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8년여만에 순채무국 전환
9월말 순대외채무액 -251억弗
[연합뉴스]
한국이 8년여만에 순채무국으로 전환했고 단기외채의 비중은 45% 수준으로 올라갔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9월말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순대외채권(대외채권-대외채무)은 -251억 달러로 지난 6월말의 17억달러에 비해 268억 달러 줄었다. 순대외채권이 마이너스여서 순채무국이 된 것은 2000년 1분기(-58억4천만 달러)이후 처음이다. 순대외채권은 2006년 1분기에 1천303억2천만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작년 1분기에는 956억2천만 달러, 올해 같은 분기에는 131억6천만 달러로 줄었다.
한국이 순채무국으로 전환한 것은 대외채권이 6월말 4천223억4천만 달러에서 9월말 3천999억9천만 달러로 223억5천만 달러 줄어든 데다 대외채무는 4천206억4천만 달러에서 4천250억9천만 달러로 44억4천만 달러 늘었기 때문이다. 한은의 양재룡 국제수지팀장은 "외국인 주식투자의 감소로 대외자산이 감소하면서 순채무국으로 전환했다"면서 "그러나 상환부담이 없는 외채 1천112억 달러를 빼면 순대외 채권은 861억달러로 계산되는 만큼 표면적인 순채무 수치를 놓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대외채무 가운데 단기외채는 1천894억2천만 달러로 6월말의 1천746억9천만 달러에 비해 129억4천만 달러 늘었으며 장기외채는 2천441억6천만 달러에서 2천356억6천만 달러로 84억9천만 달러 줄었다.
이에 따라 단기외채의 비중은 44.6%로 3개월전의 42.0%에 비해 2.6%포인트 올라갔다. 유동외채(단기외채+장기외채중 1년이내 만기도래분)는 2천271억2천만 달러로 6월말의 2천208억2천만 달러에 비해 62억9천만 달러 늘었다. 전체 대외채무 가운데 유동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52.5%에서 53,4%로 올라갔다.
부문별 대외채무를 보면, 은행부문이 2천218억7천만 달러로 6월말의 2천115억7천만 달러에 비해 103억1천만 달러 늘었다. 그러나 일반정부는 86억5천만 달러, 통화당국은 15억7천만 달러 각각 줄었다. 대외투자자산액은 5천410억2천만 달러로 6월말의 5천835억9천만 달러에 비해 425억7천만 달러 줄었다. 이는 해외 주가하락에 따른 보유주식 평가손실이 192억5천만 달러에 이르렀고 통화당국의 준비자산(외환보유애 해외투자)이 128억8천만 달러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9월말 현재 외국인의 대내투자 잔액은 6천957억5천만 달러로 3개월전의 7천787억5천만 달러에 비해 730억 달러 줄었다.
외국인 '셀 코리아'로 순채무국
외국인들이 주식을 대거 팔아 떠나면서 우리나라가 8년 만에 순채무국으로 전환했다. 순채무국은 우리나라가 가진 대외자산(채권)보다 해외에 갚아야 할 빚(대외채무)이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순채무국 전환은 이미 예견된 것으로 당장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해외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 기조 유지 등을 통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주식 매도가 발목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순대외채권은 마이너스(-) 251억 달러로 6월말 17억 달러보다 268억 달러가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순대외채권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말에 -680억8천만 달러에 이르렀으나 2000년 플러스로 전환했고 2005년 말에는 1천207억 달러까지 늘었다. 그러나 2006년 말 1천208억 달러, 작년 말 355억 달러, 올해 6월 말에는 17억 달러로 급감한 뒤 9월 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우리나라가 순채무국으로 전락한 데는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외국인 주식 투자는 통계상 채무로 잡히지 않는다. 따라서 외국인이 국내에서 주식을 팔아 원화를 달러를 바꿔 해외로 나가면 채무는 줄어들지 않고 국내 외화자산(달러)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외국인들은 올해 6~9월 주식, 파생금융상품 등 지분성 투자자산을 약 280억4천만 달러어치를 팔아 떠났다. 이 규모는 순대외채권 -251억 달러와 비슷한 규모다.
양재룡 국제수지 팀장은 "과거 우리나라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외국인 주식투자 유입이 늘어났을때 순대외채권도 많이 늘었다"며 "이번에 순대외채권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외국인 주식투자 회수가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유동외채.단기외채 늘어
대외채무 가운데 유동외채도 급증했다. 유동외채는 단기외채에다 1년 이내 만기가 오는 장기외채를 더한 것으로 9월 말 현재 2천271억 달러로 6월보다 62억 9천만 달러가 늘어났다. 이는 9월 말 외환보유액 2천3996억 7천만 달러의 94.8%에 달하는 수준으로, 외환보유액과 유동외채 차이는 125억5천만 달러밖에 나지 않는다. 유동외채는 통상 외환보유액의 심리적 마지노선에 해당하며, 외환당국이 환율상승 등을 막기 위해 부담없이 투입할 수 있는 `실탄'이기도 하다.
외환보유액 대비 유동외채 비율은 작년 말 75.8%, 3월 말 81.8%, 6월 말 85.6% 등으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은은 "통상 유동외채 비율이 100% 미만이면 안정적 수준으로 본다"며 "유동외채 가운데 1년 이내 만기가 돌아오는 선물환 관련 환헤지용 해외차입분을 제외하면 유동외채 비율이 74.1%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체 대외채무 중 단기외채 비중도 6월 말 42%에서 44.6%로 늘어났다. 이는 영국(74.6%), 홍콩(74.6%), 일본(61.8%) 등보다는 낮지만 미국(39.4%), 독일(36.3%)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 "펀더멘털 문제는 아니다..심리적 불안 우려"
한은은 순채무국으로 전환했지만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의 총 대외채무 4천250억 9천만 달러 가운데 1천112억 달러는 상환부담이 적은 외채로 한은은 추정하고 있다. 선박 수출 선수금 약 550억 달러와 환헤지용 해외차입 약 496억 달러 등은 선박수출과 해외 주식투자와 연계돼 추후 소멸되는 부채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상환부담이 적은 채무를 감안해 순대외채권을 계산해보면 861억 달러로 오히려 늘어난다고 한은은 밝혔다.
전문가들도 순채무국 전환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했다기보다는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도하는 금융투자 패턴에 따라 나타난 회계상 현상으로 보고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경상수지 적자로 순채무국으로 전락했다면 문제가 심각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외국인이 주식투자분을 팔고 우리는 주로 해외채권보다 해외주식에 투자한 투자형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순채무국 전환이라는 사실이 대외적으로 불안심리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했다. 표한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순채무국 전환 자체가 외견상으로 심리적인 우려를 높일 수 있다"며 "국외 시각에서는 채권을 팔아 채무를 갚을 수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순채권국 전환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상수지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외국인의 투자도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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