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동굴 밑으로는 거문오름 분화구내이다. 이 분화구내에는 온갖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위에서 분화구내로 찍은 모습인데 별로 분위기가 안난다. 사진 실력이 없음을 한탄한다. 이 곳을 지나면 A코스는 끝이 난다. 이제 B코스로 접어든다.
B코스로 접어들어 얼마지나지 않아 숨골을 만났다. 숨골은 제주의 지하수와 통하는 곳이다. 이곳은 아무리 비가 퍼부어도 그대로 물을 흡수해버리는 곳이다. 도내 중산간지역에는 이같은 숨골이 곳곳에 있다. 그래서 예전엔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물난리를 겪는 일이 흔치 않았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제주개발이 이뤄지고 더불어 중산간 지역 곳곳에 골프장이 들어서는 등 무분별한 중산간 개발이 이뤄지면서 폭우가 쏟아지면 물난리를 겪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도시 자체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산간 지역의 물들이 길을 잃으면서 마을로 쏟아져 내리고 있다. 결국 인간들은 쾌적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도모한다면서 자연을 파헤쳐 제무덤을 파고 있는 꼴이 아닌가.
숯가마터다. 전형적인 제주방식이다. 돌을 차곡차곡 쌓아놓고 나무를 집어넣은 뒤 그 위를 물부을 구멍만 내놓고 흙으로 덮었다. 숯이 다 될쯤이면 위에서 물을 부어 불을 껐다. 그리고 흙과 돌을 파헤쳐 숯으을 꺼냈다. 결국 제주의 숯가마는 숯을 만들면 다 파헤쳐지기 때문에 터만 남아 있을 뿐 이같은 숯가마 형태를 유지해 남아 있는 것은 드물다. 이것이 제주고유의 숯 제조방식이다. 그런데 A코스의 숯가마는 크기도 제주의 숯가마 형태보다 클 뿐 아니라 한번 만들어놓고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숯가마 형태였던 것이다.
B코스에도 냉암골이 있다. 이 곳을 지나면서 용암동굴의 찬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주위엔 산수국으로 가득 덮여 있다.
저 앞에 계신 자원봉사자의 설명 가운데 내가 몰랐던 사실 하나. 산수국의 꽃인데 클로버 같은 산수국 꽃은 가짜꽃이라고 한다. 실은 가운데 있는 별 볼품없는 것들이 진짜 꽃인데 별로 향도 없고 볼품도 없기 때문에 나비와 벌을 유혹하기 위해 가짜꽃으로 유혹한다고 한다. 그리고 수정이 이뤄지면 가짜 꽃은 뒤집어져 버린다고 한다. 아래 선명하게 보이는 가짜꽃 세개의 색깔이 약간 다른 것을 느낄 것이다. 왼쪽 꽃 하나는 제대로 피어있는 모습이고 가운데와 오른쪽 꽃은 뒤집어져 있는 상태다. 왼편 뒤에 꽃 하나도 뒤집혀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이 산수국은 수정이 제대로 이뤄져 가짜꽃들이 뒤집어지고 있는 단계인 것이다. 이 재미있는 자연의 신비.
국내에선 희귀종인 가시딸기나무 군락지인데 열매를 보기가 어렵다고 한다.
간간히 비가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 발걸음을 재촉하다보니 이제 B코스도 거의 끝나간다. 이제 벵뒤(디)굴이다. 벵뒤(디)란 널따란 평지를 뜻하는 제주어다. 벵뒤굴 앞에는 지금은 넝쿨, 가시덩굴 등으로 우거져 있지만 예전엔 널따란 평지였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벵뒤굴은 입구가 좁고 위험해 봉쇄해놓았습니다. 자세히 보려가 동굴앞으로 가까이 다가가니 엄청 시원했다. 동굴속에서 나오는 찬공기가 너무 행복하게 느껴졌다.
이 동굴에도 4.3의 아픔이 서려 있다. 제주4.3당시 마을주민들이 이 곳에서 난을 피해 몇달동안 살았다. 이 곳에 숨어살다가 발각되는 날엔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문득 일본 오키나와의 동굴(호)이 생각났다. 오키나와 곳곳엔 자연동굴이 매우 많다. 이 동굴엔 2차대전 당시 많은 오키나와 주민들이 미군상륙에 대비해 대피해 있었다. 하지만 미군이 상륙후 점령지역을 넓혀가자 일본군은 장기전에 대비해 동굴로 숨어들었고 그 동굴에 숨어있던 주민들을 학살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일본의 우익들은 그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며 주민에 대한 위로보다 오히려 오키나와 전투에서 숨진 일본병사-천황을 비해 목숨을 바치는 성전을 했다는 의미로-에 대한 추모열기만 가득하다. 현재 일본의 집권층은 이렇게 우익화되고 있다. 그런 그들이 독도에 대해 보이는 야욕은 결코 우연이나 일회성이 아닌 것이다. 힘없는 주민들이 난을 피해 동굴에서의 삶이 얼마나 고달팠는지 생각하다보니 이야기가 딴데로 흘렀습니다.
벵뒤굴 입구 바로 옆에 조그만 틈이 있었는데 이 곳으로도 찬기운이 엄청나게 나왔다. 이 밑도 용암동굴이 틀림없다. 벵뒤굴은 70여 개의 용암석주는 물론, 동굴광장·용암석순·용암교 등 동굴 내부의 지형지물이 많이 있다. 또 동굴 구조가 나뭇가지처럼 상·하·좌·우 및 사통팔달형으로 만들어진 국내 최대 규모의 미로형 동굴로 평가되고 있다. 벵뒤굴이 언급된 지는 오래지만 4.3의 흔적에만 집착하다보니 자연적 가치는 뒤늦게 확인했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연구하고 보존해야 하겠다.
제주에서 흔치 않은 암반연못이다. 이 곳의 말테우리들은 빌레(돌로 이뤄진 들판이나 밭 등을 일컫는 제주어)에 물 있는 것이 무슨 대수냐고 한다. 제주엔 마을공동목장이 많다. 그 마을공동목장마다 한쪽엔 빗물을 받아놓은 큰 연못이 있었다. 마소가 풀을 뜯다가 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해놓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마소를 키우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연못도 모두 사라졌다. 이 곳은 암반으로 형성된 자연적 연못이어서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요즘 장마철이어서 그런지 연못에 물이 가득하다. 이 조그만 연못에도 갖가지 수생식물과 생물들이 하나의 질서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젠 B코스의 일정이 모두 끝나간다. 원래는 벵뒤굴에서 바로 옆 탐방로를 따라 웃바메기오름 하단부를 반바퀴쯤 돌고나서 경덕원이라는 녹차단지에 들어서면 트레킹은 끝이 난다. 하지만 암반연못을 보고 싶어 약간 뒷걸음질쳐 우회한뒤 웃바메기오름 초입으로 들어선뒤 원래 코스로 들어섰다. 이 웃바메기오름에도 삼나무림이 가득하다. 도내 오름 어디에서든지 삼나무림은 군대용어로 오와열이 잘 맞는다. 유신시절 '산을 푸르게'라는 구호로 산림녹화사업을 펼칠 때 식목일이면 도내 오름 곳곳에 공무원과 주민들이 동원돼 줄을 맞춰 나무를 심었던 것이다. 나무를 심은 것은 잘한 일이지만 수종이 제주토종이 아닌 일본산인 삼나무여서 많이 안타깝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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