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첫날인 1일 구좌읍 김녕운동장에서 제13회 제주국제마라톤축제가 열렸다. 지난해 7월부터 서귀포로 출퇴근을 하면서 운동은 거의 포기상태였다. 운동을 않다보니 먹는 것은 모두 뱃살로 가고 …. 장거리 운전을 하면서 허기가 지는지 먹는 것도 예전보다 많이 먹는 것 같았다.
올해가 시작되면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헬스장에서 트레드밀이라도 타기로 하고 틈틈이 시 체력센터를 이용했다. 트레드 밀을 타는데 한시간 타기가 버거웠다.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때로는 걷기도 하고 조금 속도를 높여 천천히 뛰기도 하면서 1시간을 채우는데 주력했다. 이따끔 트레드밀 타기에 앞서 웨이트를 하면서 늘어난 뱃살을 줄이는데도 신경썼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워낙 운동량이 작아서인지 별로 표시가 안났다. 체중도 전혀 줄어들 생각을 않는다. 중간에 이런저런 일로 또 운동을 게을리 하기도 했다. 그렇게 저렇게 하면서 지나다보니 어느덧 5월이었다. 이젠 달리 어쩔 도리가 없다. 먹는 양을 줄여 뱃살이라도 좀 빼야되겠다 싶어 점심을 의식적으로 소량으로 때웠다. 그렇게 해서 간신히 뱃살을 조금 집어넣었다. 체중이 평소보다 겨우 2kg 빠졌다. 작년보다 체중이 더 나간다. 작년엔 마라톤 할 즈음 체중이 76kg였는데 올해는 78kg라니 이번 대회에 나가서 퍼지지만 않고 제한시간내 들어오기만 하면 다행이다 싶었다.
대회당일 날씨는 햇빛이 구름에 살짝 가려졌다. 대회코스는 예전과 달리 해안도로가 개통되면서 전구간이 바다를 끼고 달리는 코스가 됐다. 예전엔 일주도로로 나갔다가 해안도로로 들어와야 했다. 김녕운동장을 출발하고 나서 바닷바람이 안고 달려나갔다. 후반엔 퍼지지 않기 위해 초반에 시간을 최대로 늦춰 체력을 비축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주로에 자원봉사 나온 여학생들이 "힘내세요" 하는 응원소리가 매우 낭랑하게 들린다. 틈틈이 웨이트를 해서 그런지 달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바닷가 정자에 동네 노인들이 앉아 박수를 쳐준다. 마늘을 말리기 위해 정리하는 동네 아주머니들도 보인다. 어구를 손질하는 어민도 보인다. 동네 꼬마들이 나와 하이파이브를 해주면 "화이팅" 외쳐준다. 그렇게 이런 모습 저런 모습을 보면서 반환점에 도달했다.
이제는 돌아가는 길이다. 한결 마음이 편해지지만 발걸음은 무거워진다. 그래도 아직은 갈 만하다. 어차피 30km부터 승부아닌가. 풀코스 출전자가 많지 않아 앞 뒤로 달림이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옆에 벗할 사람이라도 있으며 좋으련만 …. 반환점 이후 30km 지점까지 거의 혼자 뛴 것 같다. 그러다보니 페이스도 많이 떨어졌다. 자원봉사 학생들의 "힘내세요"라는 외침에 "수고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하다보니 30km 지점을 넘어섰다. 페이스가 급격히 처지는 것을 느꼈다.
34~35km 지점쯤 되면서 후미에 있던 주자 몇명이 나를 추월해갔다. 나는 그들과 같은 페이스로 달려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역시 다리가 풀려 페이스 유지가 안됐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이미 예상했던 바이다. 운동량이 모자라니까 역시 30km 이후는 어렵다. 그래도 걷지는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하긴 나는 뛴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이 볼 때는 거의 걷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km당 8분이 넘었을테니까.
작년, 재작년에 같이 골인했던 달림이 한ㅇㅇ씨를 39km 지점에서 만났다. 웃음이 나왔다. 한씨는 100km울트라도 했었고, 원래 잘 달리는 달림이였다. 그런데 그 이후 별로 연습을 안하는지 작년 재작년에 막판에 동반주했다. 아침에 탈의실에서 우연히 마주쳐 "올해도 같이 들어올까요"라면 인사했던 터였다. 그런데 39km지점 급수대에서 먼저 도착해 머리에 물을 끼얹고 있으려니 한씨가 급수대에 도착한 것이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뒤 함께 출발했다. 한 500m쯤 가다가 한씨가 걷기 시작했다. 나는 걷기가 싫어 느린 페이스지만 천천히 뛰어갔다. 그렇게 가다보니 멀리 운동장이 보인다. 다른 달림이들을 마중 나온 가족이나 동호인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마침내 운동장 입구 42km지점이 나왔다. 나는 스톱워치를 확인하고 운동장으로 들어갔다. 운동장에선 뒤늦게 들어오는 달림이들 하나하나에 열렬히 환영해준다. 조금 쑥스럽지만 어떠랴 싶어 박수를 치며 골인했다. 부상없이 도로에 퍼지지 않고 골인한 것에 감사해야지! 이로써 풀코스 10번째 도전과 9번째 완주기가 종료됐다.
<구간기록>
5km 31:25 77
10km 30:44 52
15km 29:58 54
20km 31:32 31
반환점 6 :47 21
25km 23:57 95
30km 34:03 34
35km 39:44 63
40km 45:16 19
42km 14:53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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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45 63(대회 공식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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