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방송의 겸영은 기업 규제 완화의 물결이 대세를 이뤘던 1970, 80년대에 ‘세계적 추세’였다. 하지만 세계는 지금 그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소수 자본가에게 언론 소유가 집중하면서 공공의 이익을 도모해야 할 언론이 이들의 사익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영국 일간 <더 선> <더 타임스>와 미국의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 민영텔레비전 채널 <폭스> 등 52개국 780여개 언론매체가 그의 손아귀에 있다. 그는 유수의 신문을 인수할 때마다 편집권 독립을 약속했으나 대부분 ‘공수표’였다. 68년 영국의 <더 선>을 인수한 뒤에는 상반신 나체 여자 사진을 매일 싣도록 했고, 기자 25%를 ‘황색 저널리스트’로 교체했다. 머독은 또 81년 당시 대처 영국 총리에게 ‘편집권 불간섭’을 약속하고 <더 타임스> 인수를 초법적으로 성사시켰다. 하지만 그는 인수 뒤 기자들을 전원 해고했다. 그는 1년 뒤 “난 내가 소유한 신문사들에 지시를 내린다. <더 타임스>는 왜 예외여야 하지?”라며 말을 뒤집었다. 상업적 논리만 앞세운 재벌 머독에게 공익성 담보의 유력한 도구인 편집권 독립은 무의미했던 것이다.
또다른 ‘미디어 재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정치권력까지 거머쥐고 있는 이탈리아의 경우 권언유착의 폐해는 더욱 심각하다. 94년 정계 진출 두달 만에 총리에 오른 그는 당선되자마자 검찰의 부패 추방 조사인 ‘마니 풀리테’를 중단시켰다. 자신의 탈세·돈세탁 등 비리로 얼룩진 축재 과정을 덮으려는 의도였다. 이 과정에서 그가 소유한 민영방송들은 줄기차게 검찰에 대한 공세를 폈다. 사주를 보호하기 위해 정의에 몽둥이질을 한 것이다.
2001년 재집권에 성공한 그는 방송시장 45%를 점유하고 있던 공영방송 <라이>(RAI)마저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2004년 ‘가스파리법’이 통과되면서 라이의 이사 3분의 2가 정부·여당 편향 인사로 채워졌다. 시민 300만명이 모여 이라크 파병 반대 시위를 벌였지만 전파를 타지 못했다. 민영과 공영 방송 모두 권력이 소유한 결과다. 프랑스의 정언유착 관계도 ‘사르코지 중독증’이라 할 만큼 심각하다. 세계적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프랑스 경제일간지 <라 트리뷘>은 2006년 9월 세골렌 루아얄 당시 사회당 대선후보의 경제정책을 현 대통령인 사르코지 후보의 정책보다 낫다고 평가한 설문조사 기사를 뚜렷한 이유 없이 삭제했다. 재벌언론과 사르코지의 유착에 반발해온 프랑스 언론시민단체는 2007년 11월 ‘사르코지 뉴스 없는 날’을 선포하며 전국적 뉴스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장행훈 전 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미디어 재벌이 언론을 소유하면서 민주주의 운영을 왜곡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우리도 국회의원 몇 사람이 방송을 재벌한테 주려는 정책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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