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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기운 받으며 건강 챙기는 누드足

건강생활---------/건강한100세

by 자청비 2008. 6. 21.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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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촉!햇살 부서지는 숲길 ‘맨발의 행복’

ㆍ대지기운 받으며 건강 챙기는 누드足

혹시 맨발로 걸어보신 적이 있으신가? 꽤 즐겁다. 느낌도, 속도도, 걸으면서 보는 것들도 다르다.

요즘 맨발로 걷는 사람이 늘고 있다. 3년 전 전북 순창 강천산군립공원에 이어 지난해 대전 계족산 장동삼림욕장에도 맨발 산행로가 생겼다. 대전 계족산의 경우 한 달에 한 번 정도 열리는 맨발 걷기 행사에 많게는 1000명까지 참석한다고 한다. 평일에도 맨발로 걷는 사람이 많았다. 대체 무슨 매력이 있을까? 대전 계족산에서 두 시간 동안 맨발로 걸어봤다.


발바닥은 손보다 섬세하다.

주차장에서 신발을 벗어 트렁크에 집어넣고 산에 들었다. 널찍한 숲길. 황토가 얇게 깔려있다. 발이 아프지 않을까? 오히려 포근하다. 도심은 27도까지 올라가는 한여름. 그늘진 숲 속의 황토는 차가웠다. 발바닥에도 솜털이 있다면 소름이 돋았을 것이다. 산행 전 정수리를 쪼았던 햇살에 “오늘 고생깨나 하겠다”고 볼멘소리가 터져나왔으나 두어 발자국에 더위를 잊었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초입에 떨어진 오디를 슬그머니 밟아봤다. 땅콩만한 뽕나무 열매가 발바닥에 슬그머니 박혀왔다. 발바닥은 황토에 박힌 깨알만한 모래알까지 모두 감지해냈다.

“발바닥은 그저 망치같이 투박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촉각에 민감할 수 있나?” 단언컨대 발바닥은 손바닥보다 예민하다. 양지의 흙은 따뜻했다. 햇살에 달아오른 돌바닥은 뜨거웠다. 발바닥이 화들짝 놀랐다. 똑같은 양의 햇살이 쏟아지는 양지였지만 흙과 돌의 온도는 확연히 달랐다. 분명 발바닥이 더 섬세하다.

발바닥은 처음엔 머뭇거렸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이 조심스럽더니 곧 호기심이 발동했다. 여기 저기를 눌러보고 다녔다. 새 털, 작은 나뭇가지, 철지난 낙엽, 솔잎, 꽃잎의 미묘한 차이를 알아챘다. 이내 걷기를 즐거워했다. 게다가 밟히는 것들을 다 신기해 했다. 마치 세상에 처음 발을 디디는 어린 아이 같았다. 때마침 야외수업을 나온 어린이집 아이들을 만났다. 교사 이재경씨는 “오늘 아이들과 함께 맨발 걷기를 했다. 아이들도 그냥 걷는 것보다 맨발로 걷는 것을 재밌어 한다. 촉감을 아는 것도 교육적으로 중요하다”고 했다.


발바닥은 호기심이 많다.

맨발은 등산화와 달랐다. 젖고 축축한 것들을 좋아했다. 72㎏의 몸무게를 실어 황토흙을 지긋하게 누르고 싶어했다. 소낙비 뒤 다 말라붙지 않아 눅눅해진 젖은 길도 찾아다녔다. 황토가 발가락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느낌을 좋아했다. 현장에서 만난 맨발로 걸어본 사람들은 쨍한 맑은 날보다 오히려 비온 뒤가 더 낫고 즐겁다고 했다. 김제호씨는 “맨발로 걸으면 어릴 때 황토흙에서 놀며 장난치던 그런 추억이 생각난다”고 했다.

맨발은 느린 것을 좋아했다. 그렇다고 성급해 하지도 않았다. 속도를 내지 않는다. 보통 걷기보다 더 느리다.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서다. 속도가 느린 대신 시각은 넓어졌다. 자동차가 시속 100㎞의 속도로 달릴 때 눈에 보이는 각도가 90~120도라고 가정하자. 자전거로 달릴 때의 시각은 150도쯤 될 것이다. 보통 걷기는 180도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럼 맨발 걷기는? 좌우로만 보지 않고 상하로까지 눈길을 준다. 평면만 보지 않고 질감을 본다. 더 입체적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층층나무 꽃, 참나무의 무늬는 물론 풀들도 다시 보인다. 맨발 걷기 10여분 만에 발바닥이 아예 길잡이 노릇을 했다.

맨발로 걷다보면 성급한 사람도 유치원 아이들과도 속도를 맞출 수 있다. 그래서 아이처럼 세상을 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기저기 딴 눈길을 주며 해찰을 했다.

맨발은 작은 생명들도 존중했다. 보행자 앞에서 정신없이 떼를 지어 옮겨다니는 개미떼를 만난 발바닥은 스스로 멈칫거렸다. 등산화였다면 뭉개버렸을지도 모른다. 맨발은 미물에 대한 자비심을 보인다. 땅바닥에 내려앉은 나비 한 마리도 피해갔다. 개미도, 송충이도, 나비도, 풀벌레까지 보인다. 맨발도 안다. 자신도 쉽게 찢어질 수 있다는 것을.


맨발로 걷는다는 것은 머리로 걷는 것이다.

맨발 걷기 한 시간 만에 계족산성 갈림길이 나왔다. 여기까지 딱 1.5㎞. 맨발로 걷는 사람은 대부분 이곳에서 되돌아간다. 그런데 발바닥이 용감해졌다. 왔던 길로 돌아가는 대신 옆길로 걷고 싶어했다. 그런데 땅바닥은 잘 다져진 황톳길이 아니었다. 잡석이 많이 섞인 돌길. 울퉁불퉁 했다. 발바닥이 용기를 냈다. 새로 산 지압용 매트 위에 발을 올려놓은 것처럼 아렸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러웠다.

돌작밭에선 몸무게가 그대로 느껴졌다. 발바닥은 ‘나’를 싣고 아니, 이고 다녔다.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묘한 쾌감도 있다. 다행스럽게 길은 짧았고, 다시 황톳길을 만났다.

다리를 쓰면 머리도 쓰게 된다. 마라톤을 할 때 아무 생각없이 뛰는 사람은 없다. 뇌세포들도 덩달아 뛴다. 마라토너는 고통을 잊기 위해 일상사를 떠올리거나, 해내겠다는 의지로 근육세포들을 달래는 신호를 발에 보내기도 한다. 보행자도 마찬가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걸으면서 철학을 했다. 그래서 소요학파란 별명을 얻었다. 루소, 칸트, 키에르케고르도 걸으며 생각했다. 맨발도 마찬가지다. 걸으면 온몸의 세포들이 자극을 받는다. 뇌세포도 자극한다. 한의학에서는 발에 온몸의 장기를 자극하는 혈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맨발로 걸으면 건강에 좋다고 한다. 지압슬리퍼나 지압발판보다는 더 나을 것이다. 지기(地氣)를 느낄 수 있다는 사람도 많다. 7년 전 맨발 걷기를 시작한 뒤 ‘맨발로 걷는 즐거움’이란 책까지 낸 박동창 하나금융연구소 고문은 “간이 안좋아 맨발로 걷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달라졌다. 주말에 한 시간쯤 걷고 있다”고 했다.

맨발 걷기 두 시간. 발바닥은 밤까지 얼얼했다. 발바닥은 한동안 깨어있었다. 그동안 발이 게으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발바닥도 걷고, 장난치고, 놀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걸 모르고 그동안 가둬놓았을 뿐이다.

▶맨발걷기 주의점
신발을 벗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걸으면 달라진다. 처음 시작할 때는 학교 운동장에서 걸어도 된다. 초보자는 하루 1시간에서 1시간30분 정도 걷는 게 좋다. 무리 하지 말자.당뇨환자나 디스크 등 허리에 통증이 있는 사람은 해로울 수도 있다.

걷는 것보다 걷고 난 다음이 중요하다. 발을 잘 닦아준다. 굳은살이 박일 경우 나중에 갈라질 수 있으니 보습제를 발라준다.만약을 대비, 소독약이나 일회용 밴드를 가지고 다니자.신발을 차에 두지 말고 배낭에 넣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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