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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9. 1. 1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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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과 소는 말 그대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입니다. 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집에 송아지가 태어나야 제 학비를 마련할 수 있었고, 경운기가 없었던 저희 집에서는 논밭을 갈고 짐을 옮기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한 식구였습니다.

 

학교 갔다 오면 언제나 소를 몰고 나가 꼴을 먹이는 게 제 일이었고, 가끔은 바닷가로 나가 목욕도 시켜줬었습니다. 아버지는 가끔 저를 소 등에 태워주시기도 했었죠. 벌써 30년쯤 앞선 일이네요. 흐르는 세월이 이리 빠르나 봅니다.

 

소 목에는 항상 방울이 달려있습니다. 거의 놋쇠로 만든 것인데 제 주먹만 한 크기죠. 오늘 문제는 바로 그 방울, 마소의 귀에서 턱밑으로 늘여 단 방울을 뭐라고 하는지를 맞히시는 겁니다.


소방울이라고도 하고, 요령이라고도 합니다. 사실 요령은 무령(巫鈴)으로 무당이 점칠 때 들고 흔드는 작은 방울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의 정답과는 거리가 멉니다.

 

 

 

 


정답은 '워낭'입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말은? 마중물(펌프에서 물이 잘 나오지 아니할 때 물을 끌어 올리기 위하여 위에서 붓는 물) 여러분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우리말을 사랑하는 뜨거운 마음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마중물이 되고 싶습니다.
- 사전에 없는 말 가운데 꼭 살려 쓰고 싶은 말은? 살사리꽃(코스모스꽃) 가을바람에 살랑거리는 꽃이 떠오르지 않나요? ^^*
- 없어져서 안타까운 낱말은? 새한마높.  동서남북에 해당하는 우리말이 새한마높입니다. 동풍은 샛바람이고, 서풍은 하늬바람이며, 남풍은 마파람, 북동풍은 높새바람입니다.
- 사전에서 빼버리고 싶은 낱말은? 낭만. 낭만은 영어 romance를 일본 사람들이 소리 나는 대로 '浪漫'이라고 쓰고, 'ろうまん[로우망]'이라고 읽습니다. 그걸 가져다 우리가 '낭만'이라고 하는 겁니다.
- 사람 이름으로 쓰기에 좋은 낱말은? 윤슬.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라는 뜻으로 뜻도 좋고, 부르기도 좋은 것 같아 추천합니다.  
- 이 낱말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그 낱말은? 치사랑. 내리사랑은 손윗사람이 손아랫사람을 사랑하는 것이고, 치사랑은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아무 조건 없이 제가 내리사랑을 주시는 어머니가 생각나고, 하지 못하는 치사랑이 생각하서 안타까운 마음에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 싫어하는 낱말은? 걸태질.  "염치나 체면을 차리지 않고 재물 따위를 마구 긁어모으는 짓"이라는 뜻으로 뜻도 더럽고 소리도 더러워서 싫어합니다.

 

<블로거 주인장 추가>

"아직도, 귓가에는 늙은 소의 워낭소리가 짤랑짤랑, 들려온다. 마흔 해를 살다 간 늙은 소만큼이나 나이를 먹은 그 워낭소리. 워낭이란 미소의 귀에서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 또는 턱 아래에 늘어뜨린 쇠고리를 말한다.

할아버지를 닮은 소와 소를 닮은 할아버지는 해가 뜨면 일을 나가고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삼십 해를 함께 살았다. 할머니는 내가 서방을 잘 못 만나 맨날 일만 한다고, 저 양반 아픈 데도 일 나가는 고집쟁이라고 툴툴대신다. 할아버지는 말없이 소만 쳐다 본다. 소도 할아버지를 쳐다본다. 그러면 할머니는 또 대답 안 한다고 성화다."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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