입한 사실도 없는 점을 고려하면, 평소 여러 분야에 관심있던 피고인이 관심사 중 하나인 당시 정치상황에 관한 글을 통상적인 방법으로 게시했을 뿐이고 일부 접속자들이 영향을 받았다 해도 이는 의도하지 않은 부수적인 결과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해설 : 선거관련 블로거 사실상 첫 무죄 판결
   
"무죄 요건 제한적, 모든 블로거 면책은 안돼"

 

9일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블로그에 특정 후보자와 관련된 글을 게시한 블로거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것은 그동안의 판결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현행 선거법의 테두리 내에서 네티즌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가능한 한 위축시켜서는 안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블로거에게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 블로그 관련 첫 무죄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민병훈 부장판사)는 앞서 1월에도 작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블로그에 당시 정동영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게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오모씨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었다. 이 판결이 블로그의 선거와 관련된 첫 무죄 판결이었지만 언론에 알려지지는 않았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전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지지ㆍ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문서를 게시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네티즌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때문에 인터넷 게시판이나 심지어 자신의 블로그에도 선거를 앞두고 후보와 관련된 글을 게시한 네티즌들은 예외없이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았다. 그나마 서울남부지법이 지난 1월 자신의 블로그에 대선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30대 회사원에 대해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한 것이 가장 가벼운 처벌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선거법을 위반해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라 해도 그 처벌 수위를 정할 때는 시민들의 자유로은 의견 표명과 여론형성 과정에서의 자발적 참여 동기를 저해하는 효과를 낳지 않도록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재판부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목적'을 너무 넓게 인정할 경우 모든 정치적 표현이 여기에 해당돼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목적'을 인정하는 데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더욱 강조했다.

 

◇`무죄' 요건 매우 제한적 = 선거법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네티즌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광범위하게 인정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판결도 현행 선거법상 범위 내에서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상급심에서 그 판단이 최종 확정되겠지만, 이번 판결로 본다 해도 블로그에 정치나 선거와 관련된 글을 게시하는 행위가 모두 면책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된 것은 우선 해당 블로그가 개인적인 일상이나 취미 등을 기록하거나 수집하는 목적으로 운영돼 왔고, 정치나 선거 관련을 목적으로 개설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죄를 받은 임씨도 개인적인 신변잡기와 사진, 좋아하는 시나, 음악 등 관심이 가는 분야의 글과 자료를 올릴 목적이었다고 진술했고, 그 진술이 법원에 의해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졌다. 특히, 정치나 선거 관련 글의 게시가 일상적으로 해오던 블로그 운영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평소 블로그를 운영해 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선거법의 저촉을 받는 시기에, 자신의 취미 등에 관한 글보다 정치나 선거 관련 글의 게시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당연히 문제의 소지가 있는 글이 전체 블로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어야 하고, 그 글의 성격도 특정 후보에 대한 맹목적 반대가 아니라 사회적 논쟁거리여야 한다는 점도 판결취지에 들어있다.

 

재판부가 네티즌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위축시키지 않으려 하면서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폭넓게 인정할 수는 없다는 점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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